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재단 예술상 김혜순 시인
호암재단 예술상 김혜순 시인
호암재단이 김혜순(67) 시인 등 '2022 삼성호암상 수상자'를 선정해 6일 발표했다.

올해 수상자는 △예술상 김혜순 시인 △사회봉사상 하트-하트재단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오용근(61) 포스텍 교수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장석복(60) 카이스트 특훈교수 △공학상 차상균(64) 서울대 교수 △의학상 키스 정(57)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 등 개인 5명, 단체 1곳이다. 호암재단은 국내외 저명 학자, 전문가로 구성된 46명의 심사위원과 47명의 해외 석학 자문위원이 참여해 4개월간의 심사 과정을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봉준호 영화감독이 받은 삼성호암상 예술상은 올해엔 김혜순 시인에게 돌아갔다. 호암재단 측은 "여성의 존재방식에 대한 끊임 없는 사유와 언어적 실험을 통해 고유한 시적 성취를 이뤘다"며 "'죽음의 자서전' 등 20여 권의 시집과 시론집을 발간하며 한국 현대시의 스펙트럼을 넓혀 왔다"고 김 시인을 설명했다. 김 시인은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 2021년 ΄스웨덴 시카다상΄ 등을 수상했다. 동시대 한국 시인으로는 가장 뚜렷한 국제적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사회봉사상을 받은 '하트-하트재단 (장애인들의 꿈을 실현하는 재단)'은 2006년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여 미국 뉴욕 카네기홀, 유니세프 초청 공연 등 국내외 1000여회의 공연을 펼치는 등 장애인 문화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왔다. 1988년 재단 설립 이후 어려운 환경의 장애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교육 복지사업과 함께 장애인 인식 개선 사업을 지속 전개하는 중이다.

과학상 물리·수학부문을 받은 오용근 교수는 현대 수학의 한 분야인 사교기하학에서 '플로어 상동성'의 중요한 이론적 토대와 응용방법을 발견해 풀리지 않던 여러 수학적 문제를 해결해 온 세계적인 수학자다.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을 받은 장석복 특훈교수는 반응성이 낮은 탄소·수소 결합(C-H) 분자를 고부가가치 물질로 변환시키는 전이금속 촉매 반응을 개발하는 등 유기화학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화학자다. 장 박사가 개발한 고효율 촉매 합성법은 전 세계 많은 연구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향후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을 제시해 유기화학 합성 분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공학상을 받은 차상균 교수는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던 데이터를 D램에 압축·저장해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업적으로, 의학상을 받은 키스 정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삼성호암상 심사위원들은 "올해 수상자는 글로벌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들과 단체"라며 "학술부문 수상자는 기초과학, 산업,

바이오 의학 분야에서 전 인류에 혜택을 주는 과학적 업적들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예술부문 수상자는 시를 통해 한국 문학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였으며, 사회봉사부문 수상자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를 통해 국내외 장애인 문화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함"이라고 언급했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이 수여된다. 올해 시상식은 내달 31일 열릴 예정이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호암재단은 삼성호암상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이 탁월한 수상자들을 앞으로도 지속 발굴해 인류 문명의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삼성호암상은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생의 유지에 따라 학술·예술 및 사회발전,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현창하기 위해 1990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제정했다. 올해 제32회 시상까지 총 164명의 수상자에게 307억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