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 로비에 사과들이 놓여져있다./ 현대카드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 로비에 사과들이 놓여져있다./ 현대카드
러블리 애플, 오늘의 점심, 그리고 현대카드 로비에 쌓여있는 사과들까지.

최근에 이 분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보면 사과 장사하시는 분 아닌가 싶은데요. 사과 장사하시는 분 아니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계정입니다.

1월 중순부터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에 사과 사진이 계속 올라오더니, 결국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이 확정됐습니다. 애플처럼 디자인으로 승부보려는 현대카드가 그 어렵다던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을 이끌어냈습니다.

애플페이에는 현대카드만 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는 이제 완전히 공식화됐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신용카드사들이 필요한 관련 절차 등을 준수하여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애플도 지난 8일 애플페이의 한국 출시를 공식화했습니다.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 소식은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있었지만 애플이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초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은 현대카드가 주축이 됐고, 독점 계약을 맺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는데요. 금융당국의 유권 해석을 받는 과정에서 당초에 애플과 합의했던 국내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의 배타적 사용권, 즉 독점은 포기했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현대카드만 애플페이에 등록해 쓸 수 있을 전망입니다. 원칙적으로 현대카드 외의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됐지만 다른 회사들도 애플과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애플페이엔 무슨 카드 써야 되지"…혜택 비교해 보니 [송영찬의 핀테크 짠테크]
사실 타 카드사 진출의 결정적인 장벽은 애플의 깐깐한 요구입니다.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별도의 결제 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받습니다.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모두 스마트폰을 결제단말기에 갖다 대는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건 마찬가지지만, 결제 방식이 다릅니다. 삼성페이는 국내에서 카드 후면의 마그네틱에 저장된 카드 정보를 전자유도 현상을 이용해 단말기에 전송하는 마그네틱전송(MST) 방식을 사용합니다. 반면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 더 정확히는 EMV 비접촉(컨택리스) 결제 방식을 사용합니다.

문제는 EMV 컨택리스 방식 그 자체가 아니라 EMV 컨택리스 결제 수수료에 있습니다. 현재 국내 카드사들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0.5%의 수수료도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이렇게 받는 수수료 중 일부를 다시 애플에 떼어줘야 하니 반발이 있는거죠.

혜택 좋은 현대카드 상품은 뭐가 있을까

많은 현대카드 상품들은 카드로 ‘짠테크’하려는 많은 금융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아왔던 게 사실입니다. 같은 종류의 다른 카드사 상품들에 비해 혜택이 적다는 이유에서죠. 대표적인 게 현대카드의 적립 포인트 제도인 'M포인트'입니다. 1포인트가 1원의 가치를 갖는 대부분의 다른 카드사들과 달리, M포인트의 경우 현금화할 경우 '1포인트=0.67원'의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1M포인트를 1원의 가치로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1M포인트는 0.67원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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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결제액을 전부 포인트로 결제하기도 굉장히 어려워서 많은 현명한 금융소비자들은 현대카드의 자체 포인트 적립형 카드보다는 대신 할인형 상품을 찾습니다. 대표적인 상품이 '현대카드 제로 에디션2(할인형)' 상품입니다. 제로 에디션2 시리즈에는 할인형도 있고 포인트형도 있는데요. 두 상품을 비교하면 숫자만 놓고 봤을 때 포인트형이 유리해보이기도 합니다. 할인형은 모든 가맹점에서 0.7%가 할인되는 반면 포인트형 상품은 모든 가맹점에서 1%가 적립됩니다. 생활필수영역에서도 할인형은 1.5%가 할인되지만 포인트형은 2.5%가 적립됩니다.

