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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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7일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3000을 넘었다. 2000을 돌파한 2007년 7월25일 이후 13년 5개월여만이었다. 같은해 7월6일엔 3305.21로 약 10%가 더 올랐다. 하지만 작년 종가는 2977.65로 2020년 종가 대비 3.65% 오르는 데 그쳤다. 제자리 걸음이나 다름없게 됐다.

하지만 3000을 찍었던 증시인 만큼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3000선 안착을 바라고 있는 게 투자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전망도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주식이 많이 팔려야 수익이 남는 증권사와 주식을 사서 수익률 성과를 내야 하는 자산운용사 모두 ‘작년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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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 까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의 끝이 보인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전과 같은 봉쇄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감염병의 영향력이 인간이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약화된다면, 경제는 원상으로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하반기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악화된 공급망 병목 현상이 풀리면 반도체, 자동차를 비롯한 경기민감섹터가 활력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또한 올해는 2년에 걸친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은 산업 구조 재편에 가속도를 붙는 해가 될 것으로 보는 관점이 많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비대면 트렌드는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을 촉발했고, 이는 작년에 메타버스 산업 개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지난해까지 기대감이 증시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실적과 성과가 동반되면서 시장을 탄탄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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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공모주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작년 3월24일 상장한 자이언트스텝은 특수시각효과(VFX)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공모가(수정주가 기준 5354원) 대비 1207.43% 오른 7만원에 작년 거래를 마쳤다. 작년 한 해 동안 증시에 상장한 새내기주 중 수익률 2위 종목은 355.3%가 오른 멕스트로, 이 회사는 증강현실(AR) 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공모주 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기업은 단연 ‘LG에너지솔루션’이다. 희망공모가액 기준 공모금액은 10조9225억~12조7500억원에 달한다. 한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차전지를 만드는 이 회사는 전기차용 2차전지 수요가 급증한다는 확신에 가까운 전망에 상장 직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규모 3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그룹 계열사들도 잇따라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정유사 현대오일뱅크, 신세계그룹의 쓱(SSG)닷컴이 대표적이다. 교보생명과 마켓컬리는 운영하는 컬리도 올해 대어로 기대를 모은다.

문제는 작년 초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은 새로운 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의 절대량이 부족한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가 공급되면서 ‘쓸만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정보가 공개된 경제지표도 너무 많아 모두 확인하기 어려운데 개별종목의 정보까지 선별해 내려면,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되레 막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해결해줄 대안으로 상장지수펀드(ETF)가 부상하고 있다. 직접투자의 장점과 간접투자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어서다. 특정 자산 가격이나 산업 성장의 방향성에 확신을 갖고 있지만 뭘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관련 ETF 종목을 검색해보면 된다.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ETF도 있다. 최근에는 전문가인 펀드매니저가 초과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운용을 곁들이는 ‘액티브 ETF’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마냥 긍정적이 요인만 있는 건 아니다. 작년 말부터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증시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성장 기대감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금리가 오르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종목이 현재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미래에 큰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의 주식이다.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도구로 시장금리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금융투자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렸다. 한경닷컴이 각각 5명의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올해 전망을 물은 결과 대체적으로는 펀드매니저들이 좀 더 낙관적이었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테이퍼링)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이 작년 초부터 이어진 덕에 어느정도 예상이 섰고,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주식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때문에 이들은 좋은 종목을 고르기 위한 기업분석에 더욱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선진국 중앙은행의 긴축 드라이브로 인한 공백을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이 메꿔줄 것’(KB증권)이란 낙관론에서부터 ‘당분간 주식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말라’(미래에셋증권)는 비관론까지 의견의 스팩트럼이 넓게 퍼져 있었다. (계속)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