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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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을 증여하지만 자산에 대한 통제권은 넘겨주지 않는 ‘증여안심신탁’이 자산가들의 새로운 증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자녀가 재산을 증여받은 후 효도, 가업승계 등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부모가 재산을 다시 뺏을 수 있어서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영증권의 증여안심신탁 수탁고는 작년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했다. 신영증권은 2017년 이 서비스를 업계 처음으로 내놨다. 다른 증권사들도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여안심신탁은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대신 수탁(보관)은 금융회사에 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부모는 금융회사를 통해 재산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부모는 계약 유지 조건에 자식이 이행해야 할 의무를 담을 수 있다.

자식이 계약서상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언제든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재산을 넘겨주면서도 자식을 통제권안에 둘 수 있다. 예컨대 가업을 승계하기로 한 자식이 회사 경영을 거부한다면 부모는 재산 증여를 취소하는 식이다.

증여안심신탁은 상장 기업 오너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의결권과 배당수익권을 증여에서 분리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에 대한 소유권만 자식이 가지고 의결권과 배당수익권은 부모에게 남는 구조다.

증여안심신탁은 절세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부모가 경영권을 행사할 시기가 많이 남아있더라도 주식가치가 하락했을 때 주식 소유권만 자식에게 넘기는 것이다. 상속세를 줄이면서 의결권은 부모가 계속 갖고 있기 때문에 회사 경영을 유지할 수 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증시가 조정받자 증여안심신탁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여안심신탁 대상은 주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동산도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증여안심신탁이 가능하다. 예컨대 소유권은 넘기지만 임대료 수취권은 부모가 가져갈 수 있다. 증여는 하고 싶지만 노후에 일정 소득이 부족한 부모에게 적합하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