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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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팬덤이 하나의 놀이문화가 됐습니다. 일명 '덕질'인데, 이게 할일이 엄청 많습니다. 아티스트의 정보를 얻으려면 검색해야 할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한눈에 아티스트의 모든 스케줄, 기사, SNS를 모아주는 팬덤 플랫폼을 만들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20대를 넘어 5060 임영웅 팬들까지 잡는 덕질 놀이터를 만들 계획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K팝 열풍'이 불자 팬덤을 잡기 위한 경쟁이 불붙었다. 현재 양강 구도는 하이브의 '위버스'와 SM엔터의 '디어유'이다. 게임회사 엔씨소프트가 엔터공룡들의 싸움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유니버스'를 SM엔터에 매각했다. 고래싸움이 치열한 팬덤앱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이 있다. K팝 덕질 플랫폼 '블립'을 운영하는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47)를 지난 1월18일 한국경제신문이 만났다.

김 대표는 '1세대 덕후'였다. PC통신 시절 봄여름가을겨울의 팬클럽 대표를 맡을 정도로 열성 팬이었다. 음악을 너무 좋아해 직업을 삼았다. 콘서트 공연부터 마케팅 아티스트 기획일을 도맡았다. K팝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 네이버뮤직에서 8년간 일하면서 팬과 아티스트가 영상으로 소통을 하는 앱 '브이라이브'의 아이디어도 냈다.

그는 "네이버에서 스포츠 중계하듯, 음악 관련 행사도 생중계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지드래곤이 솔로 앨범을 출시하면서 YG엔터의 스튜디오에서 직접 언박싱하는 행사를 생중계했다. 지금의 브이라이브의 시작이 된 셈이다.

음악업계에서 그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카카오뮤직을 거쳐 메이커스로 이직해 유튜브 '딩고 뮤직'도 만들었다.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작은 콘서트 무대를 만들었고, 세로라이브와 이슬라이브 등 히트작이 나왔다. 지금은 구독자 421만명에 달하는 거대 채널이 됐다. 그렇게 승승장구 하던 그는 돌연 사표를 냈다. 김 대표는 "대기업 임원 제의가 왔지만 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창업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뉴진스 블립앱
뉴진스 블립앱
초기 아이템은 아티스트 스케줄 앱이었다. 당시 뮤지션들의 모니터링을 소속사의 막내 직원들이 담당했다. 가수가 앨범을 내면 1시간 단위로 △멜론 △지니 △벅스의 차트 순위를 취합해서 단톡방에 올렸다. 21세기에 여전히 엔터업계는 주먹구구식으로 일했다. 아티스트의 모든 스케줄과 뉴스, SNS 글을 한눈에 모아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블립'을 만들었다.

하지만 2년간 길을 헤맸다. 각종 대형 팬덤앱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위버스' △SM엔터의 '디어유'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디어유에 인수) △스타트업 원더월의 '프롬'까지. 아티스트의 IP가 없는 작은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함께 일했던 개발자들이 '승산이 없다'며 이탈했다.

팬덤과 덕질의 본질을 고민했다. 기존의 대부분 팬덤 앱의 비즈니스 구조는 투표권을 팔고, 콘텐츠를 팔고, 순위 경쟁을 시켜 돈을 버는 형태다. 그는 "덕질을 하면서 고통을 받는 팬들을 위해 행복한 덕질을 내세우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1~2세대 팬덤이 헌신이라는 가치를 앞세웠다면 최근의 3세대 팬덤은 자기 자신이 중심이다. 옛날처럼 멜론 음원 총공도 안한다. 여러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잡덕'들도 많아졌다. 그들을 위한 놀이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니 반응이 왔다.

1020대 여성 사이에서 'Z세대 팬덤앱'으로 입소문이 났다. 전체 유저 80%를 차지한다. 평균 나이는 21세다. 유저 절반은 해외 이용자다. 16개 언어를 지원해 △일본 △러시아 △인도네시아 △미국에서 팬덤을 늘리고 있다. 3년 새 75팀의 아티스트를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양대 마켓에서 누적 100만 다운을 돌파했다.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 30만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미니홈페이지처럼 나만의 팬덤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는 커뮤니티 '팬로그'도 내놨다.

1020을 넘어 5060 트로트 팬덤들도 러브콜 중이다. 대표적으로 임영웅 팬들이 블립을 열어달라고 신청을 해 현재 투표중이다. 김 대표는 "매월 2명의 아티스트를 선정해 블립을 여는데, 임영웅은 현재 7위"라며 "5060 팬들까지 잡을 수 있는 덕질 놀이터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홍기 대표 인터뷰 전문

김홍기 대표
김홍기 대표
Q. 자신의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K팝 팬덤 앱 '블립'을 운영하고 있는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47) 입니다. K팝 시장이 커지면서 팬덤이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산업이자 놀이문화가 됐습니다. 팬더스트리(fan+idustry=팬덤 산업)죠.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아티스트 앱들은 많은데 K팝 팬덤이 주축이 되는 앱은 없더군요. 일명 덕질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블립'을 만들었습니다."

