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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세지는 국가부도논쟁…재정준칙 도입 미루면 중국 꼴 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1100조원에 도달했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발표됐다. 이러다간 과다한 국가채무로 부도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꼴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야 간 극한대립으로 우리 경제의 최대 난제로 떠오른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국가채무 문제는 경제 단위로서 재정이 민간과 다른 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양출제입(量出制入)의 원칙’을 취하는 재정은 ‘양입제출(量入制出)의 원칙’을 취하는 민간과 건전성 판정 기준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은 흑자를 내야 하지만 재정은 적자를 내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공권력이 뒤받쳐주고 있는 재정이 흑자를 내려면 증세를 도모하거나 재정지출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세금을 올리면 국민으로부터 조세저항이 심하고 이미 세율이 부담되는 ‘비표준 지대’(래퍼 곡선상 세율과 세수 간 역비례 구역)에서는 경기를 침체시켜 재정수입이 감소하는 악순환 국면에 처할 수 있다.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은 조세의 국민 환원의 법칙에 안 맞고 재정의 하방 경직성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도 어렵다. 재정이 적자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이 나쁘다는 선입견과 반드시 줄여야 한다는 것도 잘못됐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더라도 관리만 가능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관리 시기도 국가채무가 일단 위험수위가 넘으면 국가신인도 추락 등의 부작용이 큰 만큼 ‘사후’보다 ‘사전’적인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사전 방안은 통화준칙의 필요성과 실행 방법을 살펴보면 그 답이 나온다. 국민경제 생활에 가장 보편적인 영향을 주는

    2023.09.17 18:06
  • 美 고용·물가지표 '헤드 페이크' 논쟁과 '파월의 교체론'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의 8월 실업률이 3.8%로 전달 3.5%에서 크게 상승한 것을 계기로 ‘헤드 페이크(head fake)’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8월 실업률이 발표되자 “추가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갔다”고 읽히면서 주가가 연착륙 랠리 기대가 나올 정도로 급등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헤드 페이크 우려가 제기되면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헤드 페이크는 농구 게임에서 상대방 선수가 앞에 있을 때 일단 머리를 흔들어 기만한 다음 슛을 쏘는 장면에서 유래한 용어다. ‘착시’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있지만 상대방의 판단을 흐트러트린다는 의미로 통계학에서의 1종 오류, 2종 오류에 가깝다. 경제적으로는 가장 최근에 발표된 지표(헤드)가 추세에서 벗어나 갑자기 방향을 트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주 13일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결과에 따라 또 한 차례 헤드 페이크 논쟁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6월 9.1%를 정점으로 올해 6월 3.0%로 안정되던 CPI 상승률이 7월에는 3.2%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8월 CPI 상승률이 3.2%보다 낮게 나오면 7월 CPI 상승률은 헤드 페이크에 해당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고비 때마다 헤드 페이크를 잘못 판단해 ‘무용론’에 빠질 만큼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첫 사례는 에클스 실수다. 1929년 허버트 후버 정부 출범 이후 불어닥친 경기 침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물가가 오르자 당시 매리너 에클스 의장이 서둘러 금리를 올린 것이 대공황을 낳았다. 1980년대 초반에도 Fed는 또 한 차례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 2차 오일쇼크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자 폴 볼커 의장은 장고 끝에 Fed의 설립 목적에 충실해 금리를 17%까지 올렸다.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가안정

    2023.09.10 18:23
  • 美 '공급중시 경제학'으로 활기…韓도 기업 맘껏 뛸 수 있게 해야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기업이 ‘이윤 극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매출을 늘리는 포지티브 경영, 다른 하나는 비용을 줄이는 네거티브 경영이다. 최근처럼 뉴노멀 초불확실성 시대에는 전자보다 후자의 전략이 기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확실하고 적합한 전략이다. 재정이 ‘경기 부양’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두 가지 이론이 있다. 정부 주도로 세수 증대 등을 통해 확보한 재정 지출을 늘리는 케인지언의 총수요 진작 이론이 널리 알려졌지만 오히려 세금 감면 등을 통해 민간의 경제하고자 하는 의욕을 고취하는 공급 중시 경제이론도 자주 활용된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1970년대 후반까지 총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 케인지언식 정책 처방은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주효해 주류경제학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차 오일쇼크 이후 경기가 침체하고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엄습하자 케인지언식 정책 처방은 무기력했다. 고민 끝에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내놓은 정책 처방이 공급 중시 경제학이다. 레이거노믹스로 알려진 이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은 아서 B 래퍼다. 래퍼 교수는 특정국의 세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 비표준 지대에 놓여 있을 때는 세율을 낮춰 민간의 경제 의욕을 고취해야 경기와 세수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제시했다. 공급 중시 경제학은 정부가 미리 짜인 수요에 맞춰 경기를 부양하는 케인지언 이론과 달리 경제 주체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하고 잃어버린 활력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캠플주사식 대중 영합 경기 대책에 의존하기보다 감세와 규

