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은행위기 음모…美 국채 팔아 돈줄 더 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이달 중순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비롯된 미국 지방은행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위기는 유동성 위기, 시스템 위기, 실물경기 위기 순으로 전개된다. 조 바이든 정부는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황이다. 이런 노력이 혹시라도 무산되면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의 초기 대응은 2008년 리먼 사태 때 버락 오바마 정부와는 분명히 다르다. 위기 극복의 주체인 바이든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리먼 사태 당시 각각 부통령과 중앙은행(Fed) 부의장을 맡아 경험이 풍부하다. 위기 극복의 근거가 되는 단일금융법(도드-프랭크법)을 갖춰 놓고 있는 것도 다른 점이다.

시스템 위기로의 전이를 막기 위해서는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구제금융으로 도덕적 해이를 낳았던 리먼 사태의 교훈을 살려 자기 책임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예금자는 확실히 보호해 추가 인출을 방지하는 한편 책임져야 할 금융사와 투자자의 자산은 조기에 파산시키거나 처분해 유동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리먼 사태에 따른 낙인 효과 등으로 신용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신용경색의 대표지수인 시장심도(market depth)지수는 SVB 사태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국채 변동성 지표인 무브(move)지수도 코로나19 사태 직후보다 높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와중에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팔아 미국의 돈줄을 죄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미 국채 매각 속도는 의외로 빠르다. 많을 때는 1조3000억달러가 넘었던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지난 1월 말 8590억달러 수준까지 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은 바이든 정부에 매각 규모 이상으로 부담이 되고 있다. 공화당의 반대로 6월 초까지 연방부채 한도가 조정되지 않으면 디폴트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뒤늦게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해 시장금리가 더 올라가면 인플레이션과 은행위기를 잡을 수 없게 된다.

Fed의 통화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는 인플레이션 방지보다 신용경색 해소와 금융시스템 안정에 둬야 한다는 권고가 잇따르고 있다. 통화정책 주수단도 금리 변경보다 유동성 조절로 바꿔 양적긴축(QT)을 중단하고 양적완화(QE)를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눈에 띈다.

중국이 처한 여건을 고려하면 미 국채 매각을 줄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헝다 사태 이후 신용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모두 회수하라는 지시까지 검토할 정도다. 반(反)시진핑 세력의 현금 움켜쥐기와 해외 이탈도 심각한 상황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의 태도다. 중국이 미 국채 매각 원인을 미국이 먼저 제공했다고 역으로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당면한 인플레이션을 강달러 유도를 통해 수출한 탓에 자신들이 겪는 신용경색이 더 심해졌다는 입장이다. 강달러로 위안화가 약세가 되면 중국 내 자본이 유출되는 ‘차이나런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공산당대회를 통해 장기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은 미국의 강달러 유도에 의외로 민감한 입장이다. 강달러로 수입물가가 상승해 중국 국민이 느끼는 경제 고통이 심해졌다고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달러 독주체제를 적극 견제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다.

금융이 실물을 주도하는 시대에 미·중 간 머니게임은 경제패권을 최종적으로 누가 쥐느냐의 핵심이다. 양국이 주력하고 있는 첨단기술 개발을 비롯해 모든 패권 분야는 금융이 받쳐주지 못하면 의도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 우려되는 것은 중국의 미 국채 매각으로 더 벌어질 미국과의 금리 차다. 한·미 간 기준금리 차가 1.5%포인트로 벌어진 여건에서 미 국채 금리가 더 올라가면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달러 환율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확률이 높아진다. 위험 수위를 넘은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통화스와프 체결과 수익률 곡선 통제(YCC) 등과 같은 제3의 통화정책 수단이 요구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