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추리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첫 SF 소설집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전공’은 추리소설이다. 대표작 중 하나인 <화차>는 2012년 한국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부전공은 과학소설(SF). 1997년 펴낸 장편 <가모우 저택 사건>으로 그해 ‘일본 SF 대상’을 받는 등 실력 있는 SF 작가였다.

오랜 기간 SF를 놓았던 그가 <안녕의 의식>(김영사)으로 돌아왔다. 일본에서 2019년 출간한 첫 SF 소설집을 한국에 내놓은 것이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틈틈이 쓴 단편 8편을 모았다. 미야베의 첫 SF 소설집이란 점 때문에 일본에서도 꽤 화제가 됐던 책이다.

책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본격적인 SF라기보다 SF 소재를 차용한 소설에 가깝다. 거창한 미래의 모습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야베는 타고난 이야기꾼답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예리한 시선으로 요즘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엄마의 법률’이 그런 예다. 학대받은 아이를 구제하기 위해 시행된 ‘마더법’에 따라 기억이 지워진 채 양부모 밑에서 자란 후타바가 주인공이다. 양엄마가 사망하자 행복했던 5인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후타바는 ‘그랜드 홈’이란 시설로 보내진다. 훌륭한 법처럼 보였던 마더법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점점 드러난다.

표제작 ‘안녕의 의식’은 오랜 시간 가장 애틋한 친구로 함께한 노후 로봇과의 이별을 그린다. 주인공 미야베는 “부모님께 로봇 청소기 ‘룸바’를 선물했는데, 아버지가 애정을 쏟는 걸 보고 ‘펫 로스’처럼 미래에는 ‘로봇 로스’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한다.

책은 이렇게 대안가족, 아동학대, 무차별 살상사건, 노인 문제, 감시사회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SF적 상상력으로 그린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