    2023.09.03 17:46
  • 파월의 매파 발언…올해도 '잭슨홀 악몽'으로 이어질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도시에서 열린 ‘2023 잭슨홀 회의’가 끝났다. 금리 변경 적정성 평가, 중립금리 추정, 물가 목표치 상향 등 새로운 통화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를 놓고 세계적인 석학과 각국 중앙은행 총재가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에 관심이 더 쏠렸다. 파월의 발언을 향후 Fed의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의미가 큰 것을 중심으로 다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경제전망에 대해선 “경기가 괜찮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수치는 9월로 넘겼다. 양대 책무와 관련해 고용시장은 “건전하다”는 종전의 입장을 반복했고 물가안정 문제에는 말을 아꼈다. 시장 참여자가 바라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여부와 관련해선 어떤 신호를 주지 못함에 따라 다양한 시각이 나오고 있다. 1년 전에는 파월의 강한 매파 발언으로 1%포인트 금리 인상안이 부각되면서 9월 Fed 회의 때까지 다우존스지수가 400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잭슨홀 악몽’이 나타났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잭슨홀 발언을 토대로 9월 Fed 회의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세 가지다. ①안은 금리 0.5%포인트 인상과 양적긴축(QT) 475억달러 ②안은 금리 0.25%포인트 인상과 QT 475억달러 ③안은 금리 동결과 QT 475억달러 혹은 폐지 시나리오다. 다음달 19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Fed 회의까지 최악의 시나리오인 ①안이 부각될 경우 올해 잭슨홀 악몽은 1년 전보다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3대 지수가 1년 전에 비해 평균 15% 정도 더 올랐기 때문이다. 거품이 우려되는 빅테크 주가는 ‘순간 폭락(flash crash)’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3.08.27 18:10
  • 25일 잭슨홀 미팅…中 부동산 리스크 대응책 나오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와이오밍주 작은 휴양도시에서 오는 25일 열릴 ‘2023 잭슨홀 회의’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금융시스템 약화, 중국 부동산 위기, 유럽중앙은행(ECB) 분열 등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올해 잭슨홀 회의를 통해 새로운 통화정책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뜨거운 안건은 통화정책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전제로 작년 3월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인상한 것에 대한 평가 작업이다. 이론적으로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왔으며 과연 적절했는가를 사후 검증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도출된 적정 수준보다 높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얼마나 급하게 단행됐는지를 입증하고 있다. 2021년 5월 이후 인플레이션이 불거질 당시 ‘일시적’이라고 오판해 안이하게 관리해온 Fed가 뒤늦게 ‘볼커 모멘텀’으로 대처한 결과다. 볼커 모멘텀 식 대응은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을 불러온다. 말이 뛰는 식의 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금리가 빠르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 간 역전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들어서는 100bp(1bp=0.01%포인트)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40년 만의 최대 폭이다. 1960년 이후 15차례에 걸쳐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웃도는 단고장저(短高長低)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 침체를 수반했다. 하지만 Fed의 견해는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경기를 희생하더라도 이를 감수하

    2023.08.20 18:10
  • '韓 단체관광 전격 허용'은 궁지 몰린 중국의 자구책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해 10월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대중국 2차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통제 대상이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등으로 확대된 것을 넘어 반동맹국은 확산금융(proliferation finance) 저지, 동맹국은 역외군사금융(foreign military finance) 지원 같은 안보·금융 연계 움직임에 주목했다. 확산금융과 역외군사금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화의 출발점인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창립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각국 간에 놓인 무역장벽을 해소해 세계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GATT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체제와 관계없이 많은 국가를 참여시켜야 했다. 2차대전 이후 노동집약국과 자본집약국 간의 안행(雁行)적 성장격차 모델에서는 이런 경우 중국처럼 뒤늦게 참여한 국가일수록 고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인터넷, SNS 순으로 이어지는 초연결사회가 나타나면서 글로벌화 필요성은 급속히 약해졌다. 규모의 이익, 외부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디지털 시대에서는 기업 위치, 자금 확보원, 공급망 등을 한 곳에 집중하는 자급자족(autarky) 성장모델이 오히려 유리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각국이 자국 이익을 중시하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든 것이 보이는 경쟁 여건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인 설리번 패러다임처럼 기득권을 십분 활용해 공존을 모색하는 디리스킹 전략이 효과적이다. 독수리가 하늘 높이 올라갈수록 까마귀의 약점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인 나바로 패러다임처럼 중국을 적(敵)으로 보는 디커플링 전략은 마찰만 심해질 뿐이다. 독수리가 까마귀와 같은 위치에서 경쟁

    2023.08.13 18:05
  • 中 2분기 성장률 쇼크…흔들리는 시진핑 체제

    [한경ESG] ESG와 경제 “한때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 경제가 미국이라는 암초를 만나 타이태닉호처럼 침몰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6.3%로 예상치보다 1%p 이상 낮게 발표된 직후 나온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다. 지난 6월 기준 청년 실업률의 경우 21.3%로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아 제3의 천안문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타이태닉호가 암초를 만난 위급한 상황에서 선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침몰한 것처럼 위기 국면에 놓인 중국 경제가 시 주석이 제대로 조정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시 주석은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도 해결하지 못한 결정적 한계를 보였다. 1921년 설립한 중국공산당은 100년이 되는 2021년에 인민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사는 ‘샤오캉’ 사회를 구축한다는 원대한 계획이 있었다. 10년 전 취임한 시 주석은 그 어느 것보다 이 과제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대 임무였다. 하지만 시 주석 집권 이후 중산층이 무너져 인구 피라미드상 밑바닥에 해당하는 빈곤층(BOP)이 많아지고, 이 계층에 속하는 인민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공산당 창당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시 주석은 샤오캉 사회 구축 실패에 따른 반성조차 없어 오히려 작년 10월에는 절대군주에 해당하는 ‘영수’로 등극했다. 목표 성장률을 연속으로 달성하지 못한 것도 시 주석에게는 부담이다. 계획경제에서 목표 성장률 달성 여부는 최고통수권자의 능력 평가와 직결된다. 지난 2분기 성장률 6.3%를 놓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 시각은 작년 2분기 성장률(0.4%)이 이례적

