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기안84의 왕따 논란을 촉발시킨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여름방학 특집' 기획 과정이 공개됐다. 나혼산 제작진은 실제로 모든 멤버가 모이는 축하 파티를 기획했다가 정부의 방역지침으로 이를 계속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안84 왕따 논란을 일으킨 지난 8월13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사진=MBC '나혼자산다' 캡처
기안84 왕따 논란을 일으킨 지난 8월13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사진=MBC '나혼자산다' 캡처
해당 방송은 8월13일 방송분으로 기안84의 작품 완결을 기념하는 여행 과정에서 왕따 논란이 불거졌다. 기안84가 다른 출연자들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지만, 실제 전현무를 제외한 모든 출연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MBC 측은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해당 회차 방송 기획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왕따 논란설을 부추긴 데 대해 사과했다. 지난 9월24일 진행된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은 지난달 27일 공개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나혼산 제작진은 기안84의 웹툰 연재 마감을 기념해 출연자 모두가 오랜만에 정모를 갖는 기획을 추진했다. 전현무와 기안84가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멤버들이 후발대로 깜짝 등장하는 것이 처음 기획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발효되면서 정모를 계속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제작진은 논란이 된 회차의 내용으로 기획을 바꿨다.

저녁 6시 이후에는 사적 모임을 2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부 지침 속에서 녹화를 끝내고 출발하면 밤이 되는 시간에 4인 이상 모이는 정모를 감행하기엔 여러 가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전진수 MBC 예능기획센터장은 "여기서 잘못된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가슴아프다"면서 "그 당시 아이템 자체를 취소하거나 기안84에게 어쩔 수 없이 둘만 가기로 했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해주고 촬영했다면 이런 비난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깜짝 서프라이즈라는 콘셉트만 유지한 채 나머지 출연자들의 출발을 취소한 게 가장 큰 패착이라고 덧붙였다.

전 센터장은 또 "기안84의 순진무구한 캐릭터를 잘 살릴 것으로만 생각하고 시청자에 불쾌감이나 따돌림 트라우마를 되살릴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백번 사죄해도 모자란 실수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