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베스트셀러들이 얼굴만 새로 바꿔 서점가를 찾고 있다. 책 표지만 교체한 리커버판과 특별판을 통해서다. 예전부터 있던 마케팅 전략이지만,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뒤 책 판매량이 곤두박질치면서 출판사들이 이 같은 방법을 더욱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껍데기만 바꿔서 다시 나오네?"
웅진지식하우스는 오는 21일 <스틱!> 15주년 기념판을 내놓는다. 사람들의 뇌리에 착 달라붙는 ‘스티커 메시지’라는 개념을 소개해 2007년 국내 출간 후 선풍적 인기를 끈 책이다. 2009년 개정증보판 내용 그대로지만 새로운 표지를 단 덕분에 벌써부터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렇게 표지를 새로 달고 나온 책이 올 들어 100여 권에 이른다. 1998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노벨문학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해냄)가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판으로 새로 나왔고,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동녘)와 <인간실격>(민음사)은 각각 출간 40주년과 100쇄를 기념해 특별판을 냈다.

2013년 출간된 <기획의 정석>(세종서적), 얼마 전 숨을 거둔 이나모리 가즈오 전 교세라 명예회장의 대표작 <아메바 경영>(한국경제신문), 2015년 화제의 책인 <어떻게 죽을 것인가>(부키) 등도 올해 표지를 바꿔 달았다. 진영균 교보문고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표지를 바꿔 다는 것만으로 신간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 독자의 시선을 끄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껍데기만 바꿔서 다시 나오네?"
서점과 손잡고 단독 리커버판을 내는 것도 유행이다. 올해 부커국제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창비) 영국 표지판은 교보문고에서만 살 수 있다. <총 균 쇠>(문학사상) 리커버는 알라딘, <일본의 굴레>(글항아리) 리커버는 예스24에서 단독 판매한다. <총 균 쇠>는 2005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책인데도 리커버판이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3위에 올랐다.

왕년의 베스트셀러들이 표지를 바꿔 달고 재출간되는 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출판사 편집장은 “사람들이 집에 있으면서 책을 읽던 코로나 특수가 끝나자 책 판매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출판사들은 믿을 수 있는 옛 에이스들을 다시 내보내서라도 매출을 지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