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사진=뉴스1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사진=뉴스1
기름값이 연일 치솟으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업계에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2120.13원, 경유 가격은 2147.7원이다. 7주 연속으로 가격이 올랐고 경유도 지난달 24일 사상 처음으로 L당 2000원을 넘은 이래 연일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늘렸고 다음 달부터는 37%까지 확대할 예정이지만, 기름값이 연일 오르는 탓에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정유사에 세금 등으로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고유가 상황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정유업계는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며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조7668억원에 달한다. 서민들은 리터당 2000원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받는 사이에 대기업 정유사는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라며 "정유사들이 기금으로 내든지 아니면 마진을 줄이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정유사의 고통 분담을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정부는 세수 부족 우려에도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한 늘렸다"면서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은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의 이익에 25%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적용되는 초과이윤세로 에너지기업 세율은 기존 40%에서 65%로 늘었다. 스페인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발전소에서 초과이익세를 걷었고 이탈리아와 헝가리도 초과이윤세를 매기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연설에서 "엑손모빌(석유회사)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비판했고 미국 상원 론 와이든 금융위원장도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기업에 추가로 연방세 21%를 물리는 법안을 다음 달에 제출한다.

정유업계는 업계가 어려울 때 정부가 도움 준 것이 있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민간기업의 수익을 일방적으로 환수하는 행위는 시장 논리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업계가 5조원대 적자를 입었다. 당시 정부가 지원한 것이 있었느냐"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