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이 채 남지 않은 프랑스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연임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전진하는공화국 후보)의 대세론이 꺾이고 있다.

지지율差 5%P…마크롱 재선 장담 못한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1차 투표 지지율은 27%로, 르펜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22%)과의 격차가 5%포인트에 불과했다. 오는 10일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에 가까울 만큼 급격히 줄었다.

프랑스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자가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다. 두 후보가 결선에서 만날 경우를 가정한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53%, 르펜이 47%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조사 역시 2주 전과 비교해 격차가 16%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줄었다. 결선 투표는 24일 치러진다.

‘극우 포퓰리스트’ 르펜의 급부상은 프랑스 사회에 혼돈을 몰고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르펜의 약진이 프랑스 주요 은행과 인프라기업의 주가 급락 등으로 이어졌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르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한 유럽연합(EU)과의 협조에 불응하고 독자 외교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국유화 등 시장 자율성을 침해하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프랑스 인프라기업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아그리콜 등 대표 은행주는 이날 4~6% 급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건설회사 빈치, 에파주 등의 주가도 4% 넘게 떨어졌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지수는 1.3%가량 하락했다. 캐나다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의 글로벌 거시전략가 피터 샤프리크는 “여론조사 결과가 주식·채권시장을 뒤흔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르펜 체제의 프랑스는 격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르펜은 이번 대선에서 2017년 대선의 주요 공약이던 유로존 탈퇴를 다시 꺼내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유무역, 국경 개방 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악시오스 대체투자사의 제롬 레그라스 리서치책임자는 “르펜이 당선되면 러시아에 대한 EU의 대응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은행주 급락세에 대해서는 “통상 금융사 주식은 프랑스 경제의 하방에 베팅하는 투자자의 주요 타깃이 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독일 대비 프랑스 10년 만기 국고채 스프레드(가산금리)는 지난달 31일 0.41%포인트에서 0.53%포인트(4일 기준)로 확대됐다. 스프레드가 벌어졌다는 것은 프랑스 채권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FT는 “프랑스의 채권시장이 정치적 리스크에 휘둘리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들은 르펜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배경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국외 문제에 몰두한 사이 르펜은 서민 경제 안정을 공략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전쟁으로 에너지 등의 가격이 치솟자 르펜은 물가 안정을 위한 각종 감세, 보조금 지급 공약을 발표했다.

이달 초 프랑스 상원에서 마크롱 대통령에 관한 비판적인 보고서가 나온 것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 집권 기간에 그가 미국 컨설팅기업 맥킨지 등과 거액의 자문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계약금만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