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등 글로벌 선두 해운사들이 앞다퉈 항만 터미널 확충과 친환경 선박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해운업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국적 원양 선박 HMM 로테르담호.  연합뉴스
머스크 등 글로벌 선두 해운사들이 앞다퉈 항만 터미널 확충과 친환경 선박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해운업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국적 원양 선박 HMM 로테르담호. 연합뉴스
코로나19에 따른 물류대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머스크(덴마크) MSC(스위스) CMA-CGM(프랑스) 등 글로벌 해운 ‘빅3’가 공급망의 핵심 인프라인 항만 터미널을 30개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HMM(옛 현대상선)이 선복량 회복에 급급한 사이 선두주자들은 발 빠르게 미래를 대비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5일 해양수산부 자료와 각사 연차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선복량 기준 세계 1~3위 해운사인 머스크, MSC, CMA-CGM이 2021년 한 해 동안 늘린 항만 터미널은 2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가 2020년 59개에서 지난해 75개로 가장 많이 늘렸고 MSC와 CMA-CGM도 각각 39개, 41개에서 42개, 50개로 확대했다.

같은 기간 HMM이 보유한 항만 터미널은 7개에서 8개로 단 한 개 늘었다.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인 PSA(싱가포르)와의 공동 투자로 싱가포르에 전용 터미널을 확보한 것이 유일했다.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직전 해인 2016년 한국 국적 컨테이너 선사의 항만 터미널 수(16개)와 비교하면 반토막 난 수치다.

항만 터미널은 선대와 함께 해운사의 역량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10~20년을 주기로 짧은 호황과 긴 불황이 반복되는 해운업에서 항만 터미널은 불황을 이겨내는 ‘방패’ 역할을 한다. 선박이 제시간에 도착하는 정시성을 높이고 물류비의 30% 수준인 하역비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HMM의 실적에 안주하는 사이 글로벌 해운사들은 두세 단계 앞서나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선복량이 작년 말 기준 HMM의 다섯 배에 달하는 머스크는 지난해에만 항공 물류, 전자상거래 등 분야 업체 6개를 인수하고 물류창고만 85개를 새로 확보하는 등 땅과 바다, 하늘을 잇는 종합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메탄올을 연료로 활용하는 친환경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며 해운업계 탄소중립 경쟁에도 불을 댕겼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