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7부 능선' 넘었지만…아직 갈 길 먼 은마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사진)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를 통과하면서 정비사업의 ‘7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의 특성상 새 아파트 준공까지는 아무리 일러도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전날 도계위의 재건축 심의안 가결 직후 은마아파트 급매물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76㎡의 경우 19억원대 급매물이 있었지만, 발표 직후 곧바로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다시 20억원 이상으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은마 단지 상가 내 B공인 관계자도 “급매물이 대체로 사라지는 분위기”라며 “매도 계획을 취소하겠다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계위 심의 통과 호재로 일시적이나마 ‘가격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재건축 사업이 성공하기까지는 숱한 난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상가’다. 약 6000㎡에 달하는 상가를 함께 재건축할지, 아파트만 따로 재건축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은마 상가는 조합원만 398명에 달한다. 최근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 재개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도 주요 걸림돌 중 하나가 상가였다.

아파트와 상가 간 협의는 이제 시작 단계다. 추진위 관계자는 “통합 재건축 시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 입주권을 줘야 하는지부터 시작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신속한 사업을 위해 상가를 제척하고 따로 재건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산정도 넘어야 할 산이다. 재초환 분담금 결정 과정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오면 재건축 반대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일반 분양가 제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가구당 분담금이 과도할 경우 조합 내에서 갈등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

단지를 관통하게 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변경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일단 GTX-C노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우회 노선안을 국토부에 제출한 상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추진위 계획대로 내년 3월께 순탄하게 조합 설립 동의서를 징구한다고 가정해도 조합 설립 인가로부터 입주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은 걸린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