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에게 이전과 같은 형식적 직급을 부여했더라도,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 등을 낮췄다면 차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전직 전후 차별이 있는지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롯데쇼핑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남성 근로자 A씨는 롯데마트 운영세칙에 따라 필요할 때 대리급 사원에게 부여하는 임시직책인 발탁매니저로 2013년 발령받았다. 2015년 6월 1년의 육아휴직을 신청한 A씨는 이듬해 복직 신청을 했다. 그러자 롯데쇼핑은 발탁매니저가 아닌 영업담당으로 A씨를 발령했다.

A씨는 이 같은 발령이 부당전직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재심판정을 맡은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4항을 위반했다며 부당전직이라고 판단했다.

롯데쇼핑은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롯데쇼핑의 손을 들어줬다. 발탁매니저는 임시직책에 불과하고, 발탁매니저로 일하다 다시 담당으로 인사 발령받은 사례도 많다는 등의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발탁매니저 업무와 영업담당 업무는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사업주가 육아휴직 후 복귀한 근로자에게 이전과 같은 업무 대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를 부여할 수는 있어도, 전체적으로 불이익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다른 직무 부여의 필요성 여부 및 정도, 근로 조건, 업무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의 불이익 유무와 정도,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박탈되는지 여부 및 정도, 동등하거나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