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방침에도 서울 강남 등 인기 주거 지역에선 아파트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 송파구 잠실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허문찬  기자
새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방침에도 서울 강남 등 인기 주거 지역에선 아파트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 송파구 잠실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허문찬 기자
“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려던 사람도 다시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예요.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고, 급매를 찾는 문의만 늘었어요.”(서울 강남구 삼성동 A중개업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한시적 완화’ 방침을 밝힌 이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은 소폭 늘어났다. 하지만 강남, 여의도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선 매물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조치로 다주택자의 ‘절세용 매물’이 시장에 풀려 집값이 점차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5년간의 다주택자 규제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여전히 강해 서울 인기 주거 지역에서 매물 유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잠실, 1주일 새 매물 11% 줄어

양도세 완화에도…'똘똘한 한 채' 매물은 줄어
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2815건이다. 인수위가 다주택자 양도세 1년 중과 유예를 발표한 지난달 31일(5만1537건)에 비해 2.5% 늘었다. 노원구(4.8%) 도봉구(2.4%) 구로구(3.8%) 중랑구(4.7%) 등 시세 10억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의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같은 기간 집값이 비싼 강남구와 서초구 매물은 각각 1.7%, 0.1% 감소했다. 서울시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성동구 성수동과 송파구 잠실동에서도 매물이 각각 4.1%, 11.3% 줄었다.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급감하고 호가가 수억원씩 뛰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압구정동 B공인 관계자는 “작년 10월 36억원에 신고가를 썼던 신현대 전용면적 108㎡를 얼마 전 40억원에 팔려고 내놨다가 ‘좀 더 지켜보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도 있다”며 “조만간 호가가 41억원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잠실동 C공인 대표는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 호가가 하루 새 28억원에서 28억5000만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반면 노원구 상계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유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보유세 산정 기일(6월 1일) 전 시세 이하로라도 서둘러 집을 처분하겠다는 사람이 늘었다”고 전했다.

“서울 집값 양극화 심화할 것”

전문가들은 현 정부 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쏟아지면서 강남권 중심의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들이 서울 외곽 지역 자산을 처분하고 강남, 한강변 등 인기 지역 고가 주택은 남기면서 외곽 지역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주택시장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압구정동, 성수동, 잠실동 등을 비롯해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용산구 이촌동 등 대다수 인기 주거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것도 매물 출현을 어렵게 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게 불가능하다. 기존에 세입자를 들인 집은 최장 4년의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 집을 처분할 수 없다. 더구나 인수위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새 정부의 보유세 완화 기대가 큰 것도 매물 유인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공약을 통해 150~300%인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50~20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양도세 완화에 더해 보유세까지 낮추면 다주택자는 팔 유인이 사라진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주택을 처분한 다주택자가 강남 등 고가 주택으로 몰리면서 신고가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서울 고가 주택과 중저가 주택 간 가격 차이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헌형/이혜인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