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올라탄 보험사…DB손보, 카카오페이서 전용 보험 판다
DB손해보험이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보험업계 최초로 카카오 전용 장기 보험을 선보인다. 다른 보험사들도 ‘보험 선물하기’ 등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를 줄줄이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의 금융 영토 확장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보험업계도 젊은 고객층을 잡기 위해 빅테크(대형 IT기업)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DB손보는 카카오페이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전용 암보험 상품을 출시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암 진단비와 수술비, 입원 일당 등 기존 암 보험의 필수적인 보장 내용을 모두 포함했다. 암 진단을 받을 경우 제휴 업체를 통해 가사도우미를 지원받는 서비스도 추가했다.

이 상품은 보험 가입 전 과정을 카카오 내에서 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장기 보험 계약 체결 시스템에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적용, 양사 플랫폼 간 연결 강도를 높였다. 카카오페이 회원은 별도 가입이나 연결 단계 없이 빠르게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DB손보 측은 “오픈 API를 활용하면 빅테크 전용 상품과 플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이달 중으로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에서 지인에게 보험을 선물하는 ‘선물하기’ 서비스 등을 준비 중이다. 가입 부담이 적은 생활 밀착형 보험, 단기 보험 등이 주력 상품이 될 전망이다. 또 카카오의 보험대리점(GA) 자회사인 인바이유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일부 보험사도 제휴 확대를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와 빅테크 간 협업 기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보험 가입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의 접점을 키우는 것도 장기 영업이 중요한 보험사에는 생존 과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몇몇 보험사가 카카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해당 회사 앱이나 모바일앱으로 연결해주는 형태에 그쳤다”며 “만약 ‘카카오 효과’가 실적으로 나타난다면 제휴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업계가 빅테크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6월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예비허가를 통과하고 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네이버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도 보험 비교 서비스 출시 등을 검토 중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빅테크가 보험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손해율 등 데이터를 축적하고 향후 자체 영업에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빅테크의 파괴력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단기 상품 위주의 단발성 제휴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