    2023.08.07 06:03
  • 대형 위기 때마다 극복한 美…'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 재조명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제2 리먼브러더스 사태까지 우려됐던 은행 위기, 제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수모로 비유된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극복하는 미국의 저력은 무엇인가. 한 나라의 위기와 같은 복잡한 현실을 푸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특정 경제이론에 의존하기보다 당면 현안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 종전의 정책 처방을 참고로 하는 실증적 방법이 활용된다. 지난 3월 이후 미국이 위기 극복의 준거 틀로 삼아온 여러 정책 처방 중 재닛 옐런 재무장관(오른쪽)이 1999년 4월 예일대 동문회에서 처음 언급한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에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면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적용됐다. 출발은 1950년부터 1988년 은퇴할 때까지 예일대에서 화폐경제학을 가르친 제임스 토빈이다. 정책적으로는 로버트 솔로, 아서 오쿤, 케네스 애로 등이 1960년대 존 F 케네디와 린든 B 존슨 정부 때 실행된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월리엄 노드하우스, 로버트 실러, 그리고 재닛 옐런이 뒤를 잇고 있다. 전체적인 기조는 경기부양 등과 같은 단기 과제는 케인지언 이론을 선호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등과 같은 장기 과제는 신고전학파 이론을 받아들여 해결한 독특한 정책 처방 패키지다. 즉, 단기 과제는 총수요와 총공급 곡선으로 이해하고, 장기 과제는 토빈과 솔로 모델을 선택했다. 경제정책은 현안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했다. 재정정책은 경기부양과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건전화가 뒷전으로 물러나는 것을 용인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통제권에 들어오면 국가채무를 줄여 재정 건전화를 도모하는 쪽으로 우

    2023.08.06 18:02
  • 한국 2차전지株 '순간 폭락'…월가가 더 주목하는 이유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2.4%로 발표됐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면 모든 경제주체에 그보다 반가운 소식이 없다. 하지만 미국 학계와 정책당국, 주식시장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은 무슨 이유인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미국 학계부터 비상이 걸렸다. 작년 3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성장률을 보면 2.6%, 2.0%, 2.4% 순이다. 한 나라의 경기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반복된다는 경기순환 이론을 무시하는 ‘노랜딩’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 통계 방식이 ‘전 분기 대비 연율’인 점을 감안하면 노랜딩은 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경기순환 국면을 공식 판단하는 미국경제연구소(NBER)도 손을 놓고 있다. 두 분기 성장률 추이로 순환 국면을 판단하는 NBER은 1년 전부터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명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아 시장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미국 중앙은행(Fed)이다. 미국 경기를 보는 시각이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보통(modest)’에서 ‘완만(moderate)’으로 바뀌었다. 후자는 모호한 표현이지만 경기순환 이론으로 재해석한다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6월 Fed 회의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이 경기가 완만하게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사뭇 다르다. 경제 전망도 문제다. Fed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올해 성장률은 1%다. 그마저도 3월 전망 때 0.4%를 2배 이상 올려 잡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2.2%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제로’ 혹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져야 1% 성장률이 나온다. 9월 전망 때는 올해 성장률을 1.5∼2%로 대폭 상향 조정할 것으

    2023.07.30 17:50
  • 임종룡 회장의 '작은 실험'…韓 경제 대외위상 높이는 길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세계 경제가 전환점을 맞아 굵직한 사건이 잇달아 터져 나오는 가운데 국내 언론조차 크게 다루지 않은 뉴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사고 내부고발자에게 포상금 10억원을 지급한다는 소식이었다. 잇단 금융사고에 따른 자구책 성격이 짙지만 우리 경제의 대외 위상을 높이고 금융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무역액, 시가총액 등으로 본 우리 경제의 하드웨어 위상은 세계 10위(G10)권을 다투는 대국이다. 선거철이 되면 G7을 뛰어넘어 G5도 가능하다는 공약이 남발하면서 일부 국민은 선진국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우리 경제의 하드웨어 위상은 국제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 분야가 그렇다. 올해 3월 세계채권지수(WGBI) 선진국 편입이 불발됐다. 6월 MSCI지수 연례평가에서도 선진국 예비명단 재진입에 실패했다. 세계 3대 평가회사의 국가신용등급은 2016년 이후 정체됐다. 가장 큰 이유는 하드웨어에 맞게 소프트웨어 위상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는 경제 발전단계에 비해 가장 뒤떨어지는 국가로 분류된 지 오래됐다. 정치인을 중심으로 기득권층은 경제적 지대를 추구하는 고질병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최근 금융사고가 너무 잦아 우리 경제의 대외 위상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디스커버리, 라임, 옵티머스 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가운데 오히려 직간접 관련자가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버젓이 오랫동안 꿰차고 있다. 일부 대형 그룹사 오너의 일탈 행위가 터져 나오고 상장사 임

    2023.07.23 17:52
  • 시장 우려에도 강행…美 Fed의 금리인상 속도전 적절했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2021년 4월 이후 세계인에게 고통을 줬던 인플레이션이 각국 중앙은행의 통제권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과 근원CPI 상승률은 각각 3%, 4.8%로 크게 둔화했다. 같은 달 한국의 CPI 상승률은 2.7%로 3% 밑으로 떨어졌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물가지표에 대한 재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 중요한 잣대로 삼는 근원CPI 상승률은 유럽 방식으로 귀속임차료(OER)를 빼서 재산출하면 2.3%로 더 떨어진다. 더 이상 금리 인상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OER은 실제 내지 않는, 자가 소유자의 환산 임차료를 뜻한다. 궁금한 것은 물가 안정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효과인지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노(No)’다. 작년 3월 Fed가 처음 금리를 올린 이후 4개월이 지난 때부터 물가가 안정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Fed가 추정하는 통화정책 시차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9개월이다. 물가 하락 속도 역시 너무 빠르다. 미국의 CPI 상승률은 불과 1년 만에 9.1%에서 3.0%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 20년간 저금리 시대가 지속돼 통화정책 전달 경로상 금리 변화와 총수요 간의 관계가 비탄력적인 유동성 함정에 처했다. 이런 여건에서는 금리 인상이 물가를 빠르게 떨어뜨릴 수 없다. 다른 요인이 결부돼 있다는 의미다. 2년 전 물가 문제가 불거질 당시 미국 경기가 좋은 때는 아니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공급망 차질 등이 발생하면서 각종 공급 비용이 급증한 것이 물가를 부추긴 주요인이다. 금리 인상은 경기 과열로 물가가 오를 때 추진하는 총수요 관리대책이다. 작년 3월 Fed가 금리를 처음 올릴 때 너무 빠

