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운전보다 10배 안전한 자율주행을 개발한다”
“테슬라 차량은 스스로 돌아다니며 수익을 낼 것이다”

-일론 머스크, 2016년 공개한 ‘마스터플랜 파트2’ 중
한 운전자가 2015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오토파일럿이 장착된 테슬라 모델S를 시승하고 있다. /사진=한경DB
한 운전자가 2015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오토파일럿이 장착된 테슬라 모델S를 시승하고 있다. /사진=한경DB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2022년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합니다. 일반 운전자를 비롯해 투자자, 기관, 경쟁사, 심지어 정부 규제당국마저 이 문제에 촉각을 세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확한 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자율주행의 성능을 평가할 세부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자동차 엔지니어협회(SAE)는 자율주행을 레벨 0~5까지 6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사실상 업계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기준입니다. 레벨5가 100% 완전자율주행 단계입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인 FSD(Full Self Driving)는 레벨2 수준입니다. 운전대나 페달에서 손발을 떼더라도 차가 일정 조건에서 알아서 갈 수 있습니다. 운전자는 이상이 감지되면 즉각 개입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습니다. 레벨3부터 자동차가 기본적으로 주행을 맡게 됩니다. 그에 따른 사고 책임도 제조사에 전가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어떤 자동차 메이커도 레벨3을 시판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테슬라는 당연하게도 FSD의 세세한 개발 결과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2019년 오토노미 데이(Autonomy Day), 2021년 AI 데이(AI Day) 등의 기술 행사를 통해 큰 그림만 보여줬을 뿐입니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테슬라 FSD를 실험하는 베타 테스터들의 영상을 수백 건 볼 수 있습니다(테슬라는 이 행위조차 금지했지만 유명무실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도로의 비보호 좌회전이 과거엔 되지 않았는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엔 가능하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이런 특정 조건의 단편적 정보만으론 판단이 어렵습니다.
테슬라 차량을 뜯어보고 분석한 유튜브 영상으로 큰 인기를 모은 샌디 먼로 먼로앤드어소시에이츠 대표  /사진=Munro&Associates 트위터
테슬라 차량을 뜯어보고 분석한 유튜브 영상으로 큰 인기를 모은 샌디 먼로 먼로앤드어소시에이츠 대표 /사진=Munro&Associates 트위터

“FSD 플랫폼 8년 앞서” vs “마케팅 용어일 뿐”

물론 잘 알고 있다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테슬라 차량을 직접 뜯어보는 영상으로 유명한 유튜버 샌디 먼로 먼로앤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테슬라의 전자 플랫폼과 소프트웨어가 경쟁사보다 8년 앞서 있다”고 주장합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타사 대비 압도적인 자율주행 데이터양에 주목합니다(2021년 기준 51억마일). 자율주행을 목표주가에 반영하기 위해선 수치가 필요한데, 현시점에서 증명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데이터이기 때문입니다.

반대 의견은 어떨까요. 20년 넘게 일본 자동차산업을 분석한 나카니시 다카키 나카니시자동차산업리서치 대표는 “자율주행은 아직 시장의 평가 기준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며 “테슬라의 FSD는 마케팅 용어에 가깝고, 업계를 선도할 고성능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최원석 《테슬라 쇼크》).
테슬라의 전기차용 통합제어시스템 기판.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 2개를 내장했다.
테슬라의 전기차용 통합제어시스템 기판.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 2개를 내장했다.

AI 반도체를 직접 만드는 테슬라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을 출시한 건 2014년 10월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13년 야심 찬 자율주행 계획을 발표한 뒤 약 1년이 걸렸습니다. 전 세계 주행 보조 1위 업체 모빌아이와 손잡고 자율주행 칩을 만들었습니다. 차량 전·후방에 카메라가 1개씩 달렸습니다. 이후 2년간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여러 기능을 추가합니다.

