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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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적자 주범으로 꼽히는 백내장 수술 관련 과잉 진료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백내장 수술 급여 기준 검토 관련 정책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5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심평원은 복지부의 정책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해 12월28일자로 백내장 수술 급여 기준 검토 및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무분별한 백내장 수술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백내장이 없거나, 증상이 경미한 경우 불필요한 수술을 방지하기 위한 수술 기준 도입 및 검사 기록지 보유 의무화를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이번 연구용역은 계약일로부터 6개월간 진행되며, 연구용역 결과는 올해 하반기 내 보고될 예정이다. 다만 연구용역 기간이 길게 설정돼 있고 추가 연장이 가능하단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 주도의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당장 내년도 실손보험 보험료 조정분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백내장 수술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타당성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며 "불필요한 백내장 수술이 증가하는 행태를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의 방안을 강구할 것이며, 만족할만한 연구용역 결과가 도출될 경우 급여 기준 재정비를 추진해 부적절한 수술이 이뤄지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이 일부 의료기관에서 백내장 관련 부적절한 보험금 청구가 지속되는 것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백내장 관련 부적절한 보험금 청구 문제가 실손보험 가입자 전체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고, 실손보험의 존립 기반을 와해시키는 사안이라 판단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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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백내장 수술은 실손보험 적자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779억원에 불과했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은 지난해 1조152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5년 사이에 무려 약 15배 급증한 추정치다. 손해보험사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백내장 수술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4%에서 지난해 10% 수준까지 올랐을 것이란 게 보험연구원의 진단이다.

2020년 9월 정부가 백내장 치료의 고가 검사비를 건강보험 항목으로 전환해 건보 재정을 투입했는데도 관련 실손보험 지출은 오히려 늘고 있는 비상식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부 의료기관이 진료비 일부 환급을 조건으로 실손보험 가입 환자를 유인하고, 수술 검사비 급여화에 따른 수익 보전을 위해 비급여 항목인 시력 교정용 다초점 렌즈비를 인상해 실손보험금에 전가하는 사례가 증가한 결과다. 실제로 실손보험 청구 건에서 200만원대에 머물던 다초점 렌즈의 평균 가격은 2020년 9월 이후 300만원대 후반에서 400만원대 초반으로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소수 가입자의 과다한 보험금 청구가 다수 가입자의 피해를 초래하는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실손보험의 올해 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14.2%로 확정된 상태다.
사진=보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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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2009년 9월까지 가입) 및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평균 16% 인상된다. 이에 따라 1·2세대 실손보험은 4년 연속 보험료가 평균 9.9% 이상 오르게 됐다. 이렇게 되면 3∼5년 주기의 갱신이 도래한 가입자 중 올해 총액 기준 50% 넘게 인상된 보험료를 적용받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더 나이가 오는 4월 보험료 인상률이 적용되는 1세대 실손 가입자 중 일부 고령층에선 보험료 인상률이 100%에 도달할 수 있다. 연령 인상분까지 반영돼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백내장 관련 과잉진료는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 요인은 물론 급여 공단부담금까지 누수되도록 하는 고질적인 문제로, 사실상 금융권만의 제도 개선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용역에 따라 복지부의 제도 개선이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백내장 비급여 항목의 과잉진료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