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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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아르바이트생이던 A씨는 2017년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공항에서 해외여행자 보험에 가입한 후 아내가 여행 중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며 1억5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신혼부부의 이런 가슴아픈 사연은 사실 보험금을 노린 치밀한 계획 살인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A씨는 호텔 객실에서 주사기로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피해자를 사망케 했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은해 사건’이 발생하는 등 고액 사망금을 노린 보험사기 범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금리·물가 상승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유사 범죄가 증가할 우려가 크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29일 최근 10년간 보험사기로 판결이 확정된 1억원 이상 고액 사망보험금 사건 31건의 주요 특징을 공개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피해자도 50대 이상이 가장 많아

가해자의 특징은 ‘특정한 직업이 없으면서 50대 이상인 피해자의 가족’으로 요약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배우자인 경우가 44.1%로 가장 많았다. 부모(11.8%), 자녀(2.9%), 형제자매(2.9%) 등을 합하면 가해자가 피해자와 가족 관계인 비율이 61.8%에 달했다. 내연관계와 지인, 채권관계 비율은 각각 8.8%였다.

가해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무직이나 일용직 등 특정한 직업이 없는 경우가 26.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부(23.5%), 회사원·자영업·서비스업(각각 5.9%) 등 순서였다. 연령은 60대 이상이 35.5%, 50대는 29.0%로 주로 고연령층이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 성비는 여성 51.5%, 남성 48.4%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범죄 수법의 경우 흉기·약물 살해(38.7%), 추락사 등 일반 재해사고 위장(22.6%), 차량추돌 등 교통사고 위장(19.4%) 등 순이었다. 2017년엔 모자가 공모해 아버지를 바다에 빠뜨려 사망케 해 놓고, 물놀이 중 익사로 위장한 사고가 있었다. 14억원의 보험금을 노린 범죄였다.

사망사고 피해자는 회사원과 주부(각각 22.6%), 서비스업(16.1%), 자영업(9.7%) 등 평범한 계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가해자에 이어 피해자도 고연령층이 주를 이뤘다. 연령대별 피해자 비율은 60대 이상과 50대가 각각 29.0%를 차지했다. 피해자 성비는 남성(64.5%)이 여성(35.5%)보다 높았다.

범행은 도로(22.6%), 자택(19.4%), 직장(12.9%) 등 일상생활 영역에서 주로 발생했다. 바다·하천(16.1%), 해외(9.7%) 등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보험가입 후 5개월 내 사고 발생

금감원에 따르면 피해자는 평균 3.4건의 보험계약(월 보험료 62만원)에 가입돼 있었다. 5건 이상 가입한 경우가 22.6%에 달했으며, 가장 많이 가입한 보험 계약 수는 무려 20건이었다. 다만 단 1건의 보험만 가입한 경우도 38.7%나 됐다. 가입 상품 종류를 따져보면 종신보험(33.7%), 질병보험(27.9%), 정기보험(12.8%), 상해보험(12.8%) 등 순서였다.

평균 사망보험금은 7억8000만원 수준이었다. 10억원 이상의 보험금이 지급(청구)된 경우도 22.6%에 달했다. 피해자는 보험에 가입하고 평균 158일 후에 사망했다. 절반 이상(54.8%)은 계약체결 후 1년 내 사고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정부합동대책반’을 통해 보험사기 조사와 적발을 강화하고, 예방홍보 활동에도 힘쓰기로 했다. 보험사들도 고액 사망보장계약에 대한 인수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계약자의 자산·소득에 대한 재정심사를 통해 가입한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과도한 다수보험 가입을 사전 차단할 방침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