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터리를 만들 때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폐배터리 순환경제를 시장 주도로 재편해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배터리 광물 원산지 규정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현대자동차 등이 모두 참여하는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다음달 출범해 폐배터리 광물의 의무 재활용 등을 담은 ‘배터리 순환 경제 시스템’ 마련에 착수하기로 정부와 조율을 마쳤다. 주요 배터리 3사와 완성차 업체가 사용 후 배터리의 회수·유통·활용에 대한 주도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폐배터리서 나온 광물' 재활용 의무화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이 함께 협의해 세제·연구개발(R&D)·금융 지원을 총망라한 종합지원책을 담은 ‘사용 후 배터리 육성법안’을 내년 상반기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폐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니라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이번 법안은 신규 배터리를 제조할 때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니켈·코발트·구리 등의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다.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향후 연평균 31.8% 성장해 2027년에는 약 15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50년에는 500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 된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IRA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미산 전기차를 우대하는 내용을 담은 IRA는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광물을 미국 혹은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재가공할 경우 북미에서 생산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IRA는 배터리에 쓰인 북미산 광물이 일정 비중(2023년 40%) 이상인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지훈/김형규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