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5조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에틸렌을 생산하는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한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안정적인 생산을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석유화학 사업을 대폭 확대해 그룹의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야심 찬 계획에 따른 것이다. 단지 조성 계획을 처음 공개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신 회장의 구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10년 숙원' 이룬 신동빈…롯데, 5조 인도네시아 화학단지 짓는다

‘라인 프로젝트’로 동남아 공략

신동빈 회장
신동빈 회장
2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조성 계획을 확정한 뒤 내년 착공할 예정이다.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도 입찰해 선정한다. 사업 주체는 롯데케미칼인도네시아(LCI)다. LCI는 롯데케미칼과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된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이 각각 49%, 51%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케미칼타이탄도 지난달 28일 주주서한을 통해 최적의 시기에 프로젝트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찔레곤에 건설되는 석유화학단지 조성엔 44억달러(약 5조원)가 투입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계획보다 투자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명은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뉴에틸렌’의 단어 앞글자를 딴 ‘라인(LINE)’으로 정했다. 2025년 상업 가동이 목표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설비인 납사크래커(NCC) 공장이 핵심시설이다. 롯데 측은 이곳에서 연 10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 세계 공장에서 연 450만t가량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라인 프로젝트

라인 프로젝트는 첫 계획이 공개된 2011년 이후 10년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신 회장은 당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 석유화학단지 조성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2010년 말레이시아의 석유화학 업체 타이탄을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에 있는 생산설비도 함께 사들였다.

롯데그룹은 곧바로 착공해 2016년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스틸로부터 부지도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협상이 지연된 데다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을 거치면서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었다. 이어 2018년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신 회장이 연루돼 8개월간 법정 구속되면서 프로젝트는 또다시 연기됐다.

신 회장은 2018년 10월 석방된 뒤 경영 일선에 복귀하자마자 같은 해 12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강한 사업 재개 의지를 보여 왔다. 2023년 상업 가동이 목표였다. 롯데건설을 중심으로 토지 매입 후 땅을 다지는 지반공사도 진행했다. 하지만 EPC 업체 선정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프로젝트가 표류했다.

롯데 측은 더 이상 착공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라인 프로젝트를 재개하기로 했다. 올 2분기 롯데케미칼이 사상 최대인 6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등 탄탄한 자금 여력을 갖추게 된 점도 재추진 배경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타이탄도 올 2분기 4억4500만링깃(약 12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274% 급증한 수치다. 회사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공사에 들어가면 일정 변경 없이 정상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