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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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지급액이 달라지는 경영성과급 또는 인센티브는 임금 혹은 급여일까요, 아닐까요. 임금이라면 퇴직시에 받게 되는 퇴직금의 산정기준인 평균임금에도 포함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해당 논란은 2018년 대법원이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이후 국내 주요기업들도 유사한 송사에 휘말려있는 이슈이기도 합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기업의 인센티브와 관련 눈길 끄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매년 지급해온 인센티브가 앞으로도 계속 지급될 개연성이 있다면 근로자의 예상소득 계산 때 해당 인센티브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판결이었습니다.

대법원 2부는 대기업 직원 A씨가 한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보험사의 손을 일부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송사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A씨는 2018년 12월 한 스키장 슬로프에서 B씨와 충돌, 부상을 당했습니다. B씨는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을 들어두었기에 A씨는 B씨의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은 A씨가 회사에서 10년 가까이 해마다 받아온 목표·성과 인센티브와 명절 귀성 여비 등이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 급여(일실소득)에 해당하느냐였습니다.

1심과 2심은 명절 귀성비는 급여에 해당하지만, 인센티브는 해마다 지급률이 달라져 급여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향후 A씨가 받게 될 인센티브도 배상액 산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일실소득 산정의 기초가 되는 예상소득은 확정적 증명까지는 필요없고 개연성 증명으로 충분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의 근거였습니다.

해당 판결 자체는 근로자가 뜻하지 않는 사고롤 직장생활을 못하게 됐을 경우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이냐는 것이지만, 해당 판결을 두고 법조계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인센티브, 즉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여부를 둘러싼 소송을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소송은 현재 하급심 재판부의 판결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복잡한 법리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사용자가 지급하는 모든 금원은 근로의 대가"라는 주장을, 반대측에서는 "사전에 지급의무가 지워져있지 않아 임금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면서 민간기업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여부는 대법원 판결에 이목이 집중된 상황입니다. 물론 이번 대법원의 '인센티브 판결'이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분쟁 사건과는 결이 다르고, 법리 또한 전혀 다른 분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인센티브가 사전에 확정적으로 기업이 지급을 약속한 것인지가 해당 소송의 주요한 쟁점 중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 지급받을 개연성 만으로도 예상소득에 포함해야 한다는 이번 판결이 시사하는 점은 적지 않아 보입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