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한번 더 속아줘?" 아이폰15 기대감 부푸는 LG이노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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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코로나 봉쇄에 허탕 친 아이폰14 수혜, 올해 만회할까
FC-BGA로 애플·광학솔루션 편중 극복할지도 관건 애플의 행보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기업 규모가 크지 않은 부품 회사들도 있지만, 국내 재계 서열 4위라는 LG그룹의 상장 계열사들도 애플 테마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투자자 중에서는 원치 않는 장기투자나 손실의 기억을 안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겁니다. 아이폰이나 애플카 등 애플의 신제품에 부품을 공급하는 데 따른 수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LG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으니까요.
오늘 이야기할 LG이노텍이 대표적입니다. 애플에 광학기기와 반도체 기판을 공급하고 있죠. 2021년말엔 애플이 메타버스를 구현할 확장현실(XR) 기기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으로, 이듬해인 작년 봄엔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에 들어갈 카메라 성능이 크게 높아진다는 소식으로 각각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일 종가는 26만5500원으로, 작년 3월22일의 고점 41만1500원 대비 35.48% 하락한 수준입니다. 애플의 XR기기 출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데다, 기대를 모았던 아이폰14 시리즈의 출하 성적이 공장이 있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영향으로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더 하향되거나, 실적이 컨센서스에 크게 못 미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할 조짐까지 보입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LG이노텍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깎으면서 컨센서스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거든요. 작년 4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튿날인 지난 1월26일에 실적 분석(리뷰) 보고서가 쏟아지면서 하루만에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3236억원에서 2383억원으로 대폭 하향된 뒤에도 하향 추세가 쭉 이어진 겁니다.
특히 가장 최근인 지난 9일에 추정치를 수정한 대신증권의 컨센서스의 반토막 수준인 114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작년 4분기 실적 리뷰 때 제시한 1980억원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죠.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 시리즈의 판매 둔화 및 고정비 부담 증가, 반도체 기판의 매출 감소 등 전체적으로 영업이익률이 종전 추정을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생산차질이 LG이노텍의 아이폰14 시리즈 장사를 망친 셈입니다. 작년 10월 출시된 아이폰14 시리즈는 당초 4분기에만 9000만대 출하될 전망이었지만,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셧다운으로 출하량이 7000만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저우 지역의 봉쇄가 풀린 이후에도 아이폰14 시리즈 출하량 회복이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4 시리즈의 생산 차질 이슈가 작년 말에 해소됐지만, 이연 수요는 예상보다 미흡하다”며 “1월 판매량은 208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역성장했다”고 전했습니다. 작년말 정저우 지역 봉쇄로 아이폰14 시리즈를 구매하지 못한 글로벌 소비자들이 올해 생산이 정상화된 뒤에 구매하지 않은 겁니다.
무엇보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인 충전 단자가 USB-C 타입으로 바뀌는 점이 뒤늦은 아이폰14 시리즈 구매를 가로막고 아이폰15 시리즈 출시를 기다리게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아이폰14 시리즈가 공개될 전 유럽에서 스마트폰 충전 단자를 USB-C 타입으로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죠. 당초 아이폰14 시리즈부터 충전 단자 변경이 기대되기도 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고, 이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15 시리즈에는 USB-C 타입 충전단자를 탑재할 계획을 드러냈죠.
투자자들은 LG이노텍이 애플에 공급하는 카메라모듈의 단가를 높일 변화 가능성을 따져봐야겠죠. 우선 고배율 망원 성능을 일명 ‘카툭튀’(스마트폰 후면 카메라 렌즈의 돌출)를 완화하면서 구현할 잠망경 카메라모듈이 프로 이상에 적용되고, 모든 라인업에는 4800만화소의 카메라모듈이 들어갈 전망입니다.
특히 LG이노텍은 잠망경 방식의 카메라 모듈에 들어가는 액추에이터를 내재화한 데다, 이 모듈을 애플이 독점 공급할 가능성도 제기돼 수익성의 개선까지 기대되고 있습니다.
LG이노텍의 불확실성도 이 지점에 있습니다. 애플로의 매출 비중 쏠림이 심하다는 겁니다. 카메라모듈을 만드는 광학솔루션 부문은 LG이노텍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상당 부분이 애플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LG이노텍이 애플에 매출의 7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향후 카메라모듈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면 LG이노텍 실적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 BOE로의 발주를 늘린 바 있으니까요.
FC-BGA는 반도체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입니다. 컴퓨터 메인보드에 중앙처리장치(CPU)를 꼽는 자리에 붙어 있는 기판을 생각하면 됩니다. LG이노텍은 4130억원을 투자해 FC-BGA 제조 시설 및 설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제품을 양산할 예정입니다.
특히 FC-BGA 사업 진출을 선언한지 1년 남짓만에 양산에 나서는 속도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보통 FC-BGA 기판 개발에 나선 뒤 양산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더군요.
반도체기판 부문이 만들어온 제품과 겹치는 기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LG이노텍이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무선주파수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G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의 생산 공정이 FC-BGA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수요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예전엔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 인텔, 엔비디아, AMD 등 소수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애플, 구글, 테슬라 등이 직접 반도체 개발에 나서면서 FC-BGA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FC-BGA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코로나 봉쇄에 허탕 친 아이폰14 수혜, 올해 만회할까
FC-BGA로 애플·광학솔루션 편중 극복할지도 관건 애플의 행보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기업 규모가 크지 않은 부품 회사들도 있지만, 국내 재계 서열 4위라는 LG그룹의 상장 계열사들도 애플 테마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투자자 중에서는 원치 않는 장기투자나 손실의 기억을 안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겁니다. 아이폰이나 애플카 등 애플의 신제품에 부품을 공급하는 데 따른 수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LG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으니까요.
