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파생시장 전문가 K씨와 이상은 기자가 파생상품의 다양한 구조와 시장의 흐름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파생시장의 기억'을 마켓인사이트에 매달 연재합니다. 앞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ELS, 원유시장선물, DLF 등 다양한 파생상품에 얽힌 한국 시장의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1. "중위험 중수익이라고 하는 ELS(주가연계증권) 말이야, 근데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 아니야?"
"아니, 어떤 비밀?"
"예금 금리는 연 1~2% 밖에 되지 않잖아. 그런데 연 4% 수익률을 계속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지? 숨겨진 리스크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ELS에 투자한 사람이 손실을 보지 않는다면, 운용사가 언젠가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최근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예금 금리가 연 1~2%밖에 안되는 시대에 연 4%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질문을 한 쪽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 ELS 투자자든 아니면 ELS 운용사든 누군가는 언젠가 큰 손실을 입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2. 앞서 다른 술자리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ELS의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ELS가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미디어에 소개되는데, ELS가 사실 수익이 나면 연 4%밖에 안되고, 손실이 나면 반토막이 되는 것 아니냐"며 "(중위험-중수익이 아니라) 사실은 고위험-중수익 상품"이라는 격정 섞인 비판이었다.

한쪽은 수익이 너무 많다고 하고, 다른 한 쪽은 (위험 대비) 수익이 너무 작다고 하니 누가 맞는 말을 하는 건지 아리송하게 들린다. 둘 다 맞고, 둘다 틀리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당혹스럽겠지만, 양쪽 모두 일부의 진실과 일부의 오해를 담고 있는 견해다. 앞서 마진콜 사태의 원인으로 ELS를 지목했는데, ELS가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고 운용되는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신한금융투자가 내놓은 한 ELS 상품의 구조. 대부분의 ELS 상품은 이와 유사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신한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가 내놓은 한 ELS 상품의 구조. 대부분의 ELS 상품은 이와 유사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신한금융투자.
ELS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인가

ELS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는 논리는 예금 및 주식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예금은 초저위험 상품으로 수익도 연 1% 수준으로 낮다. 주식은 대표적인 고위험 상품으로 기대수익도 높다. 종목에 따라서 100%, 200%의 초고수익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연 7~8% 수준이 합리적인 기대수익이다.

ELS는 딱 그 중간이다. 주가가 폭락하지만 않으면 연 4%의 수익을 제공한다. 대신 상승잠재력(Upside potential)을 포기해야 하고, 주가가 폭락하고 보동 3년인 만기까지 회복하지 못하면 주식과 동일한 투자결과를 갖는다. 저위험-저수익인 채권, 고위험-고수익은 주식의 중간적인 성격이라는 의미에서 ELS는 중위험-중수익이라 부르는 것이다.
ELS에 대한 오해와 진실 [파생시장의 기억 (2)]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손실확률을 따져보는 것도 좋은 비교방법이다. 예금은 은행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확률은 0%이다. 주식은 대략 40~50%라 할 수 있다. ELS는 얼마나 될까? ELS의 손실확률은 공시자료에 포함된 기초자산의 과거데이터를 이용한 모의실험의 내용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대략 10% 미만이다. 주식투자와 비교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하단의 그림과 같이 최근 국내 증권사가 발행과 동시에 공시한 ELS의 손실확률은 기초자산과 수익구조에 따라 0%(좌측)에서 10%(우측) 수준으로 나타난다.
ELS에 대한 오해와 진실 [파생시장의 기억 (2)]
이러한 상황을 살펴본다면, 손실확률 측면에서 ELS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분류하는 이유가 이해될 수 있다. ELS가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원금이 반토막이 날 정도로 손실이 크다는 점에서는 고위험 상품이지만, 손실확률이 높지 않다. 그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이것을 손실확률이 높은 '고위험'으로 분류하기보다는 '중위험'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수년 전 신용등급 AA-였던 대우조선해양 채권의 경우와 같이 손실확률이 극도로 낮지만, 손실시 손실률이 80% 수준에 달하는 회사채를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만 기초자산과 수익구조에 따라서 손실확률은 고위험 또는 초고위험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ELS는 체계적인 물타기 전략이다

그렇다면 ELS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연 4%의 수익을 거두는 것일까? 알고보면 대단한 투자전략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물타기 전략을 체계적으로 구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초 투자시점에서 투자원금의 20%만 기초주식을 매입한다. 만약 주가가 20% 하락하면 투자원금의 30%를 추가로 매입한다. 주가가 또 20% 하락하면 추가로 30% 매입하고 기다린다. 그 과정에서 주가가 반등하면 수익을 실현한다. 이렇게 투자하면 왠만하면 수익이 발생한다. 초기 주식투자비중이 낮고, 주가가 하락하면 추가 매수하기 때문이다.

ELS는 이러한 물타기 전략을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상품이다. 금융공학을 이용하여 1~2%의 미세한 주가 변동에 대해서도 리밸런싱 전략을 마련한다. 매일매일의 운용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매입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높은 가격에 매도하여 수익을 실현한다. 그리고 매일매일의 수익을 모아서 투자자에게 수익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ELS에 대한 오해와 진실 [파생시장의 기억 (2)]
· A 지점: 최초 투자시점에서 1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한다고 가정한다. 주식을 20만원 매수하여, 주식 20만원, 현금 80만원을 보유한다.

