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등 공기업 18곳이 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지난해 수천억원대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공기업 18곳이 지난해 지급한 성과급은 총 3847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수치다. 1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내면 남는 돈이 없다’는 의미다. 1 이하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인식된다.

기업별로 보면 한전은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고도 1586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영업손실이 520억원이 넘는 강원랜드는 109억원 상당의 성과급을 줬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은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각각 772억원, 110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적자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남동발전(229억원), 한국동서발전(226억원), 한국서부발전(210억원), 한국남부발전(180억원)도 수백억원의 성과급을 뿌렸다.

기관장이 50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은 곳도 12곳에 달했다.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은 기관장에게 1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줬다. 조 의원은 “도덕적 해이가 만성화한 경영평가 시스템과 재무구조 개선에 대수술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공공기관 평가를 엄격하게 하고 방만하게 운영된 부분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재부는 2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한전,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재무 상황이 나쁜 공공기관을 상대로 기관장·감사·상임이사 성과급을 자율적으로 반납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공공기관 혁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