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 된 '우주인' 고산 "산업 밑바닥 경험…사각지대 고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경제2분과 위원으로 17일 선정된 고산(46)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예비 우주인'으로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으나 좌절을 맛보고 '창업 멘토', '스타트업 대표'로 경력을 전환한 인물이다.

고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 통화와 서면 인터뷰에서 인수위원직을 맡게 된 각오를 자신의 경험과 결부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여년 간 창업을 돕는 비영리법인에서 청년 창업을 돕기도 했고 직접 스타트업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산업 현장을 밑바닥부터 하나씩 경험해왔다"며 현장의 애로를 잘 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 대표는 "특히 제조업이라는 전통산업과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제조업 생태계를 혁신하려는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아직은 이런 신산업에 정부의 이해나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수위 활동을 통해 이처럼 성장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알리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인들에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안하고 고민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영외국어고 중국어과 출신인 그는 2003년 서울대 수학과에서 학사학위, 2005년 서울대 대학원 인지과학협동과정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2005년 삼성 종합기술원 인공지능 연구원에서 컴퓨터 비전 연구를 시작했다.

인수위원 된 '우주인' 고산 "산업 밑바닥 경험…사각지대 고민"
고산씨는 2006년 진행된 한국인 최초 우주인 선발에 참여해 3만6천206명에 이르는 지원자들 중 이소연씨와 함께 단 두 명의 최종 후보자로 선발됐다.

2007년 2월부터 한국과 러시아에서 우주인 훈련을 받은 고씨는 그해 9월 이씨를 제치고 최종 한국인 우주인 후보 1인으로 뽑혔다.

그러나 우주인 훈련 과정에서 고씨가 외부 반출이 금지된 훈련 교재를 자신의 짐과 함께 한국에 가져왔다가 반납하고, 본인 교육과 관련이 없는 훈련 교재를 임의로 빌려 사용하는 등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러시아 측이 문제삼았다.

이 때문에 실제 탑승을 한달여 앞두고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향할 한국 첫 우주인은 이소연씨로 변경됐고, '예비 우주인'으로 신분이 맞바뀐 고씨는 우주비행을 하지 못했다.

고씨는 이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기획부 선임연구원으로 있다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공공정책 석사과정에 잠시 다녔으나 중도에 그만뒀다.

그는 이어 2011년 창업컨설팅 비영리법인 타이드 인스티튜트(TIDE Institute)를 한국에서 설립해 2014년까지 대표를 맡았다.

이 법인은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컴퓨터수치제어(CNC) 기기 등 제작 장비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보는 공간인 '팹랩'을 국내외에 운영하고 있으며 인재 양성 프로그램 TEU도 운영한다.

고씨는 2013년에는 스타트업 에이팀벤처스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2020년 12월부터 제조업 연결 플랫폼 '카파'(CAPA)를 운영하고 있다.

카파는 제품 제조가 필요한 업체와 제조업체를 온라인으로 이어주는 서비스다.

고 대표가 합류한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는 일자리 창출과 규제 혁파, 부동산 등 산업 정책을 담당할 예정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고 대표에 대해 "국내 1호 우주비행사에서는 탈락했지만,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인생 2막을 예비창업자를 돕는 일로 열었다"며 "미래세대에 좋은 귀감이 되고 일자리 문제 해결, 산업 생태계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