    2023.07.16 17:49
  •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20% 넘었다…'도시 죽음의 고리' 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엔데믹 국면에 들어서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기대됐던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런던 파리 시드니 홍콩 등 세계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평균 20% 이상으로 치솟았다. 가격도 비슷한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상황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악의 경고까지 나왔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함께 미국의 양대 부동산 경제학자로 꼽히는 스테인 반 니우에뷔르흐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상업용 부동산이 ‘도시 죽음의 고리(UDL·urban doom loop)’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UDL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첫 단계에서는 금리 인상과 원격근무 등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 다음 단계에선 세수 부족으로 세금이 인상되거나 교육, 문화, 예술 등의 공공서비스 지출이 줄어들면서 거주 도시민이 본격 이탈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텅 빈 상업용 건물이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면서 유령도시로 변하는 ‘시카고 공포’가 확산한다. 니우에뷔르흐 교수는 UDL이 진행될수록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진다고 봤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계층별로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 자산이 급증했던 부자일수록 경제적 타격을 받는 ‘리치 리세션’에 빠지고, 중하위 계층도 부자들의 소비 감소로 낙수효과가 사라져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극단적인 비관론이지만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에 주는 시사점은 크다. 이미 진행 중인 첫 단계에서 두 번째 단계로 이행될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r스타(r*, r-star)’ 금리가 ‘r스타스타(r**)’ 금

    2023.07.09 18:46
  • 엔데믹 시대, 다가오는 ‘초거대 위협’

    [한경ESG] ESG와 경제 엔데믹 시대를 맞아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는 환경 면에서는 뉴노멀에서 ‘뉴 앱노멀’, 위험관리 면에서는 불확실성에서 ‘초불확실성’으로 한 단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 앱노멀‧초불확실성 시대가 무서운 이유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경고한 ‘초거대 위협(mega threats)’이 어느 날 갑자기 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엔데믹 선언 이후 세계경제는 속이 꽉 찬 버거가 아닌 ‘속이 빈 버거’가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형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해온 국제기구와 국제규범이 남아 있더라도 실질적 역할과 구속력은 더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채워줄 새로운 국제기구와 국제규범이 태동할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이 경제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화합보다는 ‘편 가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질서 혼돈 시대 최악의 경우 무정부‧무규범의 혼돈 시대를 맞을 수 있다. “짐의 말이 곧 법이다”라고 할 만큼 경제 절대군주 시대에는 새로운 국제기구와 규범을 만들기 위해 각국이 머리를 맞대는 일조차 쉽지 않다. 설령 만들어지더라도 구속력과 이행력이 따르지 않는 느슨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보여줬고,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과정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 질서도 ‘시스템이 없는’ 지금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국가를 중심으로 탈(脫)달러화 움직임이 빠르게 진전되는 가운데 유로화, 위안화, 엔화 등 현존하는 통화가 달러화를 대체하기도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2023.07.07 06:00
  •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변곡점 맞는 세계경제와 글로벌 증시, 월가 큰손들이 움직인다

    세계경제와 글로벌 증시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엔데믹 시대에도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할 미국과 중국 관계가 같은 시기에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과 중국·중앙아시아 간 회담을 계기로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축소)’으로 바뀔 기류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의 실체는 게임이론을 통해 보면 명확해진다. 각국 간 관계를 조명할 때 자주 활용되는 이 이론은 참가국 간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판가름 나는 ‘노이만-내시식 게임’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섀플리-로스식 게임’으로 나뉜다. 디커플링은 이기적 게임인 전자에, 디리스킹은 공생적 게임인 후자에 해당한다. 중국 경제 고속성장 이끈 WTO 가입 1970년대 들어서자마자 ‘핑퐁 외교’로 상징되는 미·중 간 관계는 ‘커플링(coupling, 동조화)’에서 출발했다. 지난 5월 27일로 100세를 맞은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이끌어냈다. 닉슨의 방문 이후 베트남 종전이 선언된 데 이어 1979년에는 미·중 간 국교가 수립됐다. 국교 수립 이후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기 직전까지 미·중 간 관계는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변된다. 1989년 존 윌리엄슨 미국 정치경제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이 개념은 중국을 포함한 비서구 국가를 글로벌화와 시장경제에 편입해 궁극적으로 미국의 세력 확장을 위한 전략을 말한다. 미국과의 국교 수립 이후 중국의 대외경제정책 기조인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대립되지 않았다. 오히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인 독일을 포함한 유럽 부흥

    2023.07.04 09:15
  • 美 '이원적 달러전략' 추진…2차 역환율전쟁 빌미 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 참석한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 간에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됐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밀월 관계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애써 등을 돌렸다. ECB 포럼에 초대되지 않은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파월 의장에게 대놓고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주요 중앙은행 총재 간 입장차는 2년 전부터 미국이 역환율전쟁의 잣대로 활용해온 ‘달러인덱스의 함정’에 그 원인이 있다. 역환율전쟁이란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기 위해 통화 평가절상을 도모하는 환율전쟁을 말한다. 달러인덱스의 함정을 풀어보기 위해서는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71년 리처드 닉슨의 금태환(1온스=35달러) 정지 선언 이후 Fed는 통화정책의 참고 지표로 달러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없어졌다. 고심 끝에 당시 세계 경제 중심지이던 유럽 통화를 중심으로 달러인덱스를 산출해 지금까지 활용하고 있다. 달러인덱스 구성 통화는 유로 57.6%, 엔 13.6%, 파운드 11.9%, 캐나다달러 9.1%, 덴마크크로네 4.2%, 스위스프랑 3.6%로 유럽 통화 비중이 77.3%에 달한다. 유럽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인덱스는 떨어지고 약세를 보이면 올라가는 결정적인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1973년 만들어진 달러인덱스는 반세기가 지났지만 구성 통화와 구성 통화 간 비중이 변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 국가는 부상한 데 비해 유럽 국가는 통화위기, 재정위기, 브렉시트 등을 거치며 쇠퇴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역환율전쟁은 인플레이션 통제 여부에 따라 두 단계로 구분된다. 작년 10월 이후 Fed는 인플레이션이 통제권에 들어오면서 피벗의

