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식점 매장에 푸두테크의 서빙로봇. 로봇 공급업체인 브이디컴퍼니는 푸두테크의 서빙로봇 국내 점유율이 90% 가량이라고 자체 추산한다.  사진 브이디컴퍼니
국내 음식점 매장에 푸두테크의 서빙로봇. 로봇 공급업체인 브이디컴퍼니는 푸두테크의 서빙로봇 국내 점유율이 90% 가량이라고 자체 추산한다. 사진 브이디컴퍼니
중국 로봇 기업 푸두테크가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해 고전하다 결국 대규모 감원에 나섰습니다. 푸두테크는 국내 시장에도 중요한 사업자인데요. 국내 서빙 로봇 시장 추정 점유율이 약 70%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푸두테크는 화면에 고양이 얼굴이 나오는 원통 모양 서빙로봇 ‘벨라봇’, 간단한 표정 모양 그래픽이 나오는 서빙로봇 ‘푸두봇’ 등이 주요 제품입니다.

올초 1000명 잘랐는데 '또'

12일 IT업계에 따르면 푸두테크의 창업자인 장 타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회사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회사의 생존을 위해 회사의 사업과 인원을 일부 구조조정하기로 결정했다”며 “매우 고통스러운 공지”라고 썼습니다.

그는 이 서한을 통해 감원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500~800명 가량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푸두테크는 지난 2월에도 직원 1000여명을 줄였습니다. 반년도 안 돼 수백명을 더 자르는 셈임니다. 작년까지 대규모 투자를 끌며 성장세를 키웠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2016년 설립된 푸두테크는 올해까지 총 여덟 차례 투자를 받았는데요. 작년 두 차례로 나눠 연 시리즈C 투자에선 총 10억위안(약 1960억원) 가량을 유치했습니다.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기업 메이퇀,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 등이 투자를 했습니다.

로봇은 인건비 절감용…최저가 경쟁에 수익 ↓

푸두테크가 급히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당초 예상에 비해 서비스 로봇 사업 수익이 저조한 탓입니다.

시장조사기업 IDC에 따르면 푸두테크는 작년 기준 중국 내 음식 서빙 로봇 2위 기업으로 시장 점유율이 25.9% 가량입니다. 그런데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는데요. 이는 상업용 로봇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이라는 게 장 CEO의 주장입니다.

장 CEO는 “사업의 본질은 돈을 버는 것인데, 상업용 로봇 시장은 전반적으로 거의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며 “산업 전체가 아직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외신들은 장 CEO가 언급한 '근본적인 문제'가 서비스 로봇 가격 경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음식점 주인 등 소상공인들이 서비스 로봇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통상 인건비 절감입니다. 비용 때문에 로봇을 찾는 수요자에게 가격을 올려받기 힘든 이유입니다.

특히 서빙 로봇은 최저가 경쟁이 더욱 심합니다. 이동 경로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반복 작업이 많아 기능으로는 차별화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봇 전문매체 로봇리포트는 푸두테크의 한 직원을 인용해 “중국 로봇 시장은 완전히 포화 상태”라며 “유일한 승부수는 가격 뿐인 상황”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장밋빛 전망' 내세워 투자 끌었지만

푸두테크 등은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해도 성장 가능성을 내세워 유치한 투자금으로 기업을 떠받치고 있었습니다.

무리한 확장도 벌였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두테크는 작년 초 300여명이었던 직원 규모를 올초 2000여명까지 늘렸습니다. 시장 규모에 비해선 과했다는 평가입니다. 푸두테크의 사원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중국의 구직·채용 플랫폼 마이마이(脉脉)에 올린 글에서 "회사가 작년부터 미친듯이 확장을 하다 너무 뒤늦게 감원을 시작했다"며 "6월 말이 되자 회사가 완전히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썼습니다.

투자 유치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IDC에 따르면 작년 중국 상업로봇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10.4% 성장해 8400만달러(약 1100억원)로 추정됩니다. 작년 푸두테크가 투자받은 금액이 1960억원이었으니 시장 전체 규모가 작년 푸두테크의 시리즈C 투자 유치액 60%보다도 적은 셈입니다.

최근 자본시장이 얼어붙자 기업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게 된 것도 이때문입니다. 장 CEO는 “작년 말부터 세계 자본 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를 타고 있다”며 “장기 추세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상업용 로봇 시장이 수익 문제로 고심하게 될 것”이라고 썼습니다.

국내 로봇기업에 기회 될까

국내에선 브이디컴퍼니, 배달의민족 자회사 딜리플레이트 등이 푸두테크의 서빙 로봇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국내 음식점 매장에 푸두테크의 서빙로봇이 적용된 모습. 로봇 공급업체인 브이디컴퍼니는 푸두테크의 서빙로봇 국내 점유율이 90% 가량이라고 자체 추산한다.  사진 브이디컴퍼니
국내 음식점 매장에 푸두테크의 서빙로봇이 적용된 모습. 로봇 공급업체인 브이디컴퍼니는 푸두테크의 서빙로봇 국내 점유율이 90% 가량이라고 자체 추산한다. 사진 브이디컴퍼니
서빙로봇 업계는 주요 업체가 공개한 판매량 등을 기준으로 지난해에 서빙로봇 최대 3000대가 전국에 보급된 것으로 봅니다. 브이디컴퍼니에 따르면 이 회사를 통해서만 푸두테크의 서빙로봇 2400대가 국내에 도입됐습니다. 자체 점유율 추산치는 90%에 달합니다.

푸두테크가 감원 등으로 주춤한 새 국내 기업들이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까요. 국내 로봇업계는 이를 쉽지만은 않은 일로 보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 중엔 LG전자, 현대로보틱스, 로보티즈 등이 자체 기술로 서빙 로봇을 제조합니다. 이들 기업의 서빙 로봇은 중국 서빙 로봇에 비해 15~30% 이상 가격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서빙 로봇 시장이 매우 활발하진 않은 만큼 국내 기업들이 박리다매를 노리고 출혈 경쟁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로봇을 활용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이 제조한 서비스 로봇을 사업에 적용하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봤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결국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가격 메리트가 없으면 애초에 로봇을 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