테슬라는 2016년 들어 기존 하드웨어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완전한 자율주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찰스 모리스 《테슬라 모터스》). AMD와 애플 출신의 ‘천재 반도체 칩 설계자’인 짐 켈러를 이 시기에 영입합니다. 그해 5월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오토파일럿 사망 사고를 계기로 테슬라와 모빌아이는 완전히 갈라서게 됩니다. 안전 등의 윤리 문제처럼 보였지만 실제론 양사의 기술 주도권 다툼이 더 컸습니다.
테슬라 자율주행 플랫폼의 진화  /자료=메리츠증권
테슬라 자율주행 플랫폼의 진화 /자료=메리츠증권
테슬라의 자율주행 두 번째 파트너는 GPU 프로세서 업체 엔비디아였습니다. 지금의 엔비디아는 AI 시대 최대 수혜주이자 서학개미들이 큰 투자를 한 기업입니다. 그러나 당시엔 인텔과 삼성전자에 감히 명함도 못 내밀던 변방의 반도체 회사였습니다. 테슬라는 2016년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PX2’ 프로세서를 장착한 새 플랫폼 ‘하드웨어 2.0’을 개발합니다. 8대의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발생기 등을 결합했습니다. 최초의 순수 전기차·자율주행 전용 플랫폼의 탄생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2019년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 반도체를 장착한 ‘하드웨어 3.0’을 선보입니다. 기존 칩 대비 연산 속도가 7배 빨랐습니다. 그와 함께 오토파일럿보다 진화한 자율주행 기능인 FSD를 선보입니다. 현재 FSD 옵션은 북미에선 1만2000달러(월 구독료 199달러), 국내에선 904만3000원을 내야 합니다. 국내에선 신호등 감지 등 일부 기능이 구현되지 않아서 가격이 약간 저렴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테슬라 “인간도 눈으로만 운전한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카메라에 의존하는 게 특징입니다. 테슬라는 이를 ‘완전 비전 중심 방식(Heavily Vision-based Approach)’의 독자 기술이라고 강조합니다. 구글, GM 등 경쟁사들이 비싼 라이다(Lidar·전파 대신 빛을 사용하는 레이더) 장비를 쓴 것과 다른 행보였습니다. 머스크는 “라이다는 비싸고 사용하기 어렵다”며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작년 5월 테슬라는 북미 시장에 출시하는 모델3와 모델Y의 레이더(Radar) 센서마저 제거한다고 발표합니다. 그렇다면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성능이 떨어지는 싸구려 기술일까요.

테슬라 차량은 전 세계 270만대(2022년 1분기 누적 인도량 기준) 정도 깔려있습니다. 이 차들은 자율주행 기능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도 테슬라 측에 주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냅니다. ‘도조’라는 이름의 슈퍼컴퓨터는 이렇게 쌓인 51억 마일의 주행 빅데이터를 지속해서 학습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자율주행 AI가 고가의 센서 장비를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러한 시도는 테슬라가 창업 초기부터 제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반의 인재들이 모인 회사였기에 가능했습니다.
미국의 대형 렌터카 기업 허츠의 매장 전경.  /사진=한경DB
미국의 대형 렌터카 기업 허츠의 매장 전경. /사진=한경DB

‘누가 이길 것 같은’ 게임인가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형 렌터카 기업 허츠는 테슬라 모델3 10만대를 구매하겠다고 깜짝 발표합니다. 이 중 5만대는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에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100년 역사를 지닌 허츠는 2020년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고 상장폐지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후 백신 보급과 함께 방역 규제가 풀리며 실적이 반등합니다. 허츠는 확보한 현금을 기존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에 ‘풀베팅’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 보도가 나간 당일 테슬라 주가는 12% 급등하며 ‘천슬라’ 고지를 돌파합니다. 그 후 열흘간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며 단숨에 120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월가 전문가들마저 깜짝 놀란 폭등이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부랴부랴 허츠의 10만대 구매가 가져올 테슬라 주당순이익(EPS) 상승을 주판알 튕겨가며 계산했습니다.
테슬라가 작년 공개한 모델S 플래드의 실내 모습. 가운데 대형 스크린으로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사진은 테슬라가 자율주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사진=테슬라
테슬라가 작년 공개한 모델S 플래드의 실내 모습. 가운데 대형 스크린으로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사진은 테슬라가 자율주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사진=테슬라
일각에선 시장의 이러한 반응을 테슬라의 자율주행과 연결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폅니다. 테슬라와 AI에 대한 통찰력 있는 트윗으로 1만명에 달하는 팔로어를 보유한 @GreekSage는 “머릿속에만 있던 로보택시에 대한 전략적 움직임이 대형 렌터카 회사에서 나왔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자율주행이) 모든 운송업체에 사활의 문제가 됐다”고 평가합니다. 허츠가 전기차 렌트 사업을 넘어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미래 자율주행 전쟁에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시장의 평가로 본다면 현재까진 테슬라가 앞서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머스크는 지난 3일 트위터로 "테슬라의 두 번째 ‘AI 데이’를 9월 30일로 연기한다"며 "역사에 남을 서사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가 자율주행과 AI 기술에 대해 어떤 충격적 비전을 제시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