    2023.07.02 17:59
  • 파월 "화폐 지위 가진 듯"…비트코인 51만달러 갈 수 있을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주 열린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제롬 파월 중앙은행(Fed) 의장의 말 한마디에 비트코인업계와 코인 투자자들이 들뜨고 있다. 논란이 됐던 비트코인에 대해 스테이블코인, 즉 화폐 기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은 Fed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디지털달러화 연구와 도입을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책임자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비트코인에 화폐 기능을 부여하기보다 새롭게 디지털 법정통화(CBDC)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의 의견 중 어느 쪽으로 가느냐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업계와 투자자의 희비를 가를 중대한 문제다. 파월의 견해대로 수정되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산업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캐시 우드가 내다본 51만달러까지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성급한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반대로 브레이너드의 입장이 확정되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산업적인 면에서 유틸리티 기능은 남겠지만 투자자들은 또 한 차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파월의 입장대로 비트코인의 화폐 기능을 인정하면 발권력과 이에 따른 시뇨리지(seigniorage·화폐발행차익)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 논란이 될 수 있다. 두 문제는 중앙은행에 집중시킬수록 바람직하다. 현직 Fed 의장인 파월이 어떻게 법화가 아닌 비트코인에 화폐 기능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화지표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따른다. 화폐 기능이 부여된 비트코인은 준화폐의 일종인 대안화폐로 분류된다. 현재 통화지표인 M1

    2023.06.25 17:49
  • 중국 경제가 침몰한다…'알타시아'로 탈출하라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경제가 미국이란 암초를 만나 타이태닉호처럼 침몰하고 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 부동산 등 대부분 지표가 4월 수치뿐만 아니라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돈 것으로 발표된 이후 곧바로 나온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다.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에는 시진핑 국가주석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 국면에 놓인 중국 경제가 시 주석이 제대로 조정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작년 10월 열린 공산당대회 이후 중국 경제 운영체계가 크게 달라졌다. 덩샤오핑 체제 이후 중국 경제를 지탱해 온 양대 축인 개방경제와 시장경제가 각각 폐쇄경제, 계획경제로 선회했다. 핵심 경제부처 요직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유학파보다 시 주석 동문이 주축이 된 순수 국내파로 채워졌다. 사회주의 성장 경로상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증후군은 오히려 더 심화하는 상황이다. 임금·금리·세율·땅값·행정규제 분야의 5고(高)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은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잠재성장 기반을 보더라도 노동은 인구 절벽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자본은 낮은 자본장비율(K/L)과 토빈q비율, 총요소 생산성은 제도 미비와 부정부패 등으로 취약하다. 중장기 성장률 예측에 뛰어난 영국의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5년 이내에 중국 경제 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 주석이 ‘인민 영수’로 등극한 후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

    2023.06.18 18:03
  • 경제 스트레스 지수 낮아진 한국…해결사는 삼성전자?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앙은행이 해야 할 핵심 기능 중 하나가 ‘최종대부자 역할’이다.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발권력을 갖고 있어 민간이 해결하지 못한 각종 경제 스트레스를 최종적으로 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국의 경제 피로도를 파악하는 방안으로 스트레스지수(SI)가 널리 활용된다. 지수를 개발한 캐나다 중앙은행은 ‘SI를 시장과 정책당국의 불확실한 요인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피로도’로 정의하고 있다. 경제변수의 기댓값이 변하거나 분산이나 표준편차로 표현되는 위험이 커지면 SI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과 글로벌 투자은행이 SI를 개발해 활용하는 것은 종전의 판단지표가 경제시스템의 움직임과 위기 발생 확률을 종합적으로 지수화해 알려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SI는 경제시스템의 총체적인 피로도를 하나의 지표로 보여준다. 산출 방식은 요즘 유행하는 ‘사이클 큐브 기법’을 채택하고 있다. 경제 피로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특정국의 경제시스템을 대내와 대외로 대분류하고, 대내 부문은 실물과 금융 등으로 세분해 접근한다. 부문별로 주요 변수를 추출해 SI를 구한 뒤 중요도에 따라 가중평균해 종합 SI를 산출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을 비롯한 경제 현안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함에 따라 SI가 높아졌다. 1선 목표인 인플레이션을 선제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 2선 목표인 고용시장의 뉴노멀 현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제 예측력도 민간기관을 주도할 정도로 높지 않다. 한국은행도 같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그 어느 국가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게 노출되고 있다. 소비자

    2023.06.11 18:04
  • 美·中 관계 미묘한 변화 기류…'디커플링'서 '디리스킹'으로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달 비슷한 시기에 열린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와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 경제질서에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두 회의의 주도국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위험 축소)으로 바뀔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의 실체는 게임이론을 통해 보면 명확해진다. 각국 간 관계를 조명할 때 자주 활용되는 이 이론은 참가국 간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시 식 게임과 모두에 이익이 되는 섀플리-로스 식 게임으로 나뉜다. 디커플링은 이기적 게임인 전자에, 디리스킹은 공생적 게임인 후자에 해당한다. 1970년대 들어서자마자 ‘핑퐁 외교’로 상징되는 미·중 관계는 커플링(동조화)에서 출발했다. 지난달 27일로 100세를 맞은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끌어냈다. 닉슨 방문 후 베트남전 종전이 선언된 데 이어 1979년에는 미·중 국교가 수립됐다. 이후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기 직전까지 미·중 간 관계는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변된다. 1989년 존 윌리엄슨 미국 정치경제학자가 제시한 이 개념은 중국을 포함한 비(非)서구 국가를 글로벌 시장경제에 편입해 궁극적으로 미국의 세력을 확장하는 전략을 말한다. 중국이 미국과 국교를 수립한 후 대외경제정책 기조로 내세운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도 워싱턴 컨센서스와 대립하지 않았다. 오히려 2차대전 이후 유럽 부흥에 기여한 ‘마셜플랜’으로 부를 정도로 중국이 성장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 중국의 WTO 가입은 세계 모든 국가와 기업을 대중

