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주식 투자 경력 16년 8개월의 ‘개미(개인투자자)’가 있다. 그는 인천 백령도 군 복무 시절 주식 관련 책을 즐기다가 대학생 때 ‘초심자의 행운’으로 100% 이상 수익률을 맛본 뒤 상장폐지부터 전문가 단톡방 사기 등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전투개미’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다’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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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에서 ‘존버’(끈질기게 버틴다는 뜻의 비속어)는 승리할 수 있을까.

여기 10년의 기다림 끝에 달콤한 수익을 맛보고 있는 40대 직장인이 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백초보(가명) 과장은 2013년 2월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6만300원에 240주 매수한다. 주식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증권사 지인의 권유로 서른 살에 1400만원가량의 큰돈을 투자한 것이다. 같은 해 6월 8만900원까지 상승하지만, 그는 10만원까지 더 간다고 판단해 매도를 안 하게 된다. 하지만 주가는 계단식 하락을 거듭하다 2015년 1월 2만1250원까지 떨어진다. 이후 그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계좌 확인을 안했다. “대기업이라 망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2016년 9월 본전까지 왔지만 계좌를 열지 않았다. “주식 계좌는 아예 잊고 살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2020년 3월엔 장중 저점인 1만4850원을 기록하기도 한다. 원금 대비 손실률이 75.37%에 달했다. 이후 주가는 지난해부터 본격 상승 모드로 바뀌었다. 21일 종가는 10만6500원. 연초 대비(2일 7만3600원) 44.70% 올랐다. 10년여 만에 그의 계좌는 빨갛게 물들었다. 수익률은 76%, 수익금은 1100만원에 달한다. 그는 “100% 수익에 도전해 보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40대 직장인 백초보(가명)의 주식 계좌 잔고.     독자 제공
40대 직장인 백초보(가명)의 주식 계좌 잔고. 독자 제공

육·해·공·우주 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육·해·공·우주 전 영역에서 첨단 기술 기반의 제품을 보유한 기업이다. 전신은 1977년 설립된 삼성정밀공업으로 2015년 한화에 인수됐다. 지난해 11월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했고, 이달 한화방산을 합병했다.

최근 주가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방산 수요 장기화 전망 속 수주 금액이 약 20조원으로 증가했고, 방산 3사 통합 완료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또 발사체-위성-우주 서비스로 이어지는 우주사업 개발이 중장기 성장 포인트로 꼽힌다.

증권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3월 이후 6개의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20일 유진투자증권은 “1분기 매출액 1조8374억원(전년 대비 58% 증가), 영업이익 1139억원(전년 대비 142% 증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승윤 연구원은 “폴란드에 추가 인도된 K-9 자주포(현재까지 총 48문 인도 추정)의 실적 반영이 이뤄지고, 한화비전(구 한하테크윈)의 성장세가 돋보여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누리호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누리호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K-9 자주포 수주 모멘텀 지속 … 유진투자증권 “목표가 13만3000원”

수주 모멘텀도 긍정적이다. 기존에 알려진 폴란드 2차 계약 및 차세대 장갑자 레드백 호주 계약 가능성에 이어 루마니아가 K-9을 도입할 수도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양 연구원은 “올해 매출액 9조567억원(전년 대비 39% 증가), 영업이익 4932억원(전년 대비 31% 증가)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13만3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21일 기준 6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는 11만9500원이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누리호 체계종합 기업으로 선정돼 2027년 누리후 6차 발사까지 제작과 총괄관리를 수행하게 돼 K방산·우주 대표주자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상방산 부문의 높아진 수주잔고와 올해 본격화되는 해외 수출, 항공우주 부문의 수요 회복, 누리호 고도화 사업 등을 감안할 때 단기 실적 성정과 중장기 성장동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갖고 있다”며 방산·우주 최선호주로 찍었다.
K-9 자주포(오른쪽)와 K-10탄약운반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K-9 자주포(오른쪽)와 K-10탄약운반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2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방산 외에 신성장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주사업과 UAM(도심항공교통) 사업 등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 투자 및 육성하고 있다”고 했다. 또 ‘주주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는 질문엔 “지난해 연간 주당 배당금을 1000원(2021년 700원)으로 높였고, 4분기 실적 발표부터 주주 및 관계자들이 실시간 접속 가능한 웹캐스트 방식의 기업설명회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 설명회엔 과거 실적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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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