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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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급률이 1% 미만(지난해 기준)인 국산 딸기 품종인 '두리향'은 최근 품절 대란을 빚었다. 방탄소년단(BTS) 팬덤인 아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결과다. 외삼촌의 딸기농장에 방문한 BTS멤버 진이 이연복 셰프 등에게 선물한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해져 동이 났다는 후문이다.
# 5성급 호텔 롯데호텔서울은 최근 주말에 운영하는 딸기 뷔페의 온라인 예약을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2월까지 예약이 동났다. 2시간 안팎의 제한된 시간에 지난해보다 비싼 6만원대 후반의 가격이 책정됐지만 '금값'이 된 딸기를 호텔에서 즐기려는 소비자의 '광클'이 이어진 결과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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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딸기는 최근 '금딸기'라고 불릴 정도로 몸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내외 꾸준한 수요와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이 겹쳐 몸값이 평년보다 70%가량 높게 치솟았다.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아 전용항공기를 타고 모셔가는 귀한 몸이 됐다.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8일 소매시장에서 딸기는 100g 기준 2563원에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몸값이 70.5% 올랐다. 평년보다도 72.0% 높은 가격이다.

도매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날 ‘상품’ 등급의 딸기 2㎏ 한 상자는 4만640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보다 6.4% 떨어졌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0.0% 높은 가격이다. 평년보다 52.3% 올랐다.

이 같은 딸기값 상승은 꾸준한 수요와 작황 부진이 겹친 탓이다. 딸기가 영그는 시기인 지난해 10월께 이상 고온이 이어져 병충해가 퍼진 탓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최수현 농업연구사는 "재배 시 적정 생육온도가 중요한데, 이상고온과 잦은 강우로 올해는 상대적으로 딸기 작황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산 딸기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25일 기준)까지 과일 매출 1위는 딸기였다. 또한 신선식품 중분류 기준에서도 1위를 차지해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전진복 이마트 딸기 담당 바이어는 "겨울 과일로 딸기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고급 딸기 수요가 커지며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일반 딸기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맛과 품질에 대한 선호로 고급 딸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호텔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JW메리어트동대문 등 호텔가는 줄줄이 딸기 뷔페 가격을 6~14%가량 인상했으나 연일 몰려드는 소비자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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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딸기 수출은 2020년 기준 5374만7000달러로 지난 15년간 약 12배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출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홍콩과 싱가포르행 딸기 전용 항공기 노선을 운영한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수출 물량의 95% 이상을 항공편으로 운송하기 때문.

딸기는 국산 품종 보급률이 96.3%(지난해 기준)에 달해 이른바 K딸기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국산 딸기 품종 18개 중 점유율 1위(84.5%)는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가 2005년 개발한 '설향'이다. 흰가루병에 강하고 과즙이 풍부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한다. 과거 육보(레드펄), 장희(아키히메) 등 일본 품종이 80% 이상 주름 잡은 딸기 시장에서 국산 품종이 주류가 되도록 이끈 품종이다. 2005년 9.2%에 그쳤던 국산 딸기 품종 보급률은 2010년 61.1%까지 올라 일본 품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2위는 경남농업기술원이 육성한 '금실'(4.1%)로 열매가 단단해 내수와 수출이 모두 가능한 품종으로 평가받는다. 단맛이 강한 죽향(2.8%)과 매향(2.5%)이 뒤를 잇고 있다. 크기가 손바닥 만한 킹스베리가 1%를 차지하고 있고, 최근 화제가 된 두리향 등은 1% 미만의 점유율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