    2023.06.04 17:58
  • 美·中에서 일본·인도로…월가의 큰손들이 움직인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올해 하반기를 한 달 남짓 앞두고 세계 경제가 변곡점을 맞으면서 글로벌 자금흐름에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세계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플레이션과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간 경제패권 다툼이 윤곽이 잡히는 가운데 새로운 산업도 탄생하고 있다. 최대 변수이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준금리 연 5.2%는 3월 회의 점도표상 최고 금리인 연 5.1%보다 높다. 인플레이션 지표의 하향 안정세, 비둘기파로 채워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멤버 등을 감안하면 6월 회의 점도표에서는 최고 금리가 더 낮아질 확률이 높다. 자금 이동상 유출 면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금리 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각종 캐리 자금의 향방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 직전까지 Fed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미국으로 유입되던 캐리 자금이 이달 들어서는 이탈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와 달러 약세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에서 밀리고 있는 중국은 외국 기업이 본격 이탈함에 따라 디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세는 심각하다. 작년 10월 공산당대회 이후 하루평균 30억위안대에 머물던 외국인 자금 이탈액은 최근 들어서는 80억위안대로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핑크타이드 물결이 다시 덮치고 있는 중남미 지역의 자금 이탈세도 빠르다. 최고 권력자의 장기 집권 야망으로 포퓰리즘이 만연하면서 인플레이션이 폭등하고 성장률이 급락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런던이 유럽의 배후 금융지로 전락

    2023.05.29 18:08
  • '포치선'마저 뚫렸다…위안화 약세는 시진핑 리더십의 위기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작년 말 코로나 봉쇄 해제에 따라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됐던 중국 경제에 잇달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위안화 환율마저 마지막 방어선으로 불리는 ‘포치선(1달러=7위안)’이 뚫렸다. 주목되는 것은 위안화 절하를 종전과 달리 중국 경제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위기로 보는 시각이다. 첫째, 시 주석은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부터 해결하지 못했다. 1921년 설립된 중국 공산당은 100주년이 되는 2021년에 인민 모두가 평등하게 잘사는 ‘샤오캉’ 사회를 구축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10년 전에 취임한 시 주석의 최대 임무는 이 과제를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중산층이 무너져 인구 피라미드상 밑바닥에 해당하는 빈곤층(BOP)이 두터워지고 이들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공산당 창당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시 주석은 샤오캉 사회 구축 실패에 따른 반성조차 없이 오히려 작년 10월엔 절대 군주에 해당하는 ‘영수’로 등극했다. 둘째, 목표 성장률을 연속해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계획경제에서 목표 성장률 달성 여부는 최고통수권자의 능력과 직결된다. 지난 1분기 성장률 4.5%를 놓고 중국 내부에선 예상치인 4%를 웃돈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 시각은 목표 성장률 하단인 5%에도 못 미친 것에 주목했다. 중국 경제의 앞날도 밝지 못하다. 단순생산함수(Y=f(L, K, 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성장 잠재성을 추정해 보면 △노동에서는 ‘인구절벽’ △자본에서는 낮은 자본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 △총요소생산성에서는 부정부패와 제도 미비 등으로 인해 2030년부터는 3% 달성도 어려운 것으로 나온다. 셋째, 위안화 국

    2023.05.21 18:05
  • SG증권發 주가조작 사태 후폭풍…韓 '30년 숙원' 무산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드러난 주가조작 사건으로 한국 증시의 30년 숙원 과제가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다음달 초 MSCI지수 공식 발표 때 한국이 선진국 예비명단에 재진입하는 게 물 건너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2년 이후 신흥국 지위가 30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선진국 예비명단에 오르긴 했지만 2014년 재평가에서 신흥국으로 다시 추락했다. 한 번 탈락 후 재진입하기 위해선 정상적인 진입보다 2배 이상 노력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 무역액, 시가총액 등으로 본 하드웨어 위상은 세계 10위권에 속하는 선진국이다. 하지만 부정부패(정직성·도덕성·투명성) 등으로 본 소프트웨어 위상은 신흥국 중에서도 중하위군으로 분류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윤석열 정부는 올해 MSCI 선진국 예비명단에 재진입한 뒤 2025년 6월부터 선진국 지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출범 이후 지난 1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했다. 미국, 일본 등과의 정상외교를 펼쳐 갈라파고스 함정에서 벗어나 한국 자본시장이 개방적이라는 인식을 주는 데 성공했다. MSCI가 요구하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개방, 외국인 등록제 폐지, 한국 지수물 사용 등도 적극 수용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주가조작 사태가 터지면서 공매도 전면 개방 요구를 수용하기가 어려워졌다. 9년 전 선진국 예비명단 탈락도 최순실 게이트라는 부정부패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만큼 올해 재진입이 안 되면 영원히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는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도 문제가

    2023.05.14 18:24
  •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구로다 가고 우에다 시대 전개…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어떻게 변할까?

    1882년 일본은행(BOJ) 설립 이후 최장수 총재였던 구로다 하루히코가 퇴임하고 우에다 가즈오가 취임했다. 최대 관심사는 지난 10년 동안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획을 그었던 아베노믹스, 즉 엔저를 통한 수출진흥과 경기부양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베노믹스의 뿌리는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동산 거품 붕괴와 함께 불어닥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팍스 재펜시아’까지 꿈꾸었던 일본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크게 당황했다. 정책대응도 ‘대장성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을 놓고 엇갈렸다. 전자는 ‘엔저와 수출 진흥’으로 상징되나, 후자는 ‘물가 안정’으로 대변된다. 일본 경제는 내수 부문의 활력을 되찾아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탈피하기 어려운 고질병을 갖고 있다. 내수 부진이 인구 고령화 진전, 높은 민간저축률 등과 같은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재정여건도 크게 악화돼 1990년대처럼 정부가 민간수요를 적극적으로 대체해 촉진하는 데도 임계점을 넘은 지 오래됐다. 내수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경제여건 이상으로 강세를 보이는 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야 가능하다. 집권당인 자민당이 1990년 이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것은 BOJ 총재였던 미에노 야스시가 고집스럽게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비타협적 통화정책을 펼친 탓이라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엔저 정책으로 성장 노린 아베노믹스…부작용은?2012년 12월 아베 신조가 자민당 총리로 재집권하자마자 엔저를 통해 성장을 지향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전격적으로 영입했다. ‘경기

