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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경쟁사 제거 가능성’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기대감에 급등
균주 출처 분쟁 과정에서 해외진출 지연-품목허가 취소
[마켓PRO] '보톡스 시장 독식' 꿈꾸는 메디톡스, 가능성 없지 않지만…
미간주름을 개선해주는 의약품으로 유명한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는 1g만으로 수백명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맹독입니다. 이 약물의 작용 메커니즘 역시 근육에 수축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마비시켜 해당 부위의 힘을 빼는 것이죠. 국내 성형외과 의원에서는 몇만원만 내면 어렵지 않게 시술받을 수 있지만, 상당히 위험한 약물입니다.

이 위험성이 보툴리눔톡신제제를 만드는 기업들, 특히 이 업계의 선발주자인 메디톡스의 주가를 요동치게 했습니다. 국가는 위험한 물질이 국민의 생명을 해치지 않도록 규제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최근 보툴리눔균을 포함한 생물테러위험병원체에 대한 관리 수준을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된다는 소식에 메디톡스 주가가 치솟았다가, 심사가 보류되면서 주가가 밀렸습니다.
[마켓PRO] '보톡스 시장 독식' 꿈꾸는 메디톡스, 가능성 없지 않지만…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진입장벽 복원해줄까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의 복지위 통과 무산에는 메디톡스를 제외한 보툴리눔톡신제제 기업들의 로비가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집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보툴리눔톡신제제를 만드는 원료인 보툴리눔균주의 출처에 자신이 없는 기업들이 필사적으로 감염병예방법 개정을 막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정안은 보툴리눔균주 보유 기업들이 균주의 유전자를 분석한 염기서열 정보를 방역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불법으로 균주를 취득했다거나 균주 출처와 관련해 허위로 신고한 게 드러나면 보툴리눔톡신제제의 품목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거든요.

국내 보툴리눔톡신제제 업계에서 메디톡스와 제테마 정도만 균주 출처가 확실한 기업으로 꼽힙니다. 특히 메디톡스는 2010년대 중반부터 경쟁사들이 자사 균주를 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쳐왔습니다.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세계적으로 보툴리눔톡신제제 제조업체는 지역별로 한두개 기업이 고작입니다. 상업성 있게 보툴리눔독소을 뽑아낼 수 있는 보툴리눔균주를 확보하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툴리눔균주를 확보하는 게 진입장벽인 거죠. 하지만 국내에는 보툴리눔톡신제제 제조업체가 열 곳이 넘습니다.

이런 의심에서 출발한 메디톡스는 국내의 경쟁 보툴리눔톡신제제 제조업체 중 가장 먼저 미국 시장에 진출한 대웅제약과 그 파트너사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해 승소했고, 비슷한 소송을 휴젤을 상대로도 제기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국내 민사소송 1심에서도 예상 밖 승소 판결을 받아냈죠.

대웅제약과의 민사소송 1심 판결로부터 시작된 메디톡스의 주가 상승세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의 복지위 상정 가능성에 더 탄력을 받았습니다. 국내 보툴리눔톡신제제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마켓PRO] '보톡스 시장 독식' 꿈꾸는 메디톡스, 가능성 없지 않지만…

호재 나와 주가 급등했는데…증권사 분석은 뚝 끊겨

대웅제약과의 민사소송 1심 판결이 나온 이후 한달도 지나지 않아 메디톡스 주가는 2배 가량으로 치솟았습니다. 호재가 소멸된 것도 아닙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관심을 가지며 분석 보고서가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오히려 분석 보고서가 뚝 끊겼습니다. 그나마 꾸준히 분석해오던 이동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마저 작년 12월20일에 발행한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작년 연간 실적 프리뷰(전망)·리뷰(분석)조차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메디톡스에 대한 올해의 분기별 실적 추정치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메디톡스를 매수하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뜻이겠죠. 메디톡스 주가가 적정 가치보다 비싸다는 말도 될 겁니다.

우선 지금 당장 이슈가 되고 있는 국내 시장 독점 가능성부터 살펴보죠. 최종윤 의원의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은 복지위 법안소위 계속 심사 대상으로 결정됐습니다. 두 달 뒤 쯤 열릴 다음 소위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되죠.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이야 예상하기 힘듭니다. 다만 생물테러위험병원체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취지와 다르게 보툴리눔톡신제제 업계의 이권 다툼의 쟁점이 된 게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실무자 시절부터 수년에 걸쳐 사명감을 갖고 생물테러위험 병원체 관리 강화를 추진해온 방역당국의 간부급 공무원 A씨조차 “바이오산업의 발전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고 우려할 정도입니다.

균주 출처 분쟁 과정에서 국내외 시장 모두에서 뒤처져

주식시장의 기대대로 보툴리눔균주 확보라는 진입장벽이 복원된다고 가정해도 메디톡스에 꽃길만 펼쳐지는 건 아닙니다. 보툴리눔톡신제제 사업의 성장성의 무게추가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이 팔리는 단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성형외과 의원이 몰려 있어 경쟁이 치열한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인 미용 목적의 보툴리눔톡신제제 시술을 3만원만 내면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반면 수출용 보툴리눔톡신제제의 단가는 바이알당 수십만원에 이르죠.

문제는 주요 보툴리눔톡신제제 업체들 중 메디톡스가 선진시장 진출에 가장 뒤처져 있다는 점입니다. 법정 다툼을 벌인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 판매명 주보)는 이미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고, 휴젤도 작년 10월 미 식품의약국(FDA)에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다시 신청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보툴리눔톡신제제를 개발한 메디톡스가 해외 진출에는 가장 느린 겁니다.

뿐만 아닙니다. 국내 시장 1위 자리도 벌써 수년 전에 휴젤에 내줬습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소송전에 힘을 쏟는 동안 후발주자인 휴젤이 공격적으로 영업한 결과입니다.

대웅제약과의 균주 출처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법률 리스크도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현재 메디톡스의 주요 제품은 모두 불안한 허가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국가출하승인 미승인 제품의 국내 유통, 시험성적 조작 등의 이슈로 주요 제품 모두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바 있거든요. 메디톡스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법원으로부터 식약처 처분의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내 현재는 품목허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건의 본안소송에서 한 건이라도 패소하게 되면 해당 이슈에 포함된 제품의 품목허가 취소가 확정될 수 있습니다.

물론 메디톡스도 대비는 했습니다. 새로운 보툴리눔톡신제제를 개발해 올해 1분기 중 품목허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신제품인 뉴럭스가 현재 판매되고 있는 범용제품인 메디톡신에 더해 액상형 제제 이노톡스, 내성 발현 가능성을 줄인 코어톡스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