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생산성이 과연 높아질까요? [여기는 논설실]
네이버 계열사 라인플러스가 얼마전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제를 이어간다고 발표했습니다. ‘라인 하이브리드 워크 1.0’로 이름 붙여진 이 제도는 완전 재택부터 부분 재택까지 직원들이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조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7월부터 1년동안 시험운영을 거쳐 확산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스타트업 직방은 기존 사무실을 없애고 전면 재택근무에 나서고 있고, 통신사들도 재택근무를 지원하기 위해 분산 오피스를 운영중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트위터, 페이스북, 애플등이 코로나 시기의 재택근무제를 이어간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백신접종이 늘면서 코로나 시기 풀타임으로 재택근무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는 거죠.

재택근무의 효율성에 대해선 이런저런 평가들이 많습니다. 초기엔 출퇴근 시간이 낭비되지 않으면서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조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꼭 그렇지 않다는 연구자료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시카고대 베커프리드먼 연구소에서도 관련 주제에 대한 논문("Work from Home & Productivity: Evidence from Personnel & Analytics Data on IT Professionals")이 나왔는데요. 2019년 4월과 2020년 8월사이 아시아 IT기업에서 근무하는 약 1만여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이전과 재택근무 때의 생산성을 비교한 겁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하면서 전체 근무시간은 약 30%가 증가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 근무시간 외에 일하는 것도 18%가량 늘었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늘었으니 생산량(아웃풋)도 늘지 않았을까 싶은데,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간당 생산성은 20%가 떨어졌습니다. 어떤 활동을 조율하거나 미팅하는데 쓰는 시간이 늘었고, 전화나 이메일 메신저 등에 방해받지 않고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이 그룹 화상회의 등으로 채워졌다는 겁니다. 개개인의 네트워크나 코칭, 상사와의 1대1 미팅 등은 줄었습니다.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훈련받는 시간이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이 논문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직원들간 소통과 업무 조율에 드는 시간이 늘어났고, 이것을 생산성 하락의 주요한 이유라고 봤습니다.

재택근무땐 왜 회의가 늘까요? 부장이나 팀장들이 자신이 맡고 있는 부서나 팀의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신이 안서서 더 자주 체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관리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에 따르면 원격으로 떨어져서 일할 때 기본적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협업을 하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업무상 조율이 훨씬 힘들고, 그래서 회의가 잦아지고, 그것이 바로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라는 해석입니다.

그렇다면 생산성 측면에서 볼때 가능한 사무실에 모여 일하는게 최선일까요? 연구자들은 조사대상이 된 IT업계의 경우 대부분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전문가 집단과 협업을 하거나, 고객들과 일하거나, 혁신 또는 지속적 향상이 필요한 인지적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일을 하면 되는 직업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는 거죠. 다른 연구들에서도 뭔가 기획이나 창의적인 업무에 대한 논의, 브레인스토밍처럼 아이디어를 모을 때는 화상회의보다 대면회의가 훨씬 더 생산적이라고 봤습니다. 한 공간에 모인 참여자들간의 교감이 시너지를 낸다는 거죠. 메타버스처럼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들이 만나 회의를 하면 좀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뭘까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엔 하나 분명하고 간단한 답이 제시돼 있습니다 "가능한 전화(화상회의) 횟수를 줄이고, 하더라도 짧게 하라."

재택근무, 또는 적어도 하이브리드 근무가 대세가 되면, 회의 효율성 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툴과 방식들이 개발되면서 생산성도 점점 높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디지털화 등 '무형자산'에 투자할수록, '유형자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노동생산성이 더 많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박성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