오늘 이야기할 LG이노텍이 대표적입니다. 애플에 광학기기와 반도체 기판을 공급하고 있죠. 2021년말엔 애플이 메타버스를 구현할 확장현실(XR) 기기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으로, 이듬해인 작년 봄엔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에 들어갈 카메라 성능이 크게 높아진다는 소식으로 각각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일 종가는 26만5500원으로, 작년 3월22일의 고점 41만1500원 대비 35.48% 하락한 수준입니다. 애플의 XR기기 출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데다, 기대를 모았던 아이폰14 시리즈의 출하 성적이 공장이 있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영향으로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에 아이폰14 수혜는 기대 이하
특히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 생산 차질의 여파가 올해 1분기 실적도 짓누를 전망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LG이노텍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041억원입니다. 1년 전 대비 44.4% 감소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겁니다.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더 하향되거나, 실적이 컨센서스에 크게 못 미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할 조짐까지 보입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LG이노텍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깎으면서 컨센서스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거든요. 작년 4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튿날인 지난 1월26일에 실적 분석(리뷰) 보고서가 쏟아지면서 하루만에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3236억원에서 2383억원으로 대폭 하향된 뒤에도 하향 추세가 쭉 이어진 겁니다.
특히 가장 최근인 지난 9일에 추정치를 수정한 대신증권의 컨센서스의 반토막 수준인 114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작년 4분기 실적 리뷰 때 제시한 1980억원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죠.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 시리즈의 판매 둔화 및 고정비 부담 증가, 반도체 기판의 매출 감소 등 전체적으로 영업이익률이 종전 추정을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생산차질이 LG이노텍의 아이폰14 시리즈 장사를 망친 셈입니다. 작년 10월 출시된 아이폰14 시리즈는 당초 4분기에만 9000만대 출하될 전망이었지만,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셧다운으로 출하량이 7000만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저우 지역의 봉쇄가 풀린 이후에도 아이폰14 시리즈 출하량 회복이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4 시리즈의 생산 차질 이슈가 작년 말에 해소됐지만, 이연 수요는 예상보다 미흡하다”며 “1월 판매량은 208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역성장했다”고 전했습니다. 작년말 정저우 지역 봉쇄로 아이폰14 시리즈를 구매하지 못한 글로벌 소비자들이 올해 생산이 정상화된 뒤에 구매하지 않은 겁니다.
아이폰15가 전화위복?…애플 편중 해소 과제도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아이폰15 시리즈를 기대하며 LG이노텍에 대한 ‘매수’ 의견을 고수합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폭스콘 정저우 공장 생산차질로 빚어진) 아이폰14 시리즈의 이연수요와 2020년 판매된 아이폰12 시리즈의 교체 수요가 아이폰15 잠재수요에 일부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무엇보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인 충전 단자가 USB-C 타입으로 바뀌는 점이 뒤늦은 아이폰14 시리즈 구매를 가로막고 아이폰15 시리즈 출시를 기다리게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아이폰14 시리즈가 공개될 전 유럽에서 스마트폰 충전 단자를 USB-C 타입으로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죠. 당초 아이폰14 시리즈부터 충전 단자 변경이 기대되기도 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고, 이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15 시리즈에는 USB-C 타입 충전단자를 탑재할 계획을 드러냈죠.
투자자들은 LG이노텍이 애플에 공급하는 카메라모듈의 단가를 높일 변화 가능성을 따져봐야겠죠. 우선 고배율 망원 성능을 일명 ‘카툭튀’(스마트폰 후면 카메라 렌즈의 돌출)를 완화하면서 구현할 잠망경 카메라모듈이 프로 이상에 적용되고, 모든 라인업에는 4800만화소의 카메라모듈이 들어갈 전망입니다.
특히 LG이노텍은 잠망경 방식의 카메라 모듈에 들어가는 액추에이터를 내재화한 데다, 이 모듈을 애플이 독점 공급할 가능성도 제기돼 수익성의 개선까지 기대되고 있습니다.
LG이노텍의 불확실성도 이 지점에 있습니다. 애플로의 매출 비중 쏠림이 심하다는 겁니다. 카메라모듈을 만드는 광학솔루션 부문은 LG이노텍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상당 부분이 애플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LG이노텍이 애플에 매출의 7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향후 카메라모듈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면 LG이노텍 실적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 BOE로의 발주를 늘린 바 있으니까요.
신사업 FC-BGA로 광학솔루션 부문 편중 극복할까
이런 문제는 LG이노텍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광학솔루션 부문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작년부터 반도체 기판 사업 중에서도 고부가 제품인 비메모리반도체용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키우기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니까요.FC-BGA는 반도체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입니다. 컴퓨터 메인보드에 중앙처리장치(CPU)를 꼽는 자리에 붙어 있는 기판을 생각하면 됩니다. LG이노텍은 4130억원을 투자해 FC-BGA 제조 시설 및 설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제품을 양산할 예정입니다.
특히 FC-BGA 사업 진출을 선언한지 1년 남짓만에 양산에 나서는 속도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보통 FC-BGA 기판 개발에 나선 뒤 양산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더군요.
반도체기판 부문이 만들어온 제품과 겹치는 기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LG이노텍이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무선주파수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G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의 생산 공정이 FC-BGA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수요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예전엔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 인텔, 엔비디아, AMD 등 소수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애플, 구글, 테슬라 등이 직접 반도체 개발에 나서면서 FC-BGA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FC-BGA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