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인공섬 '팜 주메이라'에 지어진 '아틀란티스 더 로얄' 호텔. 사진=쌍용건설
두바이 인공섬 '팜 주메이라'에 지어진 '아틀란티스 더 로얄' 호텔. 사진=쌍용건설
얼마 전 쌍용건설이 두바이에 또 하나의 랜드마크 호텔을 완성했습니다. 바로 두바이 자랑인 인공섬 '팜 주메이라'에 지어진 '아틀란티스 더 로얄' 호텔입니다. 규모와 디자인 모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 호텔 중 하나가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아틀란티스 더 로얄은 2015년 12월 두바이투자청이 1조5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호텔입니다. 쌍용건설을 주축으로 14개 국가, 54개 컨설턴트가 함께 설계했습니다. 이미 두바이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를 시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아틀란티스 더 로얄로 한국 건설업계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쌍용건설은 이미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27개월 만에 준공시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영향으로 싱가포르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효과까지 누렸습니다. 특히 중국의 부자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가고 싶은 도시로 싱가포르가 꼽혔습니다. 부르즈 할리파가 있는 두바이 역시 꼭 가고 싶은 나라 3위에 들어갔습니다.

한국 건설사들이 세계 각지에 랜드마크를 짓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이런 건물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서울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호텔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5성급 랜드마크 호텔들이 주상복합 부지나 오피스 건축물로 팔리는 실정입니다.
싱가포르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MBS) 호텔. 사진=샌즈그룹
싱가포르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MBS) 호텔. 사진=샌즈그룹
38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쉐라톤 팔레스호텔은 주상복합 신축 건물이 될 예정이고, 1980년 남서울호텔로 시작한 르메르디앙 호텔도 철거될 처지입니다. 지방 랜드마크 호텔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107년이나 영업해 온 대전 유성호텔이 이달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두바이나 싱가포르에 들어선 랜드마크가 한국에서 지어지지 않는 이유는 투자자입니다. 일반 호텔들도 투자자가 없는 탓에 분양형 호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로 객실을 분양해 건설 자금을 마련하는 형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된 랜드마크를 기획·설계·시공·운영할 디벨로퍼도 없습니다. 건설사들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랜드마크보다는 돈이 되는 아파트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결국 서울처럼 랜드마크 건축물을 건설하면 용적률을 상향시켜주는 등의 특혜를 제시하지 않으면 관심을 얻기 힘듭니다. 현재 서울시가 재추진하는 상암동 DMC 랜드마크는 원래 세계 2위 건축물인 133층, 640m 규모로 추진됐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주거 용도를 20% 이내로 제한해 사업성이 떨어졌습니다. 현재도 오피스나 호텔로만 건설하라고 하면 지어질 가능성이 없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도 땅을 쪼개서 팔라고 하면 아무도 랜드마크를 짓지 않으려 할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랜드마크를 건설할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을 제공해야 합니다. 특혜라는 편견을 버리면 한국에도 랜드마크 건축물이 탄생하고 외국 부자 관광객들이 찾아오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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