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레미제라블로 입장해 뉴진스로 퇴장한 尹’

윤석열 대통령의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참석을 두고 한 언론은 재치 있게 이 같은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행사장 입장과 퇴장 때 쓰인 음악은 그만큼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19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은 2016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등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이 행사장 중간 뒷문으로 입장하자 배경음악으로 영화 ‘레미제라블’ OST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가 울려 퍼졌다. 영화 말미에 주인공 장 발장이 숨진 뒤 천국에서 다른 등장인물들과 함께 바리케이트 위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준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Do you hear the people sing(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가 울려퍼지는 장면. 유튜브 캡쳐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Do you hear the people sing(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가 울려퍼지는 장면. 유튜브 캡쳐
‘민중’과 ‘투쟁’ 등을 담은 소위 ‘혁명가’란 점에서 이 노래는 진보진영의 집회 현장 등에서 주로 쓰였다. 2016년 11월 27일 ‘박근혜 정권 퇴진 범국민행동 민중총궐기’로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뮤지컬 배우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청와대 방향을 가리키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등장과 함께 민중의 노래가 나온 건 일종의 ‘사고’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SNS에 “대통령 입장음악으로 이걸 고른 사람은 윤리위 가야 할 듯”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생각은 달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진정한 약자와 서민을 힘들게 하는 ‘이권 카르텔’을 근절하자는 윤 대통령의 의지는 입장 때 울려 퍼진 ‘민중의 노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사실 민중의 노래는 윤 대통령이 평소 즐겨 듣는 애청곡이자 애창곡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진짜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가 목숨 걸고 일해야 한다는 결기를 다지자는 취지”라며 “저희들(대통령실 참모) 사이에는 익숙했는데 당에서 어떻게 알고 이 노래를 틀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청년들을 위해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자유민주주의와 헌법가치를 수호하는 정당으로 거듭나 약자를 배려하자는 취지로 레미제라블 주제곡을 고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Hype boy(하입보이)’를 부른 걸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Hype boy(하입보이)’를 부른 걸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실제 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참모는 예전부터 민중의 노래를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컬러링)으로 쓰고 있었다. 그는 “(사회를) 확 바꾸길 원하는 사람들은 다 가슴이 끓는 곡”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이날 축사를 마치고 퇴장할 때 쓰인 뉴진스의 ‘Hype boy(하입보이)’는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뉴진스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놓고 카카오와 경쟁 중인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소속 걸그룹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윤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담은 유튜브 쇼츠 영상에 뉴진스 하입보이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며 “다만 그래서 전당대회에 쓰인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