    2023.05.08 09:12
  • 찰스 3세, 마침내 왕관 썼지만…국제금융 중심 런던 위상은 추락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영국 국왕 대관식은 영연방 국가들의 충성 의무를 재확인하는 축제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찰스 3세 대관식 직전에 영연방의 상징인 호주가 대반란을 일으켰다. 자국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5호주달러에 찰스 3세 문양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영연방 형태로 남은 대영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연방의 태동은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 경제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갈 조짐을 보이자 자유사상가에 의해 ‘하나의 유럽’ 구상이 나왔지만, 출발부터 시련이 닥쳤다. 선민의식을 지닌 앵글로색슨족과 이를 반대하는 게르만족 간 역사적 앙금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1차 세계대전에 대한 책임과 미국의 경제 대공황으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옛 영화를 되찾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1931년 영연방이 태동했다. 다른 지역 블록과 달리 느슨한 형태의 영연방은 현재 참가국 52개국, 인구 25억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지역협의체다. 국제기구와 비교하면 G20(주요 20개국)와 비슷한 규모다. 영연방은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전성기를 누리다가 미국 주도의 팍스아메리카나 시대가 전개되면서 뒷전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가장 빨리 쇠퇴한 곳은 경제 분야다. 2차 대전 이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양대 축으로 한 세계 경제질서가 정착하면서 일부 영연방 국가의 탈퇴 조짐까지 일기 시작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영국은 1973년 뒤늦게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두 차례 대전으로 구체화하지 못하던 하나의 유럽 구상은 1957년 로마조약을 계기로 EU로 재출범한 이후 순조롭게 성장했다. 미국 주도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1972년

    2023.05.07 18:03
  • 韓 경제 '新샌드위치 위기론'…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계묘년, 올해 주요국의 경제 실상을 보여주는 1분기 성장률 발표가 마무리되고 있다. 중국은 4.5%(전년 동기 대비), 미국이 1.1%(전분기 대비 연율)로 나온 데 이어 한국은 0.3%(전분기 대비)로 나왔다. 통계 방식을 통일해 재산출해 봐도 한국이 여전히 낮게 나왔다. 우리 경제의 앞날도 밝지 않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전망치와 비교해 보면 미국은 1.2%에서 1.6%로, 중국은 4.4%에서 5.2%로 상향 조정됐다. 한국은 2.0%에서 1.5%로 낮아져 비교적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한국의 전체 수출 중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모두 올라갔는데도 우리 경제가 뒷걸음치리라는 것은 충격적이다. 민간소비, 투자, 정부 지출, 순수출(수출-수입) 등 총수요 항목별 기여도로 1분기 성장률 내역을 뜯어보면 원인이 드러난다. 가장 큰 문제는 순수출 기여도가 중국은 물론 미국보다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의 상징인 수출은 작년 9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달러 약세에도 한국의 원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이 같은 대외 여건에서도 수출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작년 말 104에서 지난 주말에 101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263원에서 1341원으로 급등(원화 가치 하락)했다. 환율 경쟁력 면에서는 우리가 가장 유리했다는 의미다. 수출이 부진한 가장 큰 요인은 대외 경제정책이 너무 빠른 기간에 미국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대중국 비중이 25%를 차지하는 수출 구조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으로 상징되는 직전 정부의 대외 경제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더

    2023.05.01 17:30
  • 테슬라 '가격할인' VS 삼성전자 '감산'…최종 승자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서학개미와 동학개미의 최대 보유 종목인 테슬라와 삼성전자가 ‘이윤 감소’라는 공동 현안에 대응하는 방법은 정반대다. 테슬라는 가격 할인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 가격 할인을 발표했고 지난 1분기 이윤이 급감하자 조만간 추가 할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감산 계획을 발표하고 이달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다.기업이 이윤 감소를 극복하는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초기부터 매출과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격 할인이다. 다른 하나는 초기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 매출과 점유율이 회복되고 이윤이 늘어나는 수량(quantity) 축소, 즉 감산이다.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의 대전제는 ‘시장경제와 균형이론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 여부다. 양대 전제가 충족되지 못할 때 가격 할인을 추진하면 시장실패를 불러와 이윤이 더 감소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감산이 더 효과적인 대책이다.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시장경제가 잘 작동하지 않음에 따라 불균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상황과 비슷하던 1980년대 초 태동한 불균형 이론에 따르면 특정 사건을 계기로 균형점에서 이탈했을 때는 시장조절 기능에 의해 다시 균형에 수렴된다고 봤다. 하지만 시장조절 기능이 작동하는 데는 시간이 걸려 불균형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자칫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재원 배분상 실패를 초래하고 참가자 모두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때는 국가가 개입하거나 선도기업이 나서서 수량을 조절해야 균형점을 되찾을 수 있다고 봤다.기업의 위상도 중요하다. 테슬라 같은 선도기업이 가격

