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1일(이하 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이날 아테네의 헬레닉 트레인 본사 앞에서 열차 사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헬레닉 트레인은 사고 열차가 소속된 그리스의 주요 철도 회사로 시위에 참여한 시민 1000여명은 명백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촛불을 들었다. 일부 시민이 돌을 던지는 등 분위기가 격화하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명령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발생한 이번 사고에 대해 그리스 소방청은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현재까지 43명이라고 밝혔다. 열차 잔해에 깔린 시신이 발견될 가능성이 큰 데다 입원 치료 중인 환자 57명 중 6명이 중태여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객차가 탈선해 찌그러지면서 한차례 폭발까지 일어나 피해가 더욱 커졌다.

그리스 수사 당국은 선로 운영 과정에서 과실로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현지 경찰은 이날 사고 열차의 직전 정차지인 라리사역의 역장을 긴급 체포하기도 했다.

그는 라리사역 부근에서 정체 현상이 발생하자 여객 열차에 선로 변경을 잘못 지시해 막대한 인명 피해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체포된 역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주장 중이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사고 현장을 방문해 명확한 원인 파악을 주문한 뒤 “그리스 역사상 최악의 철도 참사”라며 “인간의 실수에 따른 비극적인 사고”라고 밝혔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교통부 장관은 “억울하게 숨진 이들을 향한 최소한의 추모와 존중의 표현”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리스 정부는 오는 3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모든 공공건물에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몰도바를 방문 중이던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대통령은 “국민 곁에 머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하겠다”며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사고 당시 해당 여객열차는 승객 342명과 승무원 10명을 싣고 수도 아테네에서 출발해 북부의 제2 도시 테살로니키를 향하고 있었다. 선로는 복선이었지만 테살로니키에서 라리사로 향하던 화물열차와 같은 선로를 마주 보며 달리다 충돌했다. 두 열차는 충돌하기 전 수 킬로미터를 한 궤도에서 달렸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