Q. 음악을 좋아하셨나요?
"음악을 너무 좋아했죠. 초등학교 6학년때 '나는 50이 되도 음악과 관련된 일 하겠다' 다짐했습니다. 안하면 후회할것 같았죠. 봄여름가을겨울, 김현철, 어떤날 등 가요들 좋아했다. 연주나 노래는 못했고 대신 이 음악가들을 음악을 잘듣고 잘 전파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광고홍보를 전공하게 됐죠. 당시 아는 선배가 공연기획사 알바 추천해 꿈에 그리던 음악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Q. 1세대 덕후셨군요.
"봄여름가을겨울 팬클럽 대표도 맡았습니다. 나우누리서 활발하게 활동도 했죠. 어떤날, 김현철, 이병우 등 아티스트들과도 지금도 연락중입니다. 성덕(성공한 덕후)죠."

Q. 어떤일을 하셨었나요.
"콘서트 공연 마케팅과 아티스트 기획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네이버뮤직에서 8년을 일했습니다. K팝이라는 단어도 없던 시절이었죠. 당시는 카라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아이돌 전성시대 였습니다. 3대 기획사와 프로모션을 담당했죠. 카라 멤버들과 팬들과의 저녁식사 등 당시에는 없던 기획들을 주로 시도 했습니다. '덕질 영상앱' 브이라이브의 전신도 아이디어를 냈죠. 당시 지드래곤이 언박싱 행사를 생중계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왜 네이버에서는 스포츠는 중계하면서 이런 아티스트들과의 소통 이벤트는 안하나 생각했고 생중계를 했습니다. 지금의 브이라이브 원조였죠."

Q. 어떻게 창업을 하시게 되셨습니까.
"카카오뮤직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직원이 400명 뿐이던 때라 400명 전체가 모인 단톡방도 있었죠. 김범수 의장도 그당시에는 단톡방 안에 있던 시절이었죠. 누군가가 봤을때는 부럽겠지만 한편으로는 둥지를 나와 모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40대때 메이크어스로 이직해 2년간 '딩고'를 만들었습니다. 모바일 화면에서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작은 콘서트 무대를 만들어줬죠. 세로라이브와 이슬라이브 등 히트작을 냈습니다."

Q. 파란만장 하셨군요.
"국내 굴지의 엔터사 및 각종 대기업에서 임원 제의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 갈 수 없었죠. 그러다 스노우를 만든 김창욱 대표를 만났습니다. 저보고 '회사에 입사하지 말고, 대신 자신이 투자 해주겠다' 꼬셨죠. 고민끝에 늦은 나이에 스페이스오디티를 차렸습니다."

Q. 사업 형태가 많이 달랐습니다.
"초기에는 모든 독립 가수들의 플랫폼 되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한국은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계약으로 이뤄진 관계이지만 해외에서는 레이블과 같은 조금 더 가벼운 관계입니다. 이 틈을 공략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블립앱 이미지
블립앱 이미지
Q. 엔터 업계에 뛰어 들었나요.
"뮤지션들은 자신을 모니터링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존에는 TV나 인터넷 언론기사 뿐이었지만, 이제는 SNS와 유튜브까지 플랫폼이 다양해졌습니다. 모니터링할 것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앨범을 낸 가수 소속사의 막내 직원은 1시간마다 멜론 지니 벅스 순위를 취합해서 단톡방에 올리더군요. 21세기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생각했습니다. 아티스트의 모든 스케줄과 차트 순위, 뉴스, 바이럴을 한눈에 모아주는 서비스가 없을까 싶어 '블립'을 만들었습니다."

Q. 엔터앱에서 팬덤앱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엔터사의 밸류체인에 들어가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B2B 사업이었죠. 모니터링 서비스를 보고 기획사들이 이것은 팬들이 더 좋아하겠다고 말해줘 B2C 사업으로 전환했습니다."

Q. 팬덤앱 시장은 각축전이었는데요.
"2년간 헤맸습니다. △하이브의 '위버스' △SM엔터의 '디어유'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디어유에 인수) △스타트업 원더월의 '프롬'까지 줄줄이 출시가 되자 아티스트의 IP가 없는 작은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함께 일했던 개발자들이 회사를 이탈했습니다. 내부에서도 '승산이 없다'는 말이 들려오자 충격이었죠. 본질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경쟁사들이 아티스트 생산자 중심의 앱이라면, 우리는 팬덤 소비자 중심의 앱으로 포지셔닝을 했습니다. 결국 최근 NC가 유니버스 사업을 접고 SM의 디어유에 인수됐습니다. 게임 유저와 K팝 팬은 태생적으로 다르죠. 충분히 승산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경쟁사들과 어떻게 차별화를 했나요.
"모든 팬덤 앱 서비스들은 여전히 투표권을 팔고, 화보집 팔고, 순위 경쟁을 시켜 돈을 버는 구조 입니다. 팬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행복한 덕질을 내세웠습니다. 과거 팬덤이 헌신이라는 가치를 앞세웠다면 최근 팬덤은 자기 자신이 중심입니다. 옛날처럼 멜론 음원 총공? 이제는 안합니다. 하나의 아티스트만 좋아하지 않고, 잡덕들도 많아졌죠. 그들을 위한 놀이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니 반응이 왔습니다."

