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390만원인 경우 자신을 중산층이 아니라 하위층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중산층을 구분하는 기준과 사람들의 인식 간 괴리가 큰 만큼, 최근 자산가격 상승 추세를 반영해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한국경제신문이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에 의뢰해 1140명을 대상으로 중산층의 삶과 금융실태를 조사한 결과, 실제 중산층인 응답자(761명) 가운데 45.6%는 자신을 하위층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가구소득을 나열해 중위소득의 75~200%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당초 50~150%였던 기준을 2016년에 바꿨다. OECD 기준을 한국에 적용하면 올해 1인 가구의 중산층 소득은 145만8600~388만9600원이다. 4인 가구 중산층 기준은 384만810~1024만2160원이다.

고소득 구간에 있는 이들조차 스스로를 하위층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간 격차 때문이다.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동안 근로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해서다. 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2022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1구간(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반면 5구간(상위 20%)의 부동산 보유액은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부동산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근로소득이 많은 사람조차 소득에 부여하는 의미가 작아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인 가구 월 소득이 400만원을 넘어도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실질 구매력은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행 중산층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장학금 등 각종 정책이 중산층까지 포함해 수립된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중산층 여부를 판단할 때 소득 외에 자산·직업·학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며 “중산층 기준에 소득만이 아니라 금융·부동산 자산 등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