하지만 1M포인트는 현금화할 때 0.67원의 가치를 갖기 때문에 1% 적립의 경우 1000원당 6.7원이 적립되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0.7% 할인이라면 1000원당 7원이 할인되는거죠. '%' 앞의 숫자만 놓고 비교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네이버 현대카드./ 현대카드
네이버 현대카드./ 현대카드
현대카드 상품 중 포인트 적립형 카드를 찾는다면 네이버와 현대카드가 합작한 상업자표시카드(PLCC)인 '네이버 현대카드'의 효율이 더 낫습니다. 우선 네이버 현대카드는 네이버 쇼핑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효용이 좋습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적립 대상 상품을 결제할 경우 최대 5%가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됩니다. 네이버가 아닌 곳에서 이용해도 한도없이 결제액의 1%가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되는데요. M포인트보다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사용처가 더 많고, 특히 네이버페이 포인트의 경우 1포인트가 1원의 가치를 갖기 때문에 효용이 더 높습니다. 연회비도 1만원으로 비싼 편은 아니지만 전월실적이 30만원 이상일 때 혜택이 제공된다는 점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대한항공카드./ 현대카드
대한항공카드./ 현대카드
항공 마일리지 적립 카드를 찾는다면 '대한항공 카드'가 있습니다. 대한항공카드는 △030 △070 △150 △더퍼스트 등 4종류로 나뉘는데 각각의 숫자는 연회비를 뜻합니다. 이 중 더퍼스트의 경우 연회비도 50만원인 프리미엄급 카드인데다가 스카이패스 모닝캄 등급 이상의 우수회원만 신청 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에 제외하고, 나머지 상품들의 경우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에서 항공권을 구매할 때나, 해외 결제 등을 제외하고는 국내 가맹점에서 1000원당 1마일리지 적립이라는 동일한 적립률을 갖고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많은 경쟁상품들이 평균 4~5만원대의 연회비를 자랑한다는 점을 놓고 봤을 땐 3만원의 연회비로 가성비가 좋은 편입니다.

대한항공카드 030을 최초 발급받을 경우엔 웰컴보너스로 3000마일을 제공해주고, 다음달 말까지는 발급 후 응모한 뒤 오는 4월 10일까지 20만원 이상 사용하면 7000마일을 추가 적립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애플페이는 국내에 잘 정착할까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진출 성패는 몇 가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첫번째 관건은 애플워치입니다. 애플페이가 사용하는 EMV 컨택리스 방식의 경우 삼성페이의 MST 방식과 달리 데이터가 없어도 결제가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갤럭시워치로는 안 되는 간편결제가 애플워치로는 될 수 있다는 걸 말합니다.
"애플페이엔 무슨 카드 써야 되지"…혜택 비교해 보니 [송영찬의 핀테크 짠테크]
EMV 컨택리스 방식을 사용하는 애플페이의 경우엔 카드를 등록할 때를 빼곤 카드번호나 CVC 번호가 스마트기기에 저장되지 않습니다. 스마트기기에 카드 정보가 저장되는 게 아니라 해당 카드와 연동된 임시 토큰을 생성하기 위한 정보만 갖고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이라 데이터 통신이 필요없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차이는 금융당국이 그동안 애플페이 국내 사용 승인을 크게 주저했던 이유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국내 카드 결제망 내에서만 움직이게 되지만, 애플페이의 경우 EMV 컨택리스 기술을 사용해 결제정보가 해외에 나갔다 들어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관건은 교통카드입니다. 현재 삼성페이의 경우 교통카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페이 역시 교통카드가 지원되죠. 하지만 애플페이의 경우 당분간은 교통카드 기능이 지원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우선 교통카드의 경우 삼성페이가 사용하는 MST 방식이 아닌 NFC 방식으로 결제가 되기 때문에 대중교통의 결제 단말기 교체의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요. 문제는 아이폰에 내 신용카드를 저장해서 사용하더라도 대중교통에 활용하기 위해선 각 카드사가 아닌 애플이 티머니나 캐시비 등 교통카드 사업자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승객이 삼성페이 교통카드로 버스 요금을 결제하고 있다./ 삼성전자
한 승객이 삼성페이 교통카드로 버스 요금을 결제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페이 역시 2015년에 출시된 뒤 해당 업체들과 별도의 계약을 맺은 뒤에서야 교통카드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현재 교통카드가 지원되는 세계 주요 도시로는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도쿄, 홍콩, 싱가포르, 런던, 베이징, 상하이 등이 있는데요. 서울 등 국내 도시들이 이 명단에 오르는 시점이 언제가 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