    2023.04.23 18:03
  • IMF 1.6% vs Fed 0.4%…美 경제 성장률 누가 더 정확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1.6% 대 0.4%.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중앙은행(Fed)이 가장 최근에 내놓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다. 격차가 무려 1.2%포인트에 달해 불확실한 미래의 안내판 역할을 해야 할 예측이 오히려 경제주체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여기에 더해 수정 전망의 방향까지 완전히 엇갈려 투자자를 더욱 곤혹스럽게 한다. Fed는 작년 12월 전망 때 0.5%로 본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지난 3월 전망에서는 0.4%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IMF는 작년 10월 전망 때 1.2%로 내려 잡았던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지난 1월 말에는 1.4%로 올린 데 이어 이달에는 1.6%로 또다시 ‘상향’ 조정했다.성장률 격차와 수정 전망 방향을 종합하면 경기순환상 앞으로 미국 경기가 어느 국면에 놓일 것인가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Fed는 올해 하반기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3월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침체 우려에 대해 고용 호조를 근거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마지막까지 버텼던 종전과는 다른 시각이다.하지만 IMF는 어렵고 거칠더라도 미국 경기는 회복세(a rocky recovery)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10월 전망 때까지 스크루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비관적으로 봤던 시각에서 벗어났다.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비롯된 은행 위기에도 성장률을 높게 잡았다.미국 경기 순환 국면을 공식적으로 판정하는 기관은 미국경제연구소(NBER)다. 두 분기 연속 성장률이 플러스로 나올 때는 ‘회복’, 마이너스로 나올 때는 ‘침체’로 선언한다. 최근 분기별 미국의 성장률을 보면 작년 4분기 2.9%, 올해 1분기 3.2%로 NBER의 기준대로라면 회복 국면이다.하지만

    2023.04.16 18:18
  • 포스트 아베노믹스…日銀 통화정책, 어떻게 변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재임 기간 3673일, 1882년 일본은행 설립 이후 최장수 총재이던 구로다 하루히코가 퇴임하고 우에다 가즈오가 취임했다. 최대 관심사는 지난 10년 동안 국제 금융시장에 커다란 획을 그었던 아베노믹스, 즉 엔저를 통한 수출 진흥과 경기 부양 정책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아베노믹스의 뿌리는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동산 거품 붕괴와 함께 불어닥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팍스 재펜시아’까지 꿈꾸던 일본 정책당국은 크게 당황했다. 정책 대응도 ‘대장성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을 놓고 엇갈렸다. 전자는 ‘엔저와 수출 진흥’으로 상징되고, 후자는 ‘물가 안정’으로 대변된다.일본 경제는 내수부문 활력을 되살려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탈피하기 어려운 고질병을 갖고 있다. 내수 부진이 인구 고령화, 높은 민간 저축률 등과 같은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재정 여건도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70%에 달할 정도로 악화해 민간 수요를 대체하는 데도 임계점을 넘은 지 오래됐다.내수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 탈출은 경제 여건 이상으로 강세를 보이는 엔화 가치를 약세로 돌려놔야 가능하다. 자민당이 1990년 이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것은 일본은행 총재이던 미에노 야스시가 고집스럽게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비타협적 통화정책을 시행한 데 기인한다고 본 것도 이 때문이다.2012년 12월 아베 신조는 총리로 재집권하자마자 엔저를 통한 성장을 지향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전격 영입했다. ‘경기 상황과 통화 가치가 따로 노는 악순환 국면을 차

    2023.04.09 17:47
  • 美 은행위기가 韓 금융사에 주는 다섯 가지 교훈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비롯된 미국의 은행위기가 큰 고비는 넘기는 분위기다. 월가의 공포지수(VIX)와 주식시장 투자심리지표인 공포·탐욕지수(FGI)는 SVB 파산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 은행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량도 하루평균 270만 주로 정상 수준을 되찾고 있다.조 바이든 정부는 은행위기로 떨어진 국민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단일금융법(일명 도드-프랭크법)을 손질하는 등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의 안정세가 ‘진정한 축복’인지, 아니면 ‘위장된 축복’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은행위기는 몇 가지 교훈을 던져준다.첫째, 통화정책을 비롯한 모든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구성의 오류’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지난 1년간 미국 중앙은행(Fed)은 거시 차원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말이 뛰는 갤러핑 방식으로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미시 차원에서는 부도, 파산, 은행위기 등의 부작용이 잇달아 노출되고 있다.둘째, ‘그림자 금융의 무서움’을 재차 통감했다. 단일금융법의 적용 대상은 자산 규모 500억달러 이상 모든 은행이었는데 제롬 파월 Fed 의장 등이 주도해 5000억달러 이상 대형 은행으로 한정했다. 2000억달러대 SVB, 1000억달러대 시그니처은행이 피해 갈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은행위기의 빌미가 됐다.셋째, ‘디지털의 양면성’을 인식하는 첫 기회가 됐다. 모든 금융사는 고객에게 편리함을 준다는 명목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했는데 정작 예금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는 소홀했다. 금융위기 사례를 되돌아보면 법과 현실 간 괴리가 심할수록 대형 위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

    2023.04.02 18:03
  • 中의 은행위기 음모…美 국채 팔아 돈줄 더 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이달 중순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비롯된 미국 지방은행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위기는 유동성 위기, 시스템 위기, 실물경기 위기 순으로 전개된다. 조 바이든 정부는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황이다. 이런 노력이 혹시라도 무산되면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바이든 정부의 초기 대응은 2008년 리먼 사태 때 버락 오바마 정부와는 분명히 다르다. 위기 극복의 주체인 바이든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리먼 사태 당시 각각 부통령과 중앙은행(Fed) 부의장을 맡아 경험이 풍부하다. 위기 극복의 근거가 되는 단일금융법(도드-프랭크법)을 갖춰 놓고 있는 것도 다른 점이다.시스템 위기로의 전이를 막기 위해서는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구제금융으로 도덕적 해이를 낳았던 리먼 사태의 교훈을 살려 자기 책임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예금자는 확실히 보호해 추가 인출을 방지하는 한편 책임져야 할 금융사와 투자자의 자산은 조기에 파산시키거나 처분해 유동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하지만 리먼 사태에 따른 낙인 효과 등으로 신용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신용경색의 대표지수인 시장심도(market depth)지수는 SVB 사태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국채 변동성 지표인 무브(move)지수도 코로나19 사태 직후보다 높다.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와중에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팔아 미국의 돈줄을 죄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미 국채 매각 속도는 의외로 빠르다. 많을 때는 1조3000억달러가 넘었던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지난 1월 말 8590억달러 수준까지

    2023.03.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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