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병탁 서울대 AI 연구원장
초대규모 AI 연구센터 설립
연구원 100명 한국어 모델 개발
"눈 달린 AI 스피커 나올 수도"
기업과 파격적 협력 계속 확대
산업계 데이터·인프라 활용
모든 학문에 AI 연구 접목해야
“대학과 산업 사이에 장벽이 없는 인공지능(AI) 연구, 학문 간 경계가 없는 AI 연구가 필요합니다. 서울대 AI연구원(AIIS)이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유입니다.”
장병탁 AIIS 원장(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 AI 연구의 방향성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대학 본부 산하에 2019년 설립된 AIIS는 서울대 안팎에서 이뤄지는 AI 연구를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꾸려진 조직이다. 국내 최대 AI 연구조직인 AIIS에는 서울대 교수 300여 명을 주축으로 연구진 약 2000명이 참여하고 있다.
“대학·기업 시너지 효과 내야”
AIIS의 초대 원장으로 부임한 장 원장은 서울대 안팎 곳곳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졌던 AI 관련 연구를 종합 관리하고, 여러 연구진의 협력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장 원장은 머신러닝(기계학습)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서울대와 네이버가 최근 ‘초대규모(hyper scale)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캠퍼스 밖 기업과 손을 맞잡은 사례다. 이 센터를 중심으로 앞으로 3년간 네이버와 서울대의 AI 연구원 100여 명이 관련 연구에 나선다. 최고의 자연어 처리 기반 AI인 ‘GPT-3’를 능가하는 한국어 언어모델을 개발해 ‘AI 주권’을 지키는 게 목표다.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AIIS는 네이버가 보유한 빅데이터, 컴퓨팅 인프라 등의 자원을 쓸 수 있게 됐다. 장 원장은 “AI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에서 기업이 보유한 대규모 데이터는 중요하다”며 “네이버도 대학의 고급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양측은 언어·이미지·음성을 동시에 이해하는 AI도 개발할 계획이다. 장 원장은 “언어를 잘하려면 텍스트뿐 아니라 시각도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네이버의 스마트 스피커 ‘클로바’에 ‘눈’이 달리면 비언어적 소통이 가능한 AI를 개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AI 경쟁력을 갖추려면 파격적인 산학 협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대학에서의 연구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 머무는 일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대학·기업 간 끊임없는 소통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교육에서 부족한 게 기업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없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산업이 고민하는 문제를 학교에서 풀면서 연구원들이 현실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자율주행·의료·커머스 등 연구 지원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서울대와 손잡은 배경으로 AIIS가 방대한 영역에서 AI 연구를 지원한다는 점을 꼽는다. AIIS 산하 ‘인공지능 선도혁신 연구센터’는 16개에 달한다. 연구 분야는 의료에서부터 자율주행, 기후, 교육, 커머스를 망라한다. 해당 센터들은 AIIS로부터 AI 전문 연구인력과 AI 연구에 필요한 산업계의 데이터, 인프라 등을 지원받는다.장 원장은 AI가 공학 또는 공대만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했다. 모든 학문(X)에 AI를 접목한 연구, 즉 ‘X+AI’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언어 AI 연구센터의 경우 언어학과 교수가 센터장이고 대부분이 인문대 교수들”이라며 “AI가 플랫폼이 돼 모든 것을 먹여살리는 세상에 학문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IS는 올 하반기 문을 열 서울대 일반대학원 AI협동과정(AI 대학원)과도 긴밀한 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장 원장은 “AI 대학원이 원천기술을 교육하고 인재를 양성한다면, AIIS는 교내외 협력을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