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알리콘은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로켓펀치’와 원격근무를 위한 오피스 브랜드 ‘집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켓펀치는 국내 최초 스타트업 채용 플랫폼으로 시작해 다양한 인재와 기업 담당자들이 채용, 업무 관련 정보를 나누는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로켓펀치는 ‘일 문화를 바꾼다’는 비전 아래 2020년 8월 집무실을 출시했습니다. 도심에 위치한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 일반적 공유 오피스와 달리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게 특징입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조민희 알리콘 공동대표를 만나 집무실이 추구하는 비전과 미래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조민희 알리콘 공동대표. 알리콘 제공
조민희 알리콘 공동대표. 알리콘 제공
‘집 근처 사무실’을 표방하는 주거지 기반 분산 오피스 집무실을 운영하는 조민희 알리콘 대표는 스타트업 채용 플랫폼 로켓펀치 창업자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로켓펀치에 이어 집무실 서비스를 내놓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2015~2016년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으려고 할 때부터 업무 공간의 혁신을 고민했죠. 그러다 좋은 계기를 발견했어요. 코로나19로 업무 환경이 매우 빠르게 바뀌었잖아요. 전통적 업무 방식을 고수하던 대기업들도 많이 바뀌었고,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파격적인 업무 환경 실험을 하고 있죠. 그러다 저희도 '뭔가 유연 근무 시대에 적합한 업무 공간을 만들어 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집무실'입니다."

알리콘='로켓펀치+엔스파이어'

알리콘은 조 대표의 친구인 김성민 알리콘 공동대표가 이끌었던 공간기획업체 엔스파이어와 조 대표의 로켓펀치가 2020년 합쳐져 탄생한 스타트업이다. 조 대표와 김 대표는 부산 대연동에서 나고 자란 동네 친구다.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다. 조 대표는 "고등학교도 바로 옆 학교를 다녔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김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공간기획업체를 이끌던 김 대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공간 구성에 아이디어가 떠올라 집무실이란 서비스를 구상했다고 한다.

두 회사의 합병 제의는 조 대표가 했다. "마침 이런 걸 하고 싶었는데 서로 의견이 잘 맞아 회사를 합병하게 된 거죠." 이후 알리콘은 서울 정동, 서울대입구, 석촌, 목동, 왕십리와 경기 일산 등에 집무실을 열어가며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지난달에는 공덕점도 문을 열었다.
집무실 공덕점 내부 인테리어. 알리콘 제공
집무실 공덕점 내부 인테리어. 알리콘 제공
"공덕점은 집무실 이용자 데이터 분석과 공간 운영 노하우의 새로운 지향점을 담은 '360 모델'을 처음 적용한 지점이죠. 360 모델은 주거지 3km 내에 위치한 완전 자동화로 운영할 수 있는 60평 내외 업무 공간을 의미합니다."

기존 집무실 지점들은 주거지 10km 이내 거리에 100평 내외 공간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시장조사와 자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주거지와 더 가까운 거리로 근접성을 높였다. 또 완전 자동화를 통해 공간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집무실의 부정 출입 감지 시스템
집무실의 부정 출입 감지 시스템
알리콘은 집무실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무인화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른바 ‘오피스 OS(운영체제)’를 통해서다. 인력에 의존하던 공간 운영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활용해 시스템화했다. 조 대표는 "집무실에선 출입 관리는 물론 냉난방, 조명, 음악까지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며 "AI 카메라는 각종 사무실 비품 관리 타이밍을 모니터링하고, 부정 출입 감시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인터뷰 중 집무실 정동점을 원격으로 접속해 출입문을 여닫는 시연을 해보이기도 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따라 조명도 저희가 다 바꿀 수 있고요. 한 사람이 카드 키를 찍고 2명이 들어온다면, 이를 바로 감지해 저희가 대응을 할 수 있는 거죠."

"'오피스계 편의점' 될 것"

원격근무 장소로 집무실을 이용하는 기업들은 직원들의 '근태 관리'도 가능하다. 어떤 직원이 어떤 집무실을 이용하고 있고, 몇 시간을 썼는지 등을 모두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희가 이런 자동화 시스템을 다 구축해서 기업들 사무실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집무실 7개 지점과 집무실 시스템이 적용된 기업 건물을 더하면 관리해야 하는 곳은 12곳인데요. 이곳들을 단 3명이 관리하고 있죠. 모두 자동화해놔서 가능한 것입니다. QR코드를 찍어 출입문 열고 이런 것도 저희가 최초로 적용한 거죠."
집무실의 출입 시스템. 알리콘 제공
집무실의 출입 시스템. 알리콘 제공
조 대표는 알리콘이 '오피스계 편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하드웨어만 있는 공간에 우리 오피스 OS를 많이 깔아서 사람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알리콘의 전략입니다. KT에스테이트도 이런 걸 같이 하려고 저희한테 전략적 투자를 한 거예요. 전화국 건물도 활용할 수 있고, 전화 부스도 뭔가 바꿀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죠. 여기(전화 부스)가 사실 1인 공간이잖아요. 저희가 만든 출입 시스템 같은 것들 결합하면 1인 업무 부스로 쓸 수도 있을 거고요. 리조트 같은 곳,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오래된 건물 등도 새롭게 바꿀 수도 있죠. 워케이션(일+근무) 시대를 겨냥해 업무 공간의 혁신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알리콘은 2021년 KT에스테이트와의 분산 오피스 공동사업 추진 계약을 맺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통합 업무 환경 구축"

