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시기를 현행 ‘사업시행인가 후’에서 ‘조합 설립 인가 후’로 앞당기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서울시의회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면서 폐기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는 조합들이 사업 초기 시공사 자금을 수혈받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을 이른 시일 안에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의회 도시관리계획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에서 이성배 국민의힘 의원과 김종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 심의를 보류했다. 이 개정안은 10대 서울시의회 임기가 끝나는 이달 말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은 조합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사업시행인가 신청 전이라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서울 시내 재건축은 정비구역 지정→안전진단→조합 설립 인가→사업시행인가→시공사 선정→관리처분계획 인가→이주·철거→준공 순으로 진행된다. 통상 조합 설립 후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린다.

상위법인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 설립 후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공지원 제도(조합에 사업비 융자)를 시행 중인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정할 수 있다. 서울시는 투명성 등을 이유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후로 규정하고 있다. 조합이 만든 사업시행 계획에 맞춰 시공사가 공사 입찰에 참여하도록 해 과도한 공사비 인상 가능성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서울시 예산으로 초기 사업비를 융자해 주는 데는 한계가 있고, 사업시행인가 이후라도 시공사와의 협의를 거쳐 설계를 변경하는 경우가 빈번해 조례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11대 서울시의회에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해당 조례부터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