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왼쪽 두번째)가 13일 서울 태평로 1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의 평가와 의미'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진 센터장,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연합뉴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왼쪽 두번째)가 13일 서울 태평로 1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의 평가와 의미'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진 센터장,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연합뉴스
강제징용 해법 발표의 후속조치로 일본 측이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명시적으로 표명하고 피해자 측을 고려해 신중하게 발언해야한다는 주장이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13일 서울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일본학회가 주최한 '강제징용 해법의 평가와 의미'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번 한·일 정상회담 기간이나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의 흐름 속에서 역사를 직시하고 계승한다는 내용을 분명히 밝혀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대일본학회는 1978년 설립돼 한·일 연구교류 등을 추진해온 단체다.

진 센터장은 "사죄와 반성을 한다는 기존의 문구가 정말로 살아있는지, 한국 국민은 '계승한다'는 말로 이해할 수 없다"며 "구체적으로 얘기해주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6일 해법 발표 이후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계승한다고 밝힌 것만으로는 국내 여론을 설득하기 부족하다는 뜻이다.

조윤수 동북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기시다 총리가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해서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식민지 지배로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끼친 것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직접 말하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를 고려해 신중하게 발언해야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진 센터장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지난 9일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한국인 강제징용과 관련해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이런 말들은 지금까지 노력하는 한국 정부에 너무나 많은 공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협력해서 문제를 풀려고 해야지, 한 쪽이 승리했다는 구도로 한·일관계 개선은 어렵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진 센터장은 해법 발표 이후 정부의 과제를 설명하며 "피해자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는 대통령의 자세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2015년 위안부 합의가 나왔을 때도 가장 많이 지적한 부분이 대통령이 이 조치에 대해 설명을 하든 설득을 하든 포용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합의문 발표 후 소통이 부족해 호의적인 여론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부소장은 "리더십의 포용성이랄까, 피해자 지지단체까지 포함할 수 있는 리더십이 발휘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강제징용 해법 발표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다만 정부가 피해자 구제를 책임지고 완전한 도덕적 우위에 섰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 센터장은 "윤 정부가 아닌 야당 정부가 들어섰더라도 이런 선택은 불가피하다"라며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그 당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해법안 발표는 기시다 총리가 하지 못한 정치적 결단을 윤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해법안이 나온 배경에 대해 "한·일 관계는 전방위적인 갈등 상황에 놓여 난마처럼 얽힌 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원점 타격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피해자 구제는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하고 일본에게는 도덕적인 우위에 서서 일본에게는 응당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는 수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며 해법안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