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SNS 캡쳐
사진=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SNS 캡쳐
# 사전예약제로 운영하는 20석 규모 식당에 한 달 만에 1000명이 몰렸다. 농심이 지난 5월27일 문을 연 비건(완전 채식주의)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 이야기다. 전체 34석 좌석 중 20석만 개방한 6월 한 달간 방문객 수는 1000명에 달했다. 주말엔 예약이 꽉 찼다.

농심 관계자는 "파인 다이닝으로 품격있는 비건 메뉴를 제공한다는 콘셉트가 관심을 끈 결과로 보인다. 대체육 메뉴도 소스를 활용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는 게 고객 반응"이라면서 "이달 11일부터는 전 좌석에 고객을 받아 정상 운영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가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육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MZ(밀레니얼+Z)세대가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하는 '미닝아웃' 소비를 하면서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로 대체육이 조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에 따르면 지난 5월27일 문을 연 비건 레스토랑 '포레스트 키친'의 6월 한 달간 방문객은 1000명을 돌파했다. 사진=농심
농심에 따르면 지난 5월27일 문을 연 비건 레스토랑 '포레스트 키친'의 6월 한 달간 방문객은 1000명을 돌파했다. 사진=농심

대체육 식품기업 미래 먹거리 되다…줄줄이 시동

신세계푸드는 오는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대체육을 판매하는 식물성 정육 델리 '더 베러'(The Better)'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는 오는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대체육을 판매하는 식물성 정육 델리 '더 베러'(The Better)'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신세계푸드
식품 대기업들은 줄줄이 비건과 대체육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단순히 대체육 제품 수입에 그치지 않고 자체 개발 제품 육성에도 힘을 쏟는 분위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 식자재 기업 신세계푸드는 오는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대체육을 판매하는 식물성 정육 델리 '더 베러'(The Better)'를 연다. 지난해 신세계푸드가 선보인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 제품과 대체육 활용 샌드위치, 샐러드 등의 메뉴를 판매하는 매장이다. 신세계푸드는 작년부터 스타벅스를 통해 베러미트 제품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선보였다. 연매출 10억원 수준으로 규모가 아직 크진 않지만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그린푸드도 비건 식품 사업에 시동을 걸며 대체육 상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사진은 그리팅 베지라이프의 베지 함박스테이크. 사진=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그린푸드도 비건 식품 사업에 시동을 걸며 대체육 상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사진은 그리팅 베지라이프의 베지 함박스테이크. 사진=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그린푸드도 비건 식품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달 초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 산하 채식 간편식 식단형 제품군 '베지라이프'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콩을 사용한 대체육으로 만든 함박스테이크를 비롯한 6종의 상품을 내놨다. 이달 중순부터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B2B(기업 간 거래) 대체육 식재료인 '베지 미트볼'과 '베지 함박스테이크'를 유통하기로 했다.

전통 식품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대체육 사업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간편식 브랜드 '비비고'를 통해 비건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는 대체육 기술을 발전시켜 상품군을 확대하기로 했다. 농심과 풀무원 역시 지난해 대체육 메뉴를 포함한 채식 간편식 브랜드를 론칭하고 올해 5월 비건 레스토랑을 열었다. 롯데푸드는 2019년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출시한 상태다.
농심에 따르면 지난 5월27일 문을 연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의 6월 한 달간 방문객은 1000명을 돌파했다. 사진=농심
농심에 따르면 지난 5월27일 문을 연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의 6월 한 달간 방문객은 1000명을 돌파했다. 사진=농심
스타트업 중에선 홍정욱 회장이 이끄는 올가니카 행보가 돋보인다. 식물성 음식 브랜드 '브라잇밸리'를 통해 식물성 원료육 형태의 소고기, 닭고기, 참치 대체육을 개발했다.

연구실에서 가축의 줄기세포를 바탕으로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CJ제일제당, 대상, 롯데그룹 계열 롯데중앙연구소가 배양육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거나 투자를 집행했다.

채식인구 증가와 함께 관련 시장 성장세가 기대되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18년 150만명에서 지난해 250만명으로 늘어났다. 비건뿐 아니라 때때로 채식을 하는 간헐적 채식주의자(플렉시테리언)도 있어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이마트에서 지난해 만두, 간편식 등 '냉동 채식 상품' 매출은 전년보다 36.6% 증가했다.

식품업계에서 추산하는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약 200억원 수준이지만 향후 성장이 점쳐진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대체육은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체육이 건강식?…"성분 꼼꼼히 살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들의 잇따른 참전으로 소비자가 채식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곳도 주요 편의점과 커피 전문점 등으로 한층 대중화됐다. 다만 아직 제조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대체육이 건강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대체육 제품의 경우 포화지방 함량이 육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나트륨이 많이 든 제품도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3월 시중 판매되는 너비아니 및 패티 형태의 식물성 대체육 15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4개 제품의 포화지방 함량은 100g당 6~16g으로, 햄버거용 소고기 패티(100g당 4g)보다 높았다. 제품별로 나트륨 함량도 천차만별이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3개 제품의 경우 나트륨 함량이 100g당 715~1150㎎으로 하루 영양성분 기준치의 36~58% 수준이었다.

소비자원은 "식물성 대체육 제품은 소고기 패티와 비교해 콜레스테롤은 없었으나 일부 제품은 포화지방 및 나트륨 함량 저감화가 필요했다. 현재 국내에는 식물성 대체육에 대한 원료와 제조 기준이 없어 채식을 위해 식물성 대체육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제품의 표시사항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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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