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모더니즘 화가 에밀리아누 디 카발칸티가 그린 그림. 사진=BBC 캡처
브라질 모더니즘 화가 에밀리아누 디 카발칸티가 그린 그림. 사진=BBC 캡처
지난 8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대선에 불복해 초유의 반(反)정부 폭동이 일어난 가운데, 자이르 보우소나루(67)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기물을 파손하면서 예술품 상당수는 수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영국 BBC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대통령궁, 의회, 대법원 3개의 건물에서 보유하고 있던 많은 예술품 중 일부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로게리오 카르발류 대통령궁 책임자는 “예술품은 그 자체로 역사이기 때문에 파괴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며 “이 컬렉션은 JK로 시작해 오랜 기간 브라질 국민을 대표했던 모든 대통령을 표현한 것이다”고 전했다.

JK는 브라질의 산업화를 이끌고 수도 브라질리아를 건설한 주셀리누 쿠비셰키 전 대통령(1956년~1961년 집권)을 부르는 애칭이다. 그는 브라질 국민의 추앙을 받으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도 ‘가장 닮고 싶은 대통령’으로 언급한 바 있다.

반정부 폭동으로 인해 훼손된 작품 중 하나는 브라질 모더니즘 거장 에밀리아누 디 카발칸티가 그린 물라타스(mulatas, 혼혈이란 뜻)다. 이 그림은 7개 구멍이 났다. 정부는 이 작품의 가치가 최소 800만헤알(약 19억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궁 1층에 전시된 호르헤 에두아르도의 작품도 망겨졌다. 브라질 국기를 그린 그림으로 시위대가 소화전을 바닥에 난사하는 바람에 이 작품도 물에 흠뻑 젖은 채로 발견됐다.
프란스 크라크베르그의 목조 조형물. (사진=BBC 캡처)
프란스 크라크베르그의 목조 조형물. (사진=BBC 캡처)
브루노 조르지의 피리 부는 사람(Flautista)이라는 청동 조각상도 파괴돼 대통령궁 3층에 여러 조각으로 쪼개졌다. 프란스 크라크베르그의 목조 조형물인 나무 가지도 부러뜨려졌다. 이 작품은 30만헤알로 추정된다. 또한 쿠비셰키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책상은 시위대가 바리게이트로 사용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발타자르 마르티노가 만든 전세계에 딱 2개 뿐인 진자시계도 산산조각났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