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중부지방 일대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 기억하시죠. 흙탕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올라 강남 도로 한복판에 고급차들을 버려두고 갈 정도로 차량 침수 피해가 컸는데요.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강남 도로에 버려진 차들 사진과 영상이 공유되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 차들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현장에 다녀와봤습니다.
진흙 범벅에 악취…'폭우 침수차' 지금 상태 이렇습니다 [영상]
지난 18일 오전 9시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 진흙에 뒤덮인 차, 습기로 가득한 창문, 서울대공원 방문객들 차라고 보기 어려운 차들이 가득 차 있었다. 바로 지난 8일 서울 등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에 침수 피해를 본 차량이다.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이곳 서울대공원 주차장을 임대해 임시 적치장으로 쓰며 보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당시 폭우에 침수된 차량들이 이곳에 임시 보관 중이다.
진흙 범벅에 악취…'폭우 침수차' 지금 상태 이렇습니다 [영상]
침수 피해로 진흙 범벅이 된 차들은 당시의 심각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차 내부가 고여있는 물에 악취가 진동하는가 하면 창문이 습기로 가득차 있기도 했다. 주행거리 500km를 넘지 않는 고급 외제차도 폐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흙 범벅에 악취…'폭우 침수차' 지금 상태 이렇습니다 [영상]
폭우가 쏟아지고 열흘이 지났지만, 주차장에는 침수차들을 실어 나르는 견인차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강원도, 경기도 파주, 대전 전국 각지 폐차업체들이 폐차 판정을 받은 차들을 끌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임시 보관 중인 침수차는 폐차장으로 옮겨져 등록 말소와 폐차 처리가 진행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한동안 중고차 사면 안 된다", "신고 안 된 침수차 매물 나올지도 모른다" 등 침수차가 중고차 매물로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보험사 관계자는 "등록 말소를 확인하고 보상하기 때문에 폐차장으로 보낸 차가 판매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보험사의 전손처리 결정을 받은 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반드시 폐차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보험사 침수차량 집결 장소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모여있다. 사진=뉴스1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보험사 침수차량 집결 장소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모여있다. 사진=뉴스1
다만 보험 미가입 차량이 침수 피해 사실을 숨기고 중고차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자동차 이력 정보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침수 차량을 조회할 수 있지만, 보험 처리된 자동차보험 사고자료를 기반으로 이력을 제공하는 만큼 보험 처리되지 않은 경우 확인하기 어렵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고차를 구매할 때 안전벨트와 조수석 글로브박스, 에어컨 필터 등 침수 흔적 확인과 트렁크 밑 공구, 부품 녹슨 흔적 등을 점검해 볼 것을 당부했다. 또한 침수차 이력 관리 등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침수차 임시 적치장을 찾아 최근 집중호우로 대량 발생한 침수차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침수차 임시 적치장을 찾아 최근 집중호우로 대량 발생한 침수차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앞선 15일 서울대공원 임시 적치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침수 사실을 숨기고 차량 매매하는 잘못된 관행이 있다. 자차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침수 차량이 중고차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국민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자차보험 미가입 차량을 개별적으로 정비한 경우에도 소비자가 차량 침수 이력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