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투자자금이 마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도쿄증시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은 37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3곳)보다 30% 감소했다. IPO에 나선 기업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63%) 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5월까지 상장한 25개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117억엔(약 1122억원)으로 작년보다 80% 이상 급감했다. 상장을 연기한 기업은 7곳으로 2곳이었던 지난해의 3배가 넘는다.

지난해 일본 IPO 시장의 40%를 차지한 정보기술(IT) 기업의 비중이 27%로 줄었다. 대신 인재 서비스 관련 기업의 비중이 38%로 늘었다.

2006년 이후 15년 만에 호황을 누리던 일본 IPO 시장의 조류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이 성장주인 IT 관련주 투자를 줄였고, 우크라이나 위기 이후 글로벌 투자자금이 일본 시장을 빠져나간 영향이다. IPO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공급이 줄면서 대형 IPO는 성사시키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상장을 연기한 일부 기업들은 성장자금을 모으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쿄의 한 IT기업은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지 못해 마케팅과 인재 채용 등 선행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IPO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1~5월 세계 신규 상장사와 조달금액은 490곳, 7조5000억엔으로 지난해보다 상장사 수는 40%, 금액은 58% 줄었다. 상장 수와 조달금액이 80% 안팎 줄었던 2009년 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지역별로 미국 시장의 조달금액이 90% 감소했고, 성장성 기대가 큰 아시아에서도 20% 줄었다. 마쓰시타 다케시 노무라증권 IPO 담당 차장은 “지난해 125개 기업이 도쿄증시에 새로 상장했지만 올해는 90~100곳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