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임직원에게 “세계에서 가장 앞서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의 제재로 통신장비 사업이 위기에 빠지자 소프트웨어 부문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우기로 한 것이다.

25일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화웨이 내부 메모에 따르면 런 창업자는 “우리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미래를 개척하는 일은 미국의 통제 밖에 있다”며 “우리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더 큰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2019년 5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를 강화해왔다. 작년 9월부터는 미국 허락 없이는 외국 기업도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가 들어간 반도체를 화웨이에 팔 수 없도록 했다. 핵심 반도체를 구하지 못하게 된 화웨이는 통신장비,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에서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런 창업자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을 화웨이가 추구할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훙멍(鴻蒙·영어명 하모니)’,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시스템 마인드스포어처럼 다양한 정보기술(IT) 상품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화웨이는 다음달 2일 훙멍을 공식 출시한다는 계획도 이날 발표했다. 화웨이가 구글 안드로이드의 스마트폰 OS 생태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게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화웨이는 자동차 사업 전략의 방향성도 분명히 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전날 화웨이는 “앞으로 자동차를 직접 제조하거나 완성차 업체에 지분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베이징블루파크, 충칭샤오캉 등 자동차 제조업체에 투자할 것이란 추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화웨이는 지난해 11월 창안자동차와 협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런 창업자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워)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아프리카 시장을 우선 장악하자”며 “우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면 미국도 우리의 영역을 침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