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노조에 찍히면 전국 공사판에 발도 못 붙인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부도가 날 수밖에 없어 힘겹게 싸우고 있습니다.”

경기 의정부시 고산지구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만난 우영건설의 고위 임원은 21일 “조폭도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직원 11명인 우영건설은 우미건설의 하청을 받아 767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조원을 추가 고용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뒤 한 달째 노조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손해액만 1억원에 달한다. 임원 A씨는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거푸집 안에 부은 콘크리트 일부가 터지는 일이 발생했다”며 “시민의 목숨이 달렸는데 부실 시공하는 노조를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 노조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노조의 횡포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눈을 피해 출근길을 막거나 태업하는 등 괴롭힘 수법도 진화했다. 우영건설은 부실 공사 책임을 물어 민주노총 노조원 약 80명을 해고한 뒤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경영진은 고심 끝에 회사 이름을 밝히는 데 동의했다. A씨는 “오죽하면 가장 큰 기득권인 민주노총과 싸우고 있겠느냐”며 “이렇게라도 실상을 알리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의정부=조철오/안정훈/김우섭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