Q. 블립의 실적은 어떤가요.
"2022년 기준 양대 마켓에서 누적 100만 다운을 돌파했습니다.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 30만명입니다. 지난해부터는 매출도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숫자 뿐 만아니라 이제는 블립의 팬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회사 메일로 팬레터도 받습니다. '이런 앱 서비스를 만들어줘서 삶이 행복해졌다'는 내용이죠. 감동을 받았습니다."

Q. 사업 모델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매달 팬들의 신청을 받아서 매월 1~2팀의 아티스트들을 추가 하고 있습니다. 3년 동안 총 75팀의 아티스트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팬덤이 불어나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블립 마켓을 열고 음반과 덕질 굿즈를 판매하면서 팬들과 기업고객 모두를 잡을 수 있는(B2B2C) 샵으로 진화중입니다.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로 만든 특전도 활발하게 진행중입니다."
K팝 글로벌 팬덤 이미지. 연합뉴스
K팝 글로벌 팬덤 이미지. 연합뉴스
Q. 최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다고요.
"덕질 기록을 남길 수 있는 팬로그를 내놨습니다. 덕질 일기장을 쓰듯 매일 글과 사진 업로드를 하고 공유하는 서비스입니다. 미니 홈페이지처럼 내 공간을 꾸미고, 다른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최근 즉석사진 업체 '포토이즘'과도 콜라보를 했습니다.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를 통해 한정 즉석사진 프레임을 만드는 등 기획중입니다."

Q. 기획사들과의 네트워크도 강점이네요.
"팬덤에 대한 이해도과 기획력이 강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앱 서비스’ 뿐 아니라 ‘블립‘이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아티스트가 컴백하면 출연하는 라이브, 예능 콘텐츠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블립’앱에서 연결해서 특전 이벤트 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달의소녀 AB6IX 조유리 등 1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습니다."

Q. 이용자층은 어떻게 되나요.
"1020 여성이 전체 80%에 육박합니다. 평균나이는 21세죠. 글로벌 팬들 유입도 점점 많아 지고 있습니다. 유저 절반이 해외 거주자입니다. 현재 3개 언어에서 16개 언어로 늘렸습니다. 국적은 △일본 △러시아 △인도네시아 △미국 순입니다. 놀라운 것은 현재 러시아에서 K팝의 인기가 어마어마 하다는 점입니다. 블립이 입소문을 탄 것 같습니다. 현재 굿즈도 해외배송까지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Q. 인상 깊은 팬이 있었나요.
"일본의 무인양품, 디앤디파트먼트 디렉터와 유명 뷰티 브랜드 디자이너가 함께 사비로 NCT 신문을 만들더군요. 신문에는 NCT의 모든 소식과 함께 블립의 QR코드까지 넣어주면서 홍보를 해주고 있습니다. '블립'의 전도사를 자처해주시며 라인에 단톡방도 만들어서 많은 일들을 나서서 도와주시고 계십니다. 일본에서도 블립 유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블립오리지널스
블립오리지널스
Q. 일본 팬들의 열정이 놀랍네요.
"일본에서 4세대 한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과거 욘사마 동방신기 넘어 이제는 NCT, 에이티즈 팬들이 많더군요. 과거에는 하나의 아이돌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K팝 전체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 격차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K팝 기사를 야후재팬이나 트위터를 통해 검색해야만 하죠. 각종 정보 홍수속에서 봐야 할 것은 많은데 필터링이 안되죠. 블립은 검색 단계 없이 아티스트의 스케줄부터 모든 기사와 콘텐츠를 검색 없이 매일매일 제공합니다."

Q. 시리즈A를 유치하셨습니다.
"작년 시리즈A 투자를 받았습니다. 올해도 기업홍보(IR)를 계획중입니다. 작년보다 올해 할 얘기 더 많이 있습니다."

Q. 새해 사업계획은 무엇인가요.
"트로트 팬덤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K팝 팸덤 행태와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현재 임영웅 팬들도 블립을 열어 달라고 신청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요 조사 중입니다. 매월 2명의 아티스트를 선정해 열고 있는데, 현재 3위 입니다. 팬들이 조금 더 찾아와 응원해 주시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060 팬들까지 잡을 수 있는 덕질 놀이터를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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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