조 대표는 단순히 공간의 혁신을 넘어서 '연결'도 회사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다. "결국 저희가 만들려고 하는 것은 공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공간을 쓰는 사람들끼리 연결하는 게 핵심 전략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집무실과 로켓펀치 프로필을 결합하고 있죠. 공간만 쓰고 떠나는 게 아니라 여기에서 오늘 내가 뭘 했다고 쓰고, 서로 메시지 주고받고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거죠. 저희가 기업들의 업무 환경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얘기합니다."

알리콘은 이미 로켓펀치와 집무실의 가입 계정을 통합하면서 집무실 이용자들 간 비즈니스 프로필 확인을 통해 업계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집무실을 이용하는 회사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현재 다수의 스타트업을 포함해 KT,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LG화학,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도 새로 들어왔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동차 회사도 유연 근무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중요한 어떤 포인트로 생각하고 있죠." 조 대표의 말이다. 집무실 도입 기업은 임직원 모두가 7개 전 지점을 자유롭게 근무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웹페이지를 통한 업무 현황 파악 및 인적자원(HR) 관리, 365일 24시간 출입 등 원격근무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집무실과 자이의 업무 협약식 모습. 알리콘 제공
집무실과 자이의 업무 협약식 모습. 알리콘 제공
알리콘은 최근 GS건설과 국내 아파트 대표 브랜드 자이(Xi)의 '입주민 전용 프리미엄 업무 공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아파트 커뮤니티 안에 원격근무를 위한 사무실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입주민들은 QR코드 인식만으로 출입할 수 있고 실제 이용 시간은 아파트 관리비에 자동 반영될 수 있겠죠. 올해 분양 예정인 강원도 원주 자이 아파트에 처음 적용하고, 전국에 있는 주요 자이 아파트 커뮤니티에 확대할 예정입니다."

"동남아 등서 글로벌 사업 추진"

조 대표는 앞으로 글로벌 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주거지와 중심업무지구가 분리돼 있고 교통 체증도 심한, 아시아 도시들이 진출 1순위"라며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콘은 지난해 신한대체투자운용, 대덕벤처파트너스, 신한캐피탈, KT에스테이트, 하이투자파트너스,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총 82억원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현재까지의 누적투자 유치 금액은 100억원을 넘는다.

"알리콘은 로켓펀치도 갖고 있고, 오피스 OS를 결합한 워크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회사죠. 저희는 단순한 채용을 넘어 일과 관련한 토털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해서 사람들이 이를 넘나들며 일할 때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알리콘이고, 그래서 저희는 '워크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라고 얘기를 하고 있죠."

[영상] 알리콘 집무실이 고객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참 한가지 더

집무실이 2년 만에 올린 기록들

집무실은 최근 서비스 개시 2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집무실의 기업 고객 등록 회원 수는 총 3만37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이 중 직원 수 1000명 이상 규모의 기업 직원 이용량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0%는 직원 수 50명 미만 규모의 기업이다.

집무실의 기업 고객 등록 회원 수와 1000명 이상 규모의 기업 이용량이 많은 이유는 최근 본사 출근과 원격근무를 혼합한 '유연 근무제'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인재 채용과 유지를 위해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출퇴근 시간 절약과 업무 효율화를 위해 주거지 인근 사무실을 거점 오피스로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집무실 왕십리점  내부 모습. 알리콘 제공
집무실 왕십리점 내부 모습. 알리콘 제공
집무실은 서울의 정동, 서울대, 석촌, 목동, 왕십리, 공덕점과 경기 일산점 등 총 7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주요 주거지 등을 중심으로 지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집무실 기업 고객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집무실 지점 3km 이내에 사는 이용자들의 이용률이 월등히 높았다. 이들은 집무실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인 48%를 차지했다. 알리콘이 앞으로 주요 주거지 인근을 중심으로 지점을 확대하려는 이유다. 중장기적으로는 비수도권까지 지점을 확대해 전국 100개 지점까지 늘려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알리콘의 또 다른 서비스 로켓펀치는 국내 테크기업 종사자의 절반 정도인 약 50만 명의 개인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 정보 공개 프로필은 20만 개에 달한다. 알리콘은 올해 말까지 로켓펀치와 집무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