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저조한 투표율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현직 대통령이자 전진하는공화국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의 연임이 점쳐지고 있지만 낮은 투표율로 판세 예측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3%는 투표장에 나가지 않겠다고 답한 셈이다. 이는 역대 최고 기권율(1차 투표 기준 28.4%)을 기록했던 2002년 대선 당시를 뛰어넘는 수치다.

젊은 층의 무관심이 두드러졌다. 18∼24세 응답자 중 53%만 투표 의사를 밝혔다. 70세 이상에선 81%가 투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판세의 유불리를 따지기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표율이 저조했던 2002년 대선 1차 투표에서도 극우 성향의 마리 르펜 국민연합 후보가 예측을 뒤엎고 2위 안에 들면서 결선에 진출했다. 프랑스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끼리 결선에서 겨룬다.

올해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이 관측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미 승기를 굳혔다는 판단에 따라 투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유권자가 늘었다는 분석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랑스 정치 분석가 제라르 그룬베르그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투표하는데 마크롱의 승리가 예상되자 유권자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인이 관심을 가질 민생 공약이 부족한 영향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프랑스의 모든 이슈를 덮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좌파 진영 후보들의 난립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지 후보를 뽑아도 결선 투표까지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유권자가 아예 투표를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크롱 캠프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지층이 마크롱의 당선을 과신하고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이번 프랑스 대선에선 12명의 후보가 참여한다. 다음달 10일엔 1차 투표, 24일엔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