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조업체에서 직원들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한경DB
한 제조업체에서 직원들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한경DB
환경부와 여당 의원들이 입법을 추진하는 포장재 사전 검사와 표시 의무화 제도에 대해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제품 선택시 소비자들의 우선 고려 대상에 포장공간비율 등 과대 포장 관련 사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 제도 도입의 취지도 약해졌다는 평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포장재 사용 7개 업종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4일 발표했다. 윤미향 등 12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발의하고 환경부가 강한 의지를 보인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모든 제품의 포장재에 대해 사전 검사를 의무화했고, 포장 재질, 포장공간 비율, 포장 횟수 등을 표시하도록 했다.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92.0%가 이 제도가 경영에 부담을 준다고 응답했다. ‘화장품류’와 ‘세제류’ 업종은 100%였다.

제도 시행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표시 비용 부담 증가’가 59.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제품출시 지연’(20.7%), ‘과도한 벌칙 규정’(12.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화장품업계는 국내에 유통되는 23만 개 품목과 관련해 2만 개 업체가 부담하게 되는 검사 비용만 290억원, 포장재 교체 비용은 11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2만6000여개 품목을 가진 건강기능식품업계 역시 500개 업계가 부담해야할 비용만 최소 3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등록된 제품 품목만 120만 개인 식품업체도 6만여 곳이 부담해야할 비용만 최소 수백억원에 달한다. 규제 대상 전 업종에 걸쳐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품 선택 시 소비자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 1순위로는 ‘품질 및 성능’이 59.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가격’(33.7%), ‘브랜드’(3.7%), ‘성분’(1.7%), ‘포장 디자인’(1.0%) 등 순으로 응답했다. 포장공간비율이라고 응답한 업체는 없었다. 포장재에 포장공간비율을 표시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 변수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소기업계에선 “포장 공간비율을 검사 받는 나라를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며 “지금도 필수 표시 사항이 많은데, 더이상 표시할 공간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대표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변경되는 표시규정(포장공간비율·포장횟수 제품 겉면에 표시)으로 인해 버려야하는 샘플이 수두룩한데 법안 취지인 폐기물 발생 억제에 부합하는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전면허증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운전할 때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고도 했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국회와 정부는 이 법안을 철회하고 사후관리 강화 등 대책을 통해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