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얼마 전 서울 강남 도로 한복판에서 여성이 납치된 뒤 살해당해 큰 충격을 안긴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반적인 범행 수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용의자 이모 씨(35) 등 세 명은 지난 29일 오후 11시 48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여성 A씨를 납치해 대전 인근에서 살해하고, 대청댐 인근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달 31일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후 버려두고 달아난 차량에서 혈흔이 묻은 둔기와 주사기, 마취제 등이 발견된 점에 미뤄 피해자에게 진정제 성분을 투여한 뒤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시신 부검을 의뢰한 결과, 현재까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질식사'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용의자들이 납치 뒤 여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약물이 강제 투여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3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몸에서 검출됐다는 수면제 성분이 들어간 약물은)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쉽게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사람의 조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용의자 중) 한 사람이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검거된 장소가 성형외과이다 보니, (추가) 공범이 더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시신 부검을 하면 바늘 자국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나올 수 있을 거고, 지금 그런 부분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음이) 의심되고 있다"며 "(범행 차량에서 발견된) 둔기로 의식이 없게 한 다음 어떤 행위들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추정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8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납치사건 현장. 납치범 차량이 아파트 주변에 정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8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납치사건 현장. 납치범 차량이 아파트 주변에 정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들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아마도 금전과 연관된 원한 관계였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며 "피해자를 포함해 아마도 전자화폐 거래를 했던 전력이 있고, 사업자 등록 등을 거쳐서 2018년도에 사업체가 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재차 투자금을 받아서 지금 다시 사업을 시작한 것"이라며 "그 사업에 연루된 사람들이 아마 피해 호소를 하는 것 같고, 그 끝에 사건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 두 명에 의해서 일어난 사건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은 계획범죄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다"며 "일반 여성 또는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사건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과수는 향후 약·독물 검출 등에 대해 분석한 후 피해자 A씨 사인에 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피의자 3명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께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연모 씨(30), 황모 씨(35), 이모 씨(36) 등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이들은 오전 9시 36분께 서울 수서경찰서 유치장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각각 호송차에 올라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