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서울 남산 국립극장 맞은편 한국자유총연맹 광장(장충동)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동상이 있다. 연맹의 모태가 1954년 6월 그와 장제스 대만 총통이 주도해 결성한 아시아민족반공연맹의 한국 지부이기 때문이다. 1960년 4·19 혁명 이후 이승만 동상이 대부분 철거됐지만, 연맹은 좌파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1년 8월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1964년 1월 한국반공연맹으로 개편됐다가 1989년 4월 한국자유총연맹으로 바뀌었다.

전국에 지부를 두고 35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연맹은 설립 취지와 단체 성격상 주로 보수 인사들이 총재를 맡아왔다. 유학성 주영복 권정달 등 군인 출신이 많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친정권 인물을 내세우는 ‘말뚝박기 인사’를 하면서 정체성이 크게 흔들렸다. 총재(임기 3년)는 총회에서 선임하지만, 국고보조금을 받는 단체여서 정권이 개입해 특정 인사를 밀어주는 관행이 공공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절친으로 알려진 전임 총재 박종환 씨(2018~2021년)가 선임될 때도 외압 논란이 있었다.

현 총재는 문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송영무 씨다. 전임자의 사직으로 지난해 7월 19대 총재로 취임했으며, 지난 2월 20대 총재로 재선임됐다. 그의 해임을 위한 총회 소집 요청이 발의됐다는 소식이다. 해임을 추진 중인 대의원들은 “북한이 매일같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무력을 법제화하는 등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데도 규탄 집회 한 번 추진하지 않는 등 연맹 설립 목적에 반하는 행태를 지속해오고 있다”고 했다. 또 “기무사령부 해체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정상적으로 직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송 총재는 장관 시절 병력 감축, 전방 사단 축소 등을 추진해 국방력을 약화시킨 장본인으로 지목된다. 2018년 9월 남북 평양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답방하면 해병대를 동원해 한라산 정상에 헬기장을 만들겠다”고 하는 등 황당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장관 퇴임 후인 2019년 5월에는 한 강연에서 “김정은은 자유민주사상에 접근해 있는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반공(反共)에 뿌리를 둔 보수단체 자유총연맹 총재라는 사실 자체가 난센스다.

이건호 논설위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