· B 지점: 1년 뒤 주가가 20% 상승하여 보유주식의 가치가 20만원에서 24만원으로 상승하고, 전체 자산의 가치도 104만원으로 상승하였다. 주식을 전부 매도하여 연 4%의 목표수익을 달성하였다.

· C 지점: 1년 뒤 주가가 20% 하락하여 보유주식의 가치가 20만원에서 16만원으로 하락하고, 전체 자산의 가치도 96만원으로 하락하였다. 32만원의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여(리밸런싱), 주식 48만원, 현금 48만원을 보유한다.

· D 지점: 2년 뒤 주가가 최초주가수준(100%)으로 반등하여 보유주식의 가치가 48만원에서 60만원(=48 X 100 / 80)으로 상승하고, 전체 자산의 가치도 108만원으로 상승하였다. 주식을 전부 매도하여, 연 4%의 목표수익을 달성하였다.

· E 지점: 2년 뒤 주가가 최초주가의 60% 수준으로 추가 하락하였다. 보유주식의 가치가 48만원에서 36만원(=48 X 60 / 80)으로 하락하여 전체 자산의 가치도 84만원으로 하락하였다. 보유 현금 48만원으로 주식을 전부 매수하여(리밸런싱) 주식 84만원, 현금 0원을 보유한다.

· F 지점: 3년 뒤 주가가 최초주가의 80% 수준으로 반등하여 보유주식의 가치가 84만원에서 112만원(=84 X 80 / 60)으로 상승하고, 전체 자산의 가치도 112만원으로 상승하였다. 주식을 전부 매도하여, 연 4%의 목표를 달성하였다.


체계적인 물타기 전략으로 운용하는 ELS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기초주식의 평균회귀성향을 활용한다. 당연하게도 물타기 전략은 기초주식이 다시 상승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그래서 ELS는 대부분 평균회귀성향이 강하고, 망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주가지수나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선정한다. 이런 점에서 반등을 예상하고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가치투자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둘째, 기초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자산배분전략이다. 처음에는 주식과 채권에 3:7로 투자하고 주가가 하락하여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면 주식비중을 늘리고 채권비중을 줄여 5:5로 투자한다. 다시 주가가 상승하여 주식이 고평가되면 주식비중을 줄이고 채권비중을 높여서 3:7로 투자한다. 주가가 진짜 많이 하락하면 채권비중을 0으로 낮추고, 주식에 100% 투자한다. 주가가 진짜 쌀 때는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자산배분전략보다 자산군의 개수도 적고 운용전략도 간단한 기본적인 자산배분전략이지만, 이 전략을 원칙대로 고수할 수 있다면 성공확률이 매우 높다.

셋째, ELS 투자는 성공확률이 높지만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우량 기초주식을 선정하고, 다시 시간적으로 분산하여 투자함으로써 성공확률을 높였지만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 20년 동안의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우상향하고 금융위기나 유럽재정위기, 그리고 올해 코로나사태가 발생하여도 1~2년 이내 반등하는 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양적완화에 재정정책까지 동원하여 중앙은행과 정부가 주가부양이 노력해온 탓이다. 그러나 언젠가 지금의 통화정책 싸이클이 사라지고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가 도래하면 주가지수의 평균회귀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언젠가는 크게 터질 것이라는 말은 항상 맞다.

집중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언젠가 크게 터질 것이라는 예언(?)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자산은 거의 없는데, 이 자산들을 다 배제하면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그보다는 집중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ELS의 기초자산은 S&P500, EuroStoxx50, KOSPI200, Nikkei225, HSCEI 등 몇 개의 주가지수에 집중되어 있다. 더욱이 ELS는 이들 기초자산 중에서 2~3개를 묶어서 그 중 하락률이 가장 큰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손실여부를 판단한다. 작년 9월 23일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발행된 지수형 ELS는 27조1000억원인데, 위의 5개 지수를 편입한 ELS를 중복계산하면 총 70조9000억원으로 2.6배에 달한다. 미국, 유럽, 아시아 중 어느 하나의 경제권에 충격이 오더라도 ELS 운용사나 ELS 투자자에게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ELS에 대한 오해와 진실 [파생시장의 기억 (2)]
마진콜 사태가 벌어졌던 작년 상반기 증권사 ELS 운용 상황을 보면, 집중 위험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같은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운용손실은 1조원에 달했다. 해당 손실규모에는 DLS와 원금운용채권도 포함한 수치일 수 있지만 ELS 운용손실 자체도 역대급이었다.

ELS 트레이더들도 나름대로 위험 시나리오와 대책을 갖고 있었지만, 주식시장 시장이 요동치면서 유동성이 사라져 거래 자체가 어려웠던 것이 문제를 키웠다. ELS는 주가가 하락하면 운용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반면 시장 유동성은 급격히 감소하는데, 50조원에 달하는 ELS 물량이 시장에서 쉽게 소화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연간 50조원 이상으로 커버린 상품, 그 상품이 몇 개의 기초자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금융당국